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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Oct 25. 2020

적당히 사는 게 뭐 어때서

일할 때는 쉬고 싶다가도 쉬고 있으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쉬는 날에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뜻깊게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저 같은 사람 어디 없으신지..? 수동적으로 유튜브를 보고,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보낸 날이면 무쓸모가 된 것 같아 우울해졌다.


쉬고 싶다> 쉰다> 뭐라도 해야 한다>근데 막상 하긴 싫다>그래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무언가를 한다> 하루가 지나면 별로 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자책감, 무력감이 든다

이런 사이클이다. 일기나 그림, 글 등 꾸준히 뭔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꾸준히'만 하고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시간만 가는 것 같았다.


전 직장의 대표는 말 그대로 꼰대였다. '라테는 말이야~' 시전 하시면서 열정, 열정, 열정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셨다. 밤샘 작업으로 PT날 쓰러졌다는 일화, 프로젝트를 위해 집에도 안 갔다는 일화, 그 결과로 인사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일화 등등. 그분이 다니셨던 (이름 대면 다 안다는) 기업의 두 곳 관련 일화는 귀에 딱지가 내릴 정도로 대표님과의 대화 중 그 두 곳이 빠진 적이 없을 정도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회사의 월급에서 상사의 잔소리를 듣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열정과 노력. 이 양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단어들은 꼰대들의 전유물인 줄 알면서도 항상 현재의 내 모습을 자책하는 원인이 되었다. 미디어 속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난 왜 저런 열정이 생기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는 걸까. 그래, 인정받고 싶으면 그만큼 노력해야 해. 노력 없이는 성취도 없는 거야. 라며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 노력과 열정이라는 것도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론적 합리화다. 성공했으니 그 노력이 인정받고 '그만큼' 노력했으니 성공한 거라고 라벨을 붙이는 것이지, 사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양으로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 그 사람 단에서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실패하게 되면 '좀 더 노력했어야 했나?', '밤을 새워서라도 하루의 24시간을 올곧이 그 일에만 집중해야 실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노력과 열정의 양은 동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경, 주변 사람 등 다양한 요건에 의해서 그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우리는 노력의 정도를 결과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적당히 해도 괜찮다.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피곤한 일이다. 또 그 최선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 최선은 성공이냐, 실패냐 라는 결과를 놓고 평가를 하게 될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신의 자산을 올인하기에 맞는 사람이 있고, 자산을 분산해서 투자해서 꾸준히 관리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고 노력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의 노력도 결국 결과를 놓고 평가하게 될 테지만 적어도 이런 노력도 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다. 좋은 태도가 좋은 노력을 만들고 결국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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