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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Jul 02. 2022

<헤어질 결심> ★★★★☆

붕괴됨으로써 마침내 완성되는 미결의 사랑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들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의 최고상은 황금종려상이란 것을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2019년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었죠. 하지만 국내 감독 중 칸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감독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박찬욱 감독이죠. 그는 <올드보이>를 통해 심사위원 대상을, <박쥐>를 통해서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었고 올해엔 그의 신작인 <헤어질 결심>을 통해 감독상까지 수상하게 되었죠.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 이후 무려 6년 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도 주목받았지만 세계적인 여배우 중 한 명인 탕웨이 배우의 출연 소식으로 더 큰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헤어질 결심>  남자가  정상에서 추락사한 사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건을 하게  형사 '해준' 죽은 남자의 아내인 '서래'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래' 역시 '해준'에게 이성적인 끌림을 느끼며  사람 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죠. 영화는 '서래'라는 여성을 둘러싼 수수께끼와, '해준' '서래'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선을 시종일관 흥미롭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상당히 섬세한 감정표현이 필요한 상황에서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죠. 박해일 배우는 멜로 장르와 상당히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배우임에도 그의 필모엔 생각보다 멜로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오랜만에 출연한  독특한 로맨스 영화 속에서 그는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고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그의 필모를 통틀어 손에 꼽을  있을 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탕웨이 배우 역시 그녀가 내뿜는 분위기만으로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한 느낌을 너무나  표현해주고 있고 박해일 배우와의 케미도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좋았던  같습니다. 특히나  사람이 함께 음성 녹음을 듣는 장면 같은 경우는 박찬욱 감독 작품에서 쉽게 느끼기 힘든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죠.



배우들의 연기만큼이나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극 중 '해준'이 '서래'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장면에서 실제로는 망원경으로 보고 있지만 바로 옆에 서서 그녀를 보는 것처럼 연출한 부분이나 두 사람이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연출한 부분은 몸은 떨어져 있어도 서서히 마음은 가까워지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부분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숨소리를 내는 장면이나 '해준'이 '서래'를 미행하는 장면에서 들리는 차 깜빡이 소리처럼 사소하게 느껴지는 사운드를 통해서도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잘 연출해내고 있죠. 그 외에 영화 속 배경이나 촬영 방식 등에서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도 돋보였고 산에서 시작하여 바다에서 끝나는 이야기의 시각적 구성도 영화 속 중요한 키워드인 '붕괴'를 잘 표현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엔 너무나 좋은 장면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역시나 엔딩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극 중 '해준'은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서래'가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직업윤리가 붕괴되면서까지 '서래'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게 되죠. '서래' 역시 사랑하는 '해준'의 붕괴를 막기 위해 스스로 바다에 자신의 몸을 깊숙이 묻어버리고 사라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때 카메라는 그녀가 판 모래가 산처럼 쌓여있던 것이 밀물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무너지는(붕괴되는) 모습을 비추죠. 그렇게 영원히 미결로 남을 두 사람의 사랑은 붕괴됨으로써 마침내 완성되면서 진한 여운을 남기게 됩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이나 <박쥐> 같은 걸작들만큼이나 충분히 기대치를 충족시켜준 작품이었고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의 전작들과는 조금은 차별화된 색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활약도 말이 필요 없었고요. 그야말로 박찬욱이 박찬욱 했고 박해일이 박해일 했고 탕웨이가 탕웨이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모습도 상상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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