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23.

미션 임파서블? 미션 컴플리트! (1)

by Ellen Yang


지난 화요일이었다.

회의 때문에 받지 못했던 엄마의 전화에 대한 답으로 퇴근길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엄마는 받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휴대폰에 영 관심이 없다. 밖이든 안이든 매번 무음으로 일관하는 이들 중 하나였고, 언제든 휴대폰을 열어서 부재중을 확인하면 다시 연락을 주었기 때문에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그날은 엄마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연락이 없길래, 궁금한 마음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잘 있어? 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데?"

“엄마야 잘 지내지. 근데 엄마 휴대폰이 잘 못 지내.”


아빠 말에 따르면, 엄마의 휴대폰을 오랫동안 감싸고 있던 케이스가 낡아서 벗기고 새 걸로 갈아 끼우려다가 너무 힘을 세게 주었는지 본체 커버가 들렸다고 했다. 그전부터도 종종 휴대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이럴 때면 여지없이 중간에 툭툭 전화가 꺼지거나 통화를 하는 중이면 끊어지기도 한댔다. 이 녀석의 부쩍 늘어가는 심술에 안 그래도 휴대폰에 관심이 없는 엄마가 더더욱 휴대폰을 안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빠와 난 “엄마 휴대폰 산 지도 꽤 오래됐고, 자꾸 말썽을 부리니 바꿀 때가 되었네.”라고 입을 모았다.

난 “당장 내일 오전에 바로 근처에 휴대폰 매장 가서 바꿔!”라고 말했고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대번에, 전형적인 부모님의 말버릇 중 하나인 “아유, 급한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돼.”라며 입으로 손사래를 쳤다. 조만간 9월에 서울 가게 되면 그때 나보고 같이 가 달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난 또 짜증을 내고 만다.

"휴대폰에 발열증상이 있고 심지어 휴대폰 본체가 벌어져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평할 수가 있어!"

한동안 이어지는 딸내미의 잔소리에 엄마는 귀찮다는 듯 연신 “알겠어~ 알겠어~.”로 일관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당연히 휴대전화를 바꾸러 가지 않을 그녀의 성미를 잘 알고 있는 난, 억지로라도 그녀의 휴대폰을 바꿔줘야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일말의 망설임 없이 짝꿍과 공모하여 새 휴대폰을 주문하고는 광주로 택배를 부쳤다.


택배는 주문하고 바로 다음날 오전, 흡사 로켓과도 같은 속도로 재빠르게 엄마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성미가 급한 아빠는 새 휴대폰을 받자마자 SIM 카드와 데이터를 옮기자며 귀찮아하는 엄마를 끌고 근처 휴대폰 대리점을 찾아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제법 내 계획이 순탄히 흘러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가 완전히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엄마는 심각한 기계치이고, 휴대폰에 쓰던 앱에 아이디며 비밀번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난 왜 엄마가 디지털 문맹에 가깝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휴대폰 바꿔주는 것에만 온 신경이 집중했던 터라 데이터를 옮기고 각종 앱에 재로그인을 해야 하는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관심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그 저변에는 그래도 좀 기계를 이것저것 잘 다루는, 그리고 최근에 이미 혼자서 자급제 휴대폰으로 스스로 변경한 이력이 있는 아빠가 옆에 있으니 당연히 별 문제없을 거라는 안이함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시급했던 건 카카오톡이었다. 엄마는 카카오톡 로그인부터 막혀있는 상태였다. 내 마음은 까막둥이가 되었다. ‘와…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일단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8시간 차이가 나는 영국에서 한창 업무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겠지만, 엄마의 휴대폰 백업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카카오톡에 가입하고 네이버에 이메일 계정을 만들었던 건 동생이었고 어쩌면 엄마보다 그녀의 이메일 계정이며 비밀번호를 동생이 더 잘 알고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카카오톡 아이디와 비밀번호,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한 너무나 당연한 협조 요청이었다.


저녁 8시, 부모님이 저녁식사를 마무리하신 걸 확인한 후에 아빠의 휴대폰에 페이스톡을 걸었다. 내가 직접 엄마 휴대폰을 보면서 눌러야 할 버튼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랜만에 보는 그 둘의 얼굴에 반가움이 앞섰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잠시 웃는 얼굴이 곁들여진 안부인사가 오갔고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카카오톡’은 되게 만들어야 했다.

우선 아빠에게 휴대폰 카메라로 엄마의 새 휴대폰 화면을 비추어 달라고 요구했다.

화면을 비추어주라는 첫 요구부터 우리 셋은 삐걱이기 시작했다.


"앱 아이콘을 눌러봐." 내가 한 마디를 할라치면, 새 휴대폰 화면에 둘의 손가락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했고 '이걸 눌러야 한다, 저걸 눌러야 한다, 좀 가만히 있어봐라' 등등 쉬지 않고 티격태격 난리가 났다. 그 틈에 아빠가 카메라를 든 손은 점점 방향을 잃고 카메라 앵글은 산으로 갔다. 제일 중요한 휴대폰의 아랫부분, ‘다음, 취소, 확인’ 같은 버튼들은 내 화면 속에서 자꾸만 자취를 감추었다.


둘의 소란스러운 오디오를 잠재우기 위해서 내 언성 역시 고공행진 중이었다.

“아오, 쫌!!! 아빠는 아무것도 누르지 말고 카메라만 제대로 비추고 있어 봐!!!!! 엄마만 내가 누르라는 거 누르고, 아빠는 엄마 액정 전체가 찍히게 카메라 좀 멀리 떼보라고!!”

이 말들은 마치 추임새처럼 계속 울려 퍼졌다. 우리 집에도, 그 집에도.




로그아웃 상태의 카카오톡 앱에 들어가면 휴대전화 번호 또는 이메일을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그런데 휴대전화 번호로 가입을 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엄마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자꾸 신규가입을 하라는 창이 떴다. 만약 여기서 신규가입을 하면 전에 휴대폰에 있던 기존 대화를 끌어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엄마 옆에서 그냥 다시 가입하면 새로 시작하라는 아빠와 '전에 했던 대화가 안 끌어와진다잖아!!'라며 가만히 좀 있어보라는 엄마의 끊임없는 말다툼에 듣고 있던 나는 진이 빠졌다. (그래도 전에 나눈 카톡 대화창들은 중요했던 엄마였다.)


어쨌든 핸드폰은 엄마 것이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했어야 했기 때문에 카카오톡 가입 계정을, 엄마의 기억 속에는 단 하나의 알파벳도 남아있지 않은 그 이메일 계정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전에 쓰던 휴대폰에 카톡앱을 켜보라고, 그리고 맨 밑에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들어가서 맨 오른쪽 톱니바퀴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다.


그제야 그 화면에서 엄마의 계정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계정을 확인하긴 했지만 오타대마왕인 엄마가 새 휴대폰의 카톡 로그인 화면에 이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com 을 ,com으로 누르고 자꾸 이메일이 오류가 난다던 그녀…)


이제 비밀번호가 난관이었다. 그나마 알고 있던 모든 비밀번호를 넣어보아도 실패만 거듭되었고 차라리 비밀번호는 재설정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로그인 창에서 이메일 계정과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비밀번호를 재설정했다. 비밀번호 재설정의 길도 험난하긴 마찬가지. 투박하고 두터운 엄마의 손가락은 영문자판 키를 한 번에 두어 개씩 동시에 눌러댔고, 새 비밀번호와 비밀번호 재입력 창 아래는 연신 '비밀번호가 다르니 다시 입력해 달라.'는 빨간 메시지가 이어졌다.


겨우겨우 로그인에 성공한 카카오톡은, 이제는 대화 백업을 요구했다. 다시 절망의 순간.


아... 대체 언제쯤이면 카카오톡 로그인을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어둑어둑한 길에서, 언제까지 걸어가야 끝을 볼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암담한 심정을 추스르고 다음 단계를 향해 다시 방향키를 잡았다.




2025.08.24.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