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무경력 애엄마 취업은...

대체 무슨 일을 해야 잘 먹고 잘살지?

by 이담

2023년. 잘 다니던 회사, 무려 13년을 몸 담았던 곳에서 나오기로 했다. 이 결심을 한 것은 10월이고, 통보한 것은 11월이며, 정한 기한은 여러 가지 해결할 업무가 많이 있는 2월까지, 그런데 이 일이란 것이 정해진 만큼만 딱 하고 끝나면 너무나도 좋았겠지만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에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추가되는 변수를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어찌어찌 3월까지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이제부터는 정말 '백수'가 되고 뭘 할지 어떻게 할지 정말이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로 구직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다.

나는 오랜 시간 한 직장에서만 일해왔지만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직종이기에 사실상 나의 기술이라는 게 없다. 그리고 자연스레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이라는 게 없다. 그렇기에 지금 회사를 나가면 이직할 수 있는 기술, 경력이 전무하다. 그런데 이미 세상은 열심히 고등교육까지 받고 진로를 선택해서 나와 비슷한 나이가 돼서 난다 긴다 하는 경력자들이 어떤 분야에든 포진해 있고 갑자기 서른 후반에 애 둘 딸린 경력과 기술이 전무한 여자가 도전한다고 해서 이전보다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다. 설상가상 경제적인 이유로 반드시 빠른 시간 안에 이직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있었다.


처음엔, 당장의 수입, 그리고 아이들 케어를 위해 프리랜서를 생각했다. 원래 포토샵, 일러스트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혼자서 독학해서 가벼운 결과물 정도는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의 프리랜서라면 좋겠다. 생각했었지만 이런 디자인 관련 프리랜서는 회사 경험이 없으면 일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경력이 없어도 프리랜서가 가능한 분야를 찾아봤다. 그랬더니 '영상편집자'라는 직업이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내 유튜브에 등장했다. 하는 만큼 받을 수 있고 경력이 없어도 쉽게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에 혹해서 '프리미어프로' 프로그램 강좌를 몇 가지 들었다. 그리고 간단하고 짧은 영상 편집을 해봤는데, 이건, 소위말해 속된 말로 '디지털 막노동'였다. 한 프레임 프레임을 돌려가며 자르고 지우고 잇고, 목소리를 듣고 자막을 타이핑하고 넣고 타이밍을 맞추고 하는 모든 행위들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 노동이었고 심지어 한창 유행을 타버려 신입이라면 편집영상 1분에 5천 원~만원이라는 당황스러운 보수가 책정되어 있었다. 유튜브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요는 너무나 많지만 공급도 많기에 점점 보수가 적어지고 오랜 시간 엉덩이 싸움을 해야 결과물이 나오는 작업이기에 시간으로 따지면 시간당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일이란다. 아이들과 가정을 돌보며 이렇게 까지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수입이 적절하지 않다면? 섣불리 뛰어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어차피 무언가를 배워 이직해야 한다면 괜히 적은 돈 벌려고 집중을 방해할 수 있는 잡다한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몰입해서 한 가지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래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고 싶었던 '코딩'을 온전히 집중해서 훈련해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알고리즘은 귀 얇고 심지 얇은 나에게 '코딩취업현실'을 보여주었다.

나는 개발자라면 주 4회 정도 재택근무를 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배분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고 개발자 교육 붐이 일어 급작스럽게 신입 개발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데 경제상황은 나빠져 신규 고용이 줄고 이미 고용한 개발자도 해고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내가 개발자로 도전하는 것은 너무나 무모해 보인다. 더군다나 아직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야근이 있는 직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 나는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갈길을 잃은 나는 낮엔 일에 전념하고 밤엔 불안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요즘 무인 매장이 인기인데 무인매장을 열어볼까, 아웃소싱이나 구매대행을 하면 돈을 많이 번다던데, 하는 이러한 수많은 생각을 하고 관련 정보를 찾느라 밤을 지새웠다.


첫째 학교 활동으로 만난 학부모 한 분은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강사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시청 같은 곳에서 파트타임 강사 공고가 나오면 일단 도전해 본다고 했다. 시청에서 모집하는 강사는 여러 분야에 조건도 다 다르지만 그중 정해진 커리큘럼에 대한 교육만 받고 나서 배치되는 강사 자리가 있어서 그런 길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정보도 주었다. 강사일을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까지 사업을 확장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다. 그 에너지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내는 알파피메일!


이렇게 나는 돌고 돌아 결국에는 지금은 어렵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아무리 봐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나도 에너지 넘치게 내가 빛날 일자리를 찾고 싶다. 그러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그런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을까. 나는 결국 돈을 벌려고 회사를 나온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한 일을 하려고 나온 게 아니었나. 결국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어쨌든 뭐든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거다. 돈이 되든 안되든, 성공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고 경제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수입원이 되지 않는 다면 그때 가서 하고 싶지는 않지만 돈은 버는 일을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일단 글쓰기를 시작했다. 여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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