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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환 Jun 03. 2024

협력의 진화

 로버트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진화할 수 있는지를 고찰한 책이다. 자원이 유한하고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왜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 아닌지를 먼저 설명한다. 


 현실에서 세상은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이유로 제로섬 게임으로 보기 쉽다. 많은 사람은 파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한 사람이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왜 세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가?


 체스나, 축구 경기와 같이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게임은 제로섬게임이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한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은 신과 같은 중앙권위체가 없다. 상황에 따라 발생되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조절하고,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자원의 생산과 분배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기술 혁신과 협력은 새로운 자원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 무역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각 나라는 외교로 협력 또는 배반에 따라 자원을 교환하며, 전체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제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호 이익을 도모한다. 이는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면서도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이를 잘 보여주는 게임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배반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 협력을 프로그래밍 한 팃포탯의 전략이 2번의 게임에서 우승했다. 이 게임에 참가한 모든 팀들은 생물학, 유전공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전문가들이 개발자와 팀을 이루어 참가했다.







이 게임의 조건 : 세상은 중앙권위체는 없는 비제로섬게임이다. 


중앙 권위체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부유층에게만 세금을 강하게 징수하는 등으로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거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경우의 수 네 가지 : (1) 협력-협력, (2) 협력-배반, (3) 배반-협력, (4) 배반-배반.


모두 협력: 두 사람 모두 3점            

한 사람이 배반: 협력한 사람은 0점, 배반한 사람은 5점            

둘 다 배반: 두 사람 모두 1점            


 이 상황에서 당신은 무조건 점수를 얻는 배반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상대방은 역시 배반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그 결과 두 사람이 모두 협력할 때의 3점보다 낮은 1점을 받는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배반이 오히려 우승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였다. 그래서 이 게임도 우리의 인생도 언제나 딜레마다.


 이 게임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해석하면, 배반으로 단기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면, 상호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과 협력을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 호혜주의 원칙에서도 무조건 돕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이득을 고려한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하지만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이기심과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파멸, 전쟁 등 극단적인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고, 지금보다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소수의 협력관계를 맺은 개인이 다수의 이기심을 가진 단체들과 싸울 때 더 많은 점수를 가져갔다. 이는 협력관계가 오래될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확률적으로 배반하지 않는 데이터를 보였다. 그래서 다수의 이기주의자들이 이 관계를 허물려고 도전할 때마다, 소수의 협력관계들은 계속 3점을 얻을 수 있었다. 협력관계는 소수라도 방어선이 쉽게 뚫리지 않는다.







팃포탯 전략


이 팀을 제외하고 프로그램에 입력한 명령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전문가들이 각 경우의 수에 따라 영악하게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승한 팃포탯은 명령어를 단 네 줄로 끝냈다.


1. 질투하지 마라: 상대가 점수를 따고 있어도 남에게 기준을 맞추지 말고,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2. 먼저 배반하지 마라: 항상 먼저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3.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갚아라: 상대가 배반하면, 딱 한 번만 배반해서 응수한다.


4. 너무 영악하게 굴지 마라: 각 상황에 따른 너무 다양한 명령어는 결과가 좋지 않다. 상대가 다시 협력을 요청해 온다면 그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영악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시 협력하자.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협력의 진화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원의 유한성과 경쟁 속에서도 신사적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사적 행위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하는 행동으로 먼저 협력을 요청하는 사람이다. 협력은 단순한 이기심을 넘어, 더 나은 경제적, 사회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게임으로 증명했다.


따라서, 상호주의 원칙이 소수만의 장기적인 이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진정한 협력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라고 고찰을 한 책이다. 이 책은 게임에 대한 기준과 명제의 참과 거짓, 그리고 상대방이 배반과 협력하는 타이밍에 따라 경우의 수를 나눠 상세하게 분석했다. 할인율까지 적용하며, 분석한 결과는 매우 설득력 있다. (수학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협력의 진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기적인 개인주의와 경쟁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명제와 경우의 수를 적용했다고 해도, 세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결국, 이 책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협력과 신뢰를 쌓아 개인과 가계 그리고 기업이 발전되어,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우스갯소리로 최소한 각국의 지도자들 또는 정치인들을 모아놓고, 독후감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방에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서평이 생각났다. 





 누군가가 재산을 공정히 나눠준다는 것은 이상적이고, 자본주의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제 시스템이다. 그 안에는 인간의 본성이 담겨 있다. 심지어, 단기적으로 제로섬 게임인 체스나 축구처럼, 한쪽이 이겨야 점수를 가져가는 시스템에서는 이 방식이 상위권에 머물지도 않았다. 오히려 배반이 점수를 높게 가져갔다.


 저자의 주장대로 세상이 비제로섬 게임이라면, 기버로서 먼저 베풀고, 상대가 배반한다면 즉시 응수하지만, 다음에 협력을 요청해 온다면, 그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다시 협력해 보자. 상대가 진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협력의 진화가 사회를 더욱 바람직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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