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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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처음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읽고 나서의 내가 달라졌다는 사실이겠지.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라고 쓰고 편견이라고 읽는 무언가)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나는 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관계없이 모두 스토리라인에 작은 사랑 이야기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남녀 간의 사랑 말이다.(동성 간의 사랑은 혐오 세력들이 있으니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다고 또… 혼자 결론내렸다.) 그런 장르만 즐겨 읽던 사람이기도 했고, 애초에 그런 게 없으면 독자나 관객의 마음을 끌 수 없을 것이라 멋대로 단정지었다. 이 책의 각 단편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순수한 충격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소위 말해 로맨스, 즉 남녀 간의, 혹은 동성 간의 사랑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모와 조카, 언니와 동생, 동료 사이와 같은, 지금 생각해 보면 로맨스를 빼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다 보여준 듯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스토리라인이 탄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최은영 작가의 명성에 대해선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몸소 느낀 건 처음이라 놀라울 따름이었다.
또한 이렇다 할 주인공으로서의 남성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이 모든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여성을 사용할 수 있다니, 정말이지 너무나도 신선하고, 좋았다. 이 감정을 단지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나의 부족함을 탓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남자 주인공 없으면 큰일날 것처럼 구는 예술판에서 뭐랄까, 너넨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의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여서 작가가 멋있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내 얘기를 좀 해 볼까. 내가 소설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처럼, 부끄럽게도 나는 일평생 사랑을 갈구해 온 사람이었다. 그것도 남녀 간의 사랑, 혹은 동성 간의 사랑인 성애적 감정만을 사랑이라 여겼고, 다른 형태의 사랑은 필요 없다고 여기며 그런 감정들은 일시적인 것이고, 영원한 건 오로지 성애적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다. 최근에 연락처를 바꾸며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와 우연히 만나게 되어 연락처를 교환하고 연락을 이어가게 되었다. 우정은 영원하지 않고 아무도 날 친구로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힌 나에게 먼저 다가 와 준, 내가 정말 좋은 친구이고 너랑 연락이 끊겨 엄청 속상했다고 말해 주는 친구라 고맙고 미안했다. 나에게 처음으로 글 잘 쓴다는 칭찬을 하며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것도 그 친구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또 감사했다. 이 글에서 고마움을 다 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게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힘들 때마다 꺼내 봐야겠다. 매일 매일 닦고 또 닦으며 절대 먼지 쌓이거나 내 기억 속에서 흐려지지 않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