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일해볼까?

- 함께 먹고 자고 일하고, 이걸 다 같이 하겠다는 어려운 선택

by 이다코치

결혼을 하면서 마음 한 켠에 한두달 정도 놀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의 일상을 온전히 나 혼자 알아서 책임지고 살아 온 시간이 적지않다 보니 든 마음이다. 이기적이고 못난 마음이라해도 어쩔 수 없다. 스물 한 살부터 이십년을 넘게 혼자 살다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내 하루가 움직이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남자는 나를 놀고 먹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결혼할 때부터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 먹게 만든 나의 경제활동에 동력이 되어주는 남자였다. 쉽게 말하면 남편이나 나나 이런 저런 이유로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하는 결혼이니 뒤늦게까지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남편은 당장은 가진 것이 없어도 뭘 해서든 굶지는 않을 남자 같았다.


결혼을 하면서 남편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기를 권했다. 대표와 남편이 창업 단계부터 함께 일궈 온 작은 회사로 내가 함께하면 분명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남편은 개발자,나는 서비스 기획자다. 물론 둘 다 실무보다는 사업 관리와 제안, 전략 수립을 주로 한다. 누가 봐도 괜찮은 조합이다. 나도 함께 일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음 한 편에는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속내도 있었다.


나의 소박한 바람은 적중했다.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지 않아도 되었고, 외부에 일이 있으면 알아서 돌아다니면 되었다. 그 동안 했던 여러 회사의 조직 생활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평온함과 자유로움이 있었다. 누가 자를까봐 염려할 것도 없었다. 남편과 함께 회사를 만든 대표는 회사일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고 출근을 자주 하지 않는 상황이라 눈치 볼 일도 없었다. 조직 생활이 이런 것이라면 신나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가 작고 큰 회사를 여러 곳 다니면서 어떤 회사든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 더 크게 느껴지는 장점이었다.


남편은 유난히 높은 긴장감과 예민함을 갖고 일을 하는 내가 이제는 조금은 편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의 바람대로 나는 출근 시간에 꽤나 자유롭고 업무 성과에 날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일하기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가끔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시 나는 그 어려운 선택을 왜 그렇게나 쉽게 한 것일까? 빡빡하지 않을 출퇴근에 참으로 많은 것을 내던진 경제논리에 도통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 내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감도 잡지 못하고 그저 해맑았던 몇 달을 보냈다. 남편이 함께 일하자는 말이 '회사를 차리겠다'는 동의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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