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저는 자주 농장에 갑니다. 흙냄새 가득한 공기, 햇살을 머금은 푸른 채소들, 손끝에 느껴지는 자연의 감촉이 제 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상추와 쌈야채를 수확해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귀엽고 조용한 손님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바로 달팽이였습니다.
상추를 씻던 중, 보금자리 삼아 상추 잎 위에 올라타 상추를 맛있게 먹고 있는 달팽이를 발견했습니다. 어찌나 평화롭게 보이던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 달팽이를 다시 텃밭에 데려다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다녀오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아, 바로 앞 노인정 텃밭의 상추가 무성한 그늘진 곳에 살포시 내려놓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팽이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으니 행복해 보였습니다. 흙에 심긴 상추 사이에서 뜨거운 햇볕은 피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요.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달팽이를 보며 저는 ‘나답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한 자리,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는 결국 내가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상은 늘 편안하지 않습니다. 달팽이가 껍질로 자신을 보호하듯, 우리도 때로는 세상의 거센 바람을 피할 지혜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그 안에서 나답게 살아가려는 마음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달팽이 한 마리 덕분에 저는 오늘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느리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삶. 그것이 결국 가장 나다운 길이 아닐까요.
말 없이 조용했던 달팽이였지만, 그 작은 생명은 저에게 아주 깊은 삶의 교훈을 주었습니다. 저도 그처럼,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나답게 머무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