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방을 내어주는 작은 배려로 만든 기적

by 옥빛두루 이경주

창 너머로 저녁노을이 주홍빛 고요를 흘리며 하루를 덮어줍니다. 바람은 창살을 쓰다듬고, 마음은 그 고요에 귀 기울입니다. 그런 밤이면 문득, 오늘도 잘 견뎌냈다고 나 자신에게 작은 속삭임을 건넵니다.

​"수고했어. 너무 애썼고, 참 잘했어."

요근래 이별이 아닌 배려로 만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일주일 전부터 저는 하루의 한 조각을 조심스레 떼어 내어, 열 살 된 푸들 '뽀미'에게 따로 건네주고 있습니다.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안방이라는 조용한 공간 속에 뽀미를 홀로 두는 시간이 생겼지요. 사랑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다른 모양으로 표현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초등 5학년 제자의 여동생은 강아지 알레르기가 심해, 강아지와의 갑작스러운 만남만으로도 숨을 가누지 못한다고 합니다. 응급약을 늘 품에 지닌 그 작은 아이를 떠올리면, 망설임은 오히려 잔인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이를 제게 맡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해오셨고, 그 마음 안에는 두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아이의 배움과 성장을 염원하는 깊은 결단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진심을 헤아려졌습니다.

작은 몸짓으로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뽀미의 눈망울은 내 마음을 아리게 했지만, 결국 저는 모두를 위한 ‘마음의 방 하나’를 마련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 딸이 보내준 강아지 훈련 영상을 통해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콩 장난감’ 작고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 속엔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었지요.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을 콩 모양 장난감 안에 넣고 얼려두면, 그 장난감을 천천히 핥고 깨물며 오랜 시간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치 아이에게 주는 퍼즐 같기도 하고, 혼자서도 놀이가 되는 작은 세계 같았습니다.

간식을 정성껏 만들어 콩 장난감 안에 채워주었습니다.

뽀미는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콩을 품은 듯 껴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했습니다. 제가 다가가자, 조심스럽게 그것을 품 안에 더 깊숙이 감쌌습니다.

"이건 내 거야, 지금 이건 나한테 참 중요한 시간이야."

그런 듯한 표정이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사랑은, 잠시 비워주는 용기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날 이후로 제 마음엔 잔잔한 감사가 머물렀습니다.

아이들은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껏 웃고, 뽀미도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며 나름의 세계를 누립니다.

함께 살아가는 일이란, 어쩌면 서로에게 방 하나씩 내어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방엔 이해가 들고, 배려가 눕고, 사랑이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