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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Nov 01. 2024

책 '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리뷰

배려에 보답하고자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동네 책방에서 구입한 책이었다. 사실 엄마가 딸에게 하는 말인 줄 몰랐다. 제목만 보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겠거니, 난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샀을 뿐이다. 당시에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 보고 싶었던 듯하다. 여자친구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때라.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여자친구 생각보다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 생각도.


읽으면서 작가가 많이 불안정해 보여 걱정이 되었다. 동시에 지금의 나와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지만 어디에 기대어야 할지 모르겠고, 지금 내가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게 맞는지조차 의심하는 상태. 차이점이 있다면 그런 상태에서 작가는 키워야 할 자식이 있다는 것이고, 난 없다는 것이겠지.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이 말에는 어떠한 의도도 없다. 그저 차이점을 말한 것뿐.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 엄마도 날 낳았을 때 이렇게 불안정했을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그런 말이 나온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그 말을 들은 어린 시절의 나는 '나도 딸이 처음인데, 내 사정은 안 봐줘?'라는 마음이 들었었다. 물론 이 마음이 드는 게 그저 어린 마음이고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한다고는 못하지만, 그때보다 성숙해지고 성장한 지금, 그렇게 말하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어린 시절 마냥 커 보여야만 했던 부모가 이젠 자식에게 사실 나도 힘들어,라고 말하는 기분이란 어떨까.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비참하고 꺼내기 힘든 말일 거라 생각이 든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나 싶다마는, 나도 내가 나에게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스스로를 아끼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인지는 하면서도 쉽지 않다는 걸 매 순간 깨닫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온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최근에 힘든 일을 겪으면서 여러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그중 한 친구가 얘기했던 거랑 비슷한 맥락이라 더 인상 깊었다.

나는 왜 이 간단한 걸 모르고 지금까지 살았던 걸까.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서 손을 떼야한다는 걸. 적절한 약을 바르고, 정확히 작용하는 약을 먹으면 된다는 걸.

컵에 새겨져 있는 그림을 눈 바로 앞에 대고 보면 그림이 뭐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하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내 상황을 너무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상황이 객관적으로 어떤지 확인할 수 없기 마련이다.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서 손을 떼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가렵다는 이유로 계속 긁고 있었다. 그러면서 낫기를 바라고 있었으니, 이 무슨 모순인가.


4점을 주기로 마음먹고 리뷰를 쓰려고 보니 '아, 3점 줄 걸 그랬나. 내가 너무 후하게 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쓰다 보니 알겠다. 내가 왜 이 책에 4점을 주려고 하는 건지. 엄마가 딸에게 하는 말들이, 어쩌면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말들이 나에게 닿았고, 난 그 배려에 보답하고 싶었다. 내가 별점을 후하게 주는 게 아니라 우연찮게 작품들을 잘 고른 게 아닐까, 이런 오만한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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