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막바지에 이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원하던 곳의 이직에 성공하면 차라리 혼자 살겠다, 다짐했다. 부유하진 않더라도 원하는 것을 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혼자서도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하던 대로 이직을 하게 됐고 직장에서는 오자마자 일이 쏟아졌다. 바쁜 하루에 이별을 생각할 겨를도 없어 다행이지 싶었다. 하지만 힘들거나 행복할 때면 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음에 헛헛함과 외로움이 몰려왔다.
그러면서 요즘 들어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은 연애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젊은 세대 중에서 연애를 비효율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금전적, 감정적 소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하려는 이유는 오직 나만을 위한 누군가가 있다는 위로 때문일 것이다.
영화 허를 보면 주인공은 자신과 정신적으로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나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인공지능 상대가 사실은 수십억의 사람들과 그러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주인공은 상실감을 얻는다.
결국 삶에서 무언가와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상대가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식물, 동물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그 하나는 무엇일까? 아직은 그 답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