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보고 싶은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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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시리즈는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시리즈였다. '아무튼, 요가'라는 책을 읽기도 했었고.(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고 감상평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책방에 갔는데 이 책이 있어 홀린 듯 구매했다. 아무튼, 할머니라니. 나에게 너무 필요했고, 내가 너무 원했던 제목이라 안 살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610일이다. 정확히는 친할머니가 아니고 외할머니지만, 이 글에서만큼은 할머니라고 부르려고 한다. 이 책에 나왔듯이 디폴트 할머니는 친할머니고 엄마의 엄마는 외할머니인 게 싫어서. 나한테는 다 소중하고 특별한 할머니들이라. 뭐,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릴 때 잠깐 외가에서 산 적이 있다. 내가 밤역시(제주도 사투리이다. 아기가 밤에 자지 않은 채 쉬지 않고 우는 걸 의미한다.)를 해서 당시 직장인이었던 엄마가 힘들다고 나를 외가에 맡긴 것인데, 지금까지도 엄마는 그게 나에게 미안한 점이라고 한다.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난 그 시절이 지금도 너무 행복한 기억이다. 할머니와 산책하며 나가서 물고기 한 마리, 두 마리 세던 것도, 그때 사진이나 동영상마다 내가 꽈배기나 음료수를 들고 있는 것도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오후, 무당벌레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항상 나에게 어릴 때 이 구절을 읽어 주셨다고, 기억나냐고 물었다. 당연히 기억나진 않지만 기억난다고 말하며 웃으면 할머니는 세상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볼까. 이 책에 나온 작가의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와는 다르다. 우리 할머니는 뭐랄까...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한 K-할머니의 스테레오타입과 같았다면,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억세고 장난기가 많으며 강하다. 그렇지만 '할머니'라는 단어에서 오는 그 정감을 잃진 않은 것 같다. 읽는 내내 할머니가 생각나 먹먹했으니 말이다.
책에서는 마냥 작가의 할머니 얘기만 하진 않는다. 작가가 할머니가 되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리고 다른 노년 여성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난 이런 부분이 정말 좋았다. 단순히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사회에서의 노년 여성들의 지위나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내 마음속에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역시 작가의 할머니 얘기였다. '나는 할머니 꿈을 꾼다'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되는 글이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할머니 꿈을 꾼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리고 최근에 사촌 언니에게서 할머니가 꿈에 나왔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할머니가 꿈에 더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하시느라 바쁜 건지 도통 꿈에 나와 주질 않아서 보고 싶어 죽겠다. 할머니, 이 글 보면 나랑 놀아 줘. 보고 싶잖아. 어쨌든,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