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선물한 뜻밖의 순간들
엄마 품에 파고드는 아이의 애틋한 몸짓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이따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세 아이와 함께한 기억이 모두 행복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을 처음 만들어 준 첫째와의 애틋한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그중 둘째를 출산하러 갔다가 첫째와 마주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산후 몸조리를 위해 친정에 3주가량 아이를 맡겼고 오랜만에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품에 안긴 갓난아이를 보면 첫째가 서운해할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남편에게 둘째를 맡기고, 선물을 든 채 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아이가 품에 안기기는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내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주위를 늘 맴돌았던 아이는 종일토록 나를 잊어버렸다는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내일이면 예전처럼 다시 안길 것이라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아이는 익숙하게 내 품으로 조심스레 들어와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때 알았다. 27개월 만에 처음 헤어짐을 경험한 이 어린아이가 엄마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그날 밤 아이의 눈빛에는 그간 엄마를 그리워한 마음이 고이 담겨 있었다.
나혜영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위례 맘.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빵을 구워 사람들과 나누길 즐긴다. 가족과 친구들이 빵을 맛있게 먹어주면 사랑을 듬뿍 받는 기분이다.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준비된 마음
하루를 마치며 나만의 일과인 '하루 마감 독서'를 하다가 '우리는 볼 준비가 된 것만 본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작은 것을 볼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작은 것을 볼 준비라는 말에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비가 그친 늦은 오후, 아이와 걸어서 집으로 가는데 아이가 잡은 손을 살짝 당기며 어딘가로 날 이끌었다. "엄마, 나는 이런 게 이쁘더라?"라고 말하며 뭔가를 보여줬다. 아이가 가리키는 게 뭔가 하고 봤더니 커다란 이파리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었다. "서하는 이게 예뻤어?" "응. 너무 예뻐. 물방울에 반사되는 것도 이쁘구." 아이와 낮에 나눴던 대화와 책의 문장이 겹치며 아이는 작은 걸 볼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유미
카피라이터, 작가, 책방주인, 엄마까지 다양한 부캐를 지닌 여성.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하고 재작년에는 꿈에 그리던 동네 책방 '밑줄서점'을 열었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글을 읽고 쓰는 중.
작고 뽀얀 살결이 볼에 맞닿은 순간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정착한 지 5년 차. 일과 사람들에 치여 살다 보니 친척들과 안부를 나누는 일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고개를 빼꼼하고 내밀며 생글거리는 얼굴이 하나 보였다. 네 살짜리 조카였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여겨졌던 친척 누나가 벌써 어엿한 엄마가 됐다. 어벙벙한 감정을 뒤로하고 조카를 안으라는 누나의 말에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때 30년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감정이 올라왔다. 아이는 겁도 없는지 말랑하고 보드라운 살결을 내 볼에 착 붙이고는 내 품에 폭 기댔다. 허리와 무릎이 아픈지도 모르고 꽤 오래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애틋함부터 설렘, 두려움까지 다양한 감정이 머리를 휘저었다. 아빠가 되면 슈퍼맨이 된다더니 그게 이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조선범
만렙 사업가가 꿈인 30대 남성. 부산이 고향이라 물을 좋아해서 하루에 3L씩 생수를 마신다.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양한 이들과 어울리는 건 배로 즐겁다. 이중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1인 가구.
매 순간 감동을 주는 아이라는 존재
언니가 결혼하면서 내게도 첫 조카가 태어났다. 언니네 가족과 1여 년간 함께 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햇살이 가득 비치는 거실에서 아이가 언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첫걸음마를 연습하던 모습은 아직도 어제의 일인 양 생생하게 기억난다. 작디작았던 갓난아이는 하루하루 쑥쑥 자라 걸음마를 배우고, 어느새 '이모!' 하며 힘껏 뛰어오는 씩씩한 어린이가 됐다. 요즘은 각자 서울과 경기도에 떨어져 살다 보니 조카와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곤 하는데, 체구는 여전히 자그마해도 아이의 생각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종일 신나게 놀다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까무룩 잠든 조카의 땀이 밴 이마를 가만 쓰다듬어주던 어느 날 밤에는 괜히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기까지 한다. 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이지현
조카 바보라 불리는 극성 이모. 똥 기저귀 갈아주는 일을 즐기곤 했으며, 여행 가면 조카 선물 한 보따리 사 오는 일이 특기.
이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목욕이 즐거워지는 시간, 케피 만나러 가기
편집 |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