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의 친구들과 다시 만난 날

by 옥빛두루 이경주

며칠 전,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책임과 의무를 내려놓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순간을 느껴보고 싶었지요. 처음엔 지인의 추천으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발걸음이 향한 곳은 부모님께서 서울에 처음 자리 잡으셨던 종암동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길과 초등학교가 무척 궁금해졌거든요.


어릴 적 찰떡궁합이었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명절 때나 가끔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에게 1박 2일의 짧은 여행길에 얼굴을 볼 수 있겠냐고 물었어요. 친구는 친정어머니를 돌보는 중이었지만 저녁 6시에 시간이 가능하다며 흔쾌히 약속을 잡아주었습니다. 이후 친구는 다른 친구도 함께 만나보자는 제안을 해왔고, 그렇게 우리는 1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다시 모이게 되었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평범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집 근처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칼국수집에서 뜨끈한 국물로 속을 데운 뒤,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듬고 기분 좋게 길을 나섰지요. 지하철을 갈아타며 도착한 종암동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습니다. 고층 아파트들이 번성한 모습 속에서도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길과 시장통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는 그 시절보다 작아 보였지만,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골목길을 걸으며 지나간 날들의 추억에 젖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기억, 친구 집에서 밤늦도록 떠들던 순간들, 그리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함께하며 느꼈던 설렘이 떠올랐지요. 그 시절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히 다정했습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지요. 경도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돌보며 느끼는 감정,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 등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명동에서 또 다른 친구와 만나 맛있는 닭갈비를 먹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먹을 것을 사 와서 방 안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울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대화 속에서 어린 시절과 청춘의 시간을 다시 살았지요. 우리의 우정은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깊고 단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여행은 처음 계획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 의미는 더 컸습니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려던 시간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나눈 웃음과 이야기가 마음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거든요. 10대와 20대의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재회는 마음 깊은 곳에 새로운 추억을 남겼습니다.


젊은 날의 황홀함과 아름다운 지혜로움에 감사하며, 우리의 우정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이렇게 느꼈던 것들을 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으며 그리운 친구를 떠올리고 따뜻한 추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