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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Jul 08. 2024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당신의 기분은 안녕하신가요?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큰 기대 안 하고 본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기 전 우연히 커뮤니티에서 '라일리의 사춘기 번외 편을 본 것 같다'는 의견을 봤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의견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주류 의견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게 다인 것처럼 생각하긴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기로 한 날부터 3주를 미뤘고, 밤에 충동적으로 예매한 덕분에 이 영화를 드디어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감정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원래 터줏대감이었던 기쁨이가 새로운 감정들인 당황이, 불안이, 따분이, 부럽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니 거기에 동화되어 그랬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불안이가 권력을 잡고 나머지 감정들을 쫓아내는 장면에선 어느새 나는 '와, 쟤 진짜 나쁜 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일의 원흉이 불안이인 것만 같고, 심지어는 원래 감정들이 돌아가서 새로운 감정들을 다 내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난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던 원래의 자아가 얼른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긍정적인 생각만이 의미 있는 감정이고 생각이라는 편견이 아직까지도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부족해.'라고 느끼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 그건 무조건 자존감이 낮은 거라고 생각했다.


'인사이드 아웃 1'의 주제가 모든 감정은 소중하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봐 놓고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원래 있던 감정들에 대한 애정도가 커져 새로운 감정들을 배척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불안이가 많고 슬픔이, 버럭이가 주를 이루는 내 감정들 때문에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내 자아에 대해 모순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어 혼란스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 부족해, 난 잘할 수 있어,라는 생각은 공존할 수 있고, 불안이, 슬픔이, 버럭이 모두 내가 나다울 수 있게 해 주는 감정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누구보다 사랑했기 때문에 나를 지키려고 그랬던 것이었다.


특히나 이번 편을 통해 버럭이를 다시 볼 수 있었다. 허구한 날 화만 내는 애인 줄 알았더니, 기쁨이에게 먼저 손 내밀 줄도 알고, 짜식, 많이 컸다. 네가 화내는 데에도 이유가 있겠지. 때론 네 덕분에 일이 진행되고 진전이 있구나. 내 마음속 버럭이에게 화해를 청하는 순간이었다.


'라일리의 사춘기 번외 편'인 줄 알았던 '인사이드 아웃 2'는 의외로 내게 많은 감정이 들게 하였다. 이건 나쁜 기억, 이건 좋은 기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경험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긍정적인 감정이 들어야지만 올바른 감정이 아니라는 것. 처음 '인사이드 아웃 1'을 봤던 10년 전과 지금, 이 영화는 한결같이 나에게 큰 귀감이 되어 준다는 것. 이 감상평을 쓰는 지금도 난 부족한 점이 많고, 내 마음속에는 내가 싫어하는 감정들이 있지만, 여전히 내 감정들은 나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나를 위한다는 것. 그래서, 당신의 기분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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