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めがね

by 도아

"너의 인생 영화는 뭐야?"

가끔 듣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하나이다. "없어"

인생 영화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 있는 영화는 나에게 없다. 하지만 선호하는 영화는 있다.

나는 가벼운 소재의 영화를 좋아한다. 판타지, 애니메이션, 뮤지컬 혹은 음악영화를 종종 즐겨보는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감독님은 '팀 버튼' 감독님이고, 좋아하는 영화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토이스토리, 싱 스트리트, 레미제라블, 웡카 등.. 현생이 무거운 편이라 영화든, 드라마든 보는 것들은 가벼운 소재이거나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는 좋아하는 영화는 있지만 그 이상인 인생 영화라고 할 말한 영화는 없는 거 같다. 처음에는 인생 영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모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만의 인생 영화를 찾아보고자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없는 것조차 나답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몇 주 전, 동네 카페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더니 사장님이 자신의 인생 영화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있었다. 그 게시물을 볼 때쯤, 나에게는 '쉼'이 필요한 상태였고 지나치게 많아진 생각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들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잠들기 전에 영화를 틀어 보기 시작했다.

그 영화는 ‘안경’이라는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영화 ‘카모메 식당’ 감독님의 작품이다.

영화가 처음에는 조금 지루한듯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점점 빠져들어갔다. 잔잔하면서도 힐링이 되는..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어느 순간 의식되지 않게 되었음을 느낀 그런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나의 생각과 느낀 점을 말해볼까 한다.

잠시 쉼이 필요해서 그곳을 찾은 사람에게 굳이 질문을 던지지 않고,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마음껏 사색을 할 수도, 마음껏 자유로울 수도 있는.. 그 누구에게 나를 설명할 필요도, 정의할 필요도 없는 그곳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감명을 받은 이유는 한 가지다.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는 것. 현실적이지만 영화만큼의 낭만과 감동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도 마치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고 힐링이 되었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길을 똑바로 걸어라

깊은 바다에는 다가가지 말도록

따위의 그런 당신 말은 팽개치고 왔다

달빛은 어느 길에나 쏟아진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보석과 같다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무엇과 싸워 왔는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을 즈음

좀 더 힘을

부드러워질 수 있는 힘을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누구나 ‘쉼’이 필요하다. 그 쉼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며 쉬어갈 것이고, 누군가는 여행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며 쉬어갈 것이다. 이렇듯 사람마다 쉬어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영화 ‘안경’을 보고 나서 나의 ‘쉼’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언제 잘 쉬었다고 생각이 들까?’ ’무엇을 했을 때 나는 다시 힘이 났을까?’ 그리고 그 영화처럼 나에 대해 아무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을 때, 그때 비로소 나는 잘 쉬었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늘 나에 대해, 일에 대해, 고민에 대해, 생각에 대해 모든 것에 대해 정의를 내렸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고, 정의를 내리라고 했다. 그렇게 강직해진 순간에 유연해지기 위해, 부드러워지기 위해, 다정해지기 위해 찾는 나만의 쉬어가는 공간. 그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은 없을 테고 나 또한 당신에 대해 모를 테니 그곳이 나에게 ‘쉼’이 되어주지 않을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을 즈음, 유연해지기 위해 그리고 부드러워지기 위해 찾을 그곳을 생각하면 나는 왠지 벌써 쉬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만의 ‘쉬어간다’를 알게 해 준 이 영화를 알려주고 싶었다. 누구나 가끔은 쉬어가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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