맘카페 말고 가짜엄마카페 만들기
인터넷 세상 속에는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그중엔 맘카페도 있다. 사실 난 엄마가 아니었던 까닭에 맘카페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동네에서 자주 이용하던 마트가 갑자기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다.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동안 쓰지 않고 모아두었던 마일리지가 날아가 약간은 분한 마음도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 마트에 들렀을 때 문을 닫는다는 안내 문구 하나 보질 못했는데... 물론, 어떤 언질도 듣지 못했다. 문을 닫은 정확한 이유를 물어볼 동네 지인이 있던 것도 아니고, 동네 마트 문 닫은 게 뉴스에 나올 리도 만무해 무작정 인터넷 검색을 했다. 다행히 동네 마트 문 닫은 이야기가 오가는 게시판을 발견했고, 그곳이 바로 동네 맘카페였다. 사실, 그 안에서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다들 나와 같은 심정으로 약간의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마트가 문을 닫은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했지만, 난생처음 맘카페에 가입했다. 물론, 어느 정도 내 정체를 숨겨야 했다. 마침, 당시에 혼자 살던 집에서 쓰던 2인용 소파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직거래하려면 동네 맘카페에 올리는 게 적당해 보였다. 소파를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거래는 금방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의 맘카페 입문기가 시작된 것이다.
맘카페에서 얻은 정보는 제법 유용했다. 맛집의 정보를 알 수도 있었고, 저렴한 가격에 공동구매를 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가장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혹, 뉴스를 통해 맘카페를 통해 벌어지던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을 접했던 까닭에 내심 편견이 자리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가입 이후에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훨씬 더 많이 체감할 수 있었다. 정보도 풍성했지만, 그 안에는 위로와 공감도 많았다.
조카와 함께한 이후로 고모카페를 찾아본 적이 있다. 이모카페도 찾아봤고, 심지어 삼촌카페도 찾아봤다. 물론, 허탕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직접 고모나 이모가 조카를 키우는 카페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다가 괜한 짓 같아 그만두었다. 아무도 가입하지 않을 것 같았고, 흔한 사례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어디선가 우리 집과 같은 가족의 형태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끔은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내가 엄마였다면...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내가 진짜 엄마라면 달랐을까? 엄마가 아니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아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수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해 보지만, 답을 얻을 수가 없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가끔은 답답하다. 그저 엄마로 살아가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곤 하지만 속 시원한 답이 오진 않는다. 맘카페에라도 글을 올려볼까 싶지만 진짜 맘이 아니니 나가 달라고 요청받을까 봐 물어볼 수도 없다. 그저 나 스스로 내가 엄마였더라도 분명히 이 선택이었을 거라고 그렇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맘카페 안에는 무수히 많은 진짜엄마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정보를 교류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공감이 갈 법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물론, 나와 같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댓글에 그런 내용들이 달리면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에 다른 엄마들은 공감한다며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진짜엄마가 아니라서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자꾸만 제3자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정말로 묻고 싶다. 전국에 계신 조카를 키우는 고모나 이모 그리고 삼촌들에게. 아니면, 손자를 키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당신들도 진짜엄마가 아니라서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있느냐고. 누군가 응답한다면 제안 하나 하고 싶다. 우리 함께 '가짜엄마 카페'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