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토끼 Jun 03. 2022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

잽만 무수히 날린들 어퍼컷이 약하면 다 무슨 소용


아마 누구나 어린 시절에 공룡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공룡이라는 전설적인 생물체를 스크린 속에 구현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었죠.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나고 드디어 이 기나긴 공룡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개봉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만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샘 닐과 로라 던도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올드 팬들도 상당히 반가워했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정체불명의 거대 메뚜기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바이오신'이란 대기업이 개발한 품종만 피해를 입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고 '바이오신'의 비밀을 파헤치려 하는 '앨런'과 '엘리', 그리고 특별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바이오신'에게 납치된 '메이지'와 '블루'의 새끼인 '베타'를 구출하려고 하는 '오웬'과 '클레어', 이렇게 두 갈래로 나누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두 개의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연출 방식이 나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신·구 캐릭터들의 조화를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이들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 그저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후반부에는 그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고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인공들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만나는 장면은 오랜 세월 동안 <쥬라기> 시리즈를 봐온 사람들에게 전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케미를 보여주기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죠. 여기에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앨런'과 '엘리'의 활약은 전체적으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아쉬웠고 '카일라'나 '램지' 같은 새 캐릭터들의 매력도 그렇게까지 돋보이진 않았습니다. 또한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블루'의 활약을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쥬라기> 시리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액션들은 꽤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오프닝 장면에서 거대한 심해 공룡이 등장하는 장면은 짧은 시간만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하고 도심 속에서 '오웬'이 오토바이를 타고 공룡들과 벌이는 스피디한 추격전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연출해냅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공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숨죽이고 있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리얼한 공포감을 안겨주죠. 다만 전작에서 공룡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며 끝이 났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공룡들이 인간들의 영역에 침범하며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그려낼 줄 알았는데 이번 작품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공룡들이 가두어져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상황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그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이번엔 공룡 외에 거대 메뚜기라는 새로운 생물을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메뚜기보다는 새로운 공룡 캐릭터를 비추는 데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벌써 사람들 사이에서는 '쥬라기 월드'가 아니라 '메뚜기 월드'라는 비아냥 섞인 평들도 보이고 있을 정도이니..) 또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해줘야 할 티렉스와 기가노토사우루스의 결투도 클라이맥스치고는 좀 싱거운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쥬라기 공원>부터 그랬듯 이 시리즈는 공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수많은 공룡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며 끝을 맺었던 전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상황을 그대로 이어받아 공룡들이 인간들과 공존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공룡과의 공존 문제보다는 '메이지'나 '베타', 그리고 거대 메뚜기와 관련된 유전자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많이 가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공존에 대한 메시지는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뒤늦게 엔딩 장면에서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다시 언급하기는 하나 전달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147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 동안 분명 만족스러운 부분들도 여럿 보이긴 했으나 30여 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쥬라기>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강한 한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형만 한 아우는 없다고 마지막까지도 <쥬라기 공원> 1편만큼의 임팩트를 재현해내진 못했네요. 설령 새로운 <쥬라기> 시리즈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쥬라기 공원> 1편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먼 훗날 이 살벌하면서도 때론 사랑스럽기도 한 공룡 친구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쥬라기 공원>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설렘을 떠올리며 반갑게 극장으로 달려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땐 부디 이번보다 더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