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나의 삶을 돌아보다

by 옥빛두루 이경주

50대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저는 종종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제 삶을 비춰 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문득 문득 스며드는 그리움은 제 마음을 적셔주고, 아픔조차 따스한 기억으로 다가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자신의 아픔은 뒤로 한 채, 타인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셨습니다. 저는 마치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늘 어머니 곁에 있고 싶었고, 그 곁은 언제나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오십견으로 인해 몸이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들은 줄지 않고, 자녀들의 고민과 아픔을 보듬는 것은 여전히 제 몫이지요. 이런 시간 속에서 저는 고단함을 느낄 때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어머니의 20대는 저의 철없던 청춘과 함께했습니다.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도, 기쁜 일과 아픈 마음을 털어놓아도 어머니는 한없이 들어주셨습니다. 그 곁에서 저는 다시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어머니께서 어머니의 수술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자궁에 혹이 있어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다 했지요. 제가 물었을 때 어머니는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철없던 저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제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이제 그 나이에 서 보니, 그 ‘괜찮다’는 말 뒤에 감춰진 고통과 고단함이 보입니다. 어머니는 한 여성, 한 사람으로서 아픔을 안고도 자녀들을 지켜내셨던 것이지요.


50이 넘은 지금, 저는 뒤늦은 야속함과 미안함을 느낍니다. 왜 힘들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을까, 왜 제게 기댈 수 없으셨을까. 이제는 잘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그 미안함을 안고만 살 수는 없겠지요. 마음의 껍질이 벗겨지듯 조금씩 더 깊은 사랑을 배우며, 오늘은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입니다.


저 또한 생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후회 없이 잘 살았노라 말할 수 있도록, 제 자신과 이웃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고자 합니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이제야 조금 헤아리며, 저는 제 몫의 사랑을 이어가려 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나눌 수 있는 작은 배려와 따뜻함이 결국 가장 큰 유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