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상화폐에 투자했을 때,
나는 늘 숫자에 신경 썼다.
매입 가격, 현재 시세, 그리고 무엇보다 '평단가'.
“조금만 더 사두면 평균 단가가 내려가니까,
코인이 조금만 반등해도 수익이 날 거야.”
그 생각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나는 떨어질 때마다 코인을 더 샀다.
하락장을 버티며 나는 끊임없이 물을 탔다.
평단가는 조금씩 낮아졌고,
내 지갑 속 코인 개수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매수가보다 훨씬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 코인을 계속 샀다.
결국 코인 개수는 늘었지만, 매수 총금액은 자꾸 잃어가고 있었다.
내 계좌의 숫자는 많아졌지만,
실제로 회복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금액은
더 길고, 더 무거워졌다.
나는 코인을 더 살 생각에만 몰두했다.
‘지금 이 가격이면 싸다’,
‘언젠가 다시 오를 거야’,
‘평단만 낮추면 버틸 수 있어.’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나는 시장을 보지 않고 있었다.
왜 가격이 떨어지는지, 앞으로의 흐름은 어떤지
판 전체는 보지 않고 눈앞 숫자에만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물타기는 점점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내 투자 원칙은 사라졌고,
어느 순간엔 그냥 본전만 찾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추가 매수를 반복하는 동안
현금 여력은 바닥났고,
반등이 와도 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평단가’라는 숫자에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지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이 시장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였다.
그걸 모른 채 코인만 더 사는 건
수익을 향한 투자라기보다 손실을 덜기 위한 감정적 반응이었다.
결과적으로 수익률은 낮아졌고, 기회도 사라졌다.
지금도 나는 코인을 투자한다.
하지만 다르게 접근한다.
하락장에선 관망하거나 분할 매도를 고민한다.
‘싸니까 산다’가 아니라,
지금이 정말 살 타이밍인가를 먼저 고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금이 있어야 진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투자는 ‘얼마나 많이 샀는가’보다
‘왜 이 타이밍에 사고, 언제 나올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다.
코인 개수가 늘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내 돈이 줄고 있다면,
그건 내가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평단가에 집착하는 동안,
나는 수익도, 기회도, 전략도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투자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판단력과 여유라는 것을.
"코인 개수가 늘었지만, 내 돈은 어디로 갔을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손해를 멈추고 수익으로 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