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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Jul 10. 2022

<토르: 러브 앤 썬더> ★★★

유쾌함과 유치함 사이에서 사랑을 외치다


지금의 마블을 있게 한 위대한 여정 '인피니티 사가'가 끝난 이후 수많은 새로운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의 원년 멤버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몇 안 남은 원년 멤버 중 한 명인 '토르'에게 거는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죠. 사실 <토르> 시리즈 1편과 2편은 캐릭터의 인기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가 좋았던 편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타이카 와이티티가 메가폰을 잡은 3편 <토르: 라그나로크>는 작품성 면에서나 흥행면에서나 시리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덕분에 4편 역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되었죠. 여기에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의 옛 연인이었던 '제인 포스터'가 또 다른 '토르'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점에서도 무척이나 흥미를 갖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러브 앤 썬더'라는 부제에 맞게 이 영화의 메인 테마는 사랑입니다. '토르'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함께 싸워왔던 동료들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기억 때문에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과 떨어져서 지내려고 하죠. 그런 '토르'에게 '스타로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는다 해도 그런 삶이 공허한 삶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스타로드' 역시 연인인 '가모라'를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하는 '가오갤' 멤버들과 함께하며 우주를 지키려 하죠. 영화의 빌런인 '고르'가 악당이 된 계기도 사랑하는 딸을 잃은 상황에서 자신을 외면한 신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었기 때문이고 이번 작품에서 '제인 포스터'가 다시 등장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토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를 그려내기 위함이죠.



이 지독한 사랑 찬가를 타이카 와이티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웃음 코드와 함께 유쾌하게 풀어내려고 합니다. 허당끼 넘치는 '토르'의 매력은 여전했고 사람이 소리 지르는 것처럼 울어대는 염소들과 묠니르와 '토르' 사이를 질투하는 스톰 브레이커의 모습도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죠. 보통 이런 분위기의 영화라면 자칫 빌런까지도 우스꽝스럽게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빌런인 '고르'만큼은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데 그런 점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일품이었고요. 다만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발키리'는 이번 작품에서는 존재감이 다소 미비했고 '코르그'는 웃음을 담당하는 캐릭터임에도 그 웃음의 강도가 많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영화의 전체적인 유머들 자체가 소소하게 재미를 안겨줄 뿐 딱히 빵 터지는 구간이 없었죠. 오히려 유쾌함보다는 유치함이 더 강하게 느껴질 정도였고요.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런 유머들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메인 스토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꽤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토르'와 '제인 포스터'의 '마이티 토르', 이렇게 두 명의 '토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이티 토르'가 부서진 묠니르를 들고 싸울 때 묠니르의 파편들이 일제히 퍼지면서 적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부서진 묠니르의 설정을 잘 활용한 신선한 액션이었습니다. 또한 신들의 비밀 공간인 옴니포턴스 시티의 화려한 비주얼도 눈길을 사로잡고 모든 색이 사라지는 행성에서 펼쳐지는 액션들을 흑백으로 담아낸 부분도 기존의 마블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연출이었죠. 하지만 디테일하게 본다면 이전 <토르> 시리즈의 액션들과 비교해서 크게 색다른 점은 없었고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보여준 액션의 쾌감도 이번 작품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습니다. '제우스'의 무기인 썬더볼트도 극 중에서 엄청 대단한 무기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를 보다 보면 묠니르나 스톰 브레이커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기가 가진 힘을 잘 묘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까지 챙겨봐야  만큼 마블의 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년 멤버인 '토르' 활약마저도  정도 수준이라면 마블이 인피니티 사가에서 이뤄낸 업적을 다시 재현해내기란 분명 쉽지 않을  같습니다. 예전엔 쿠키 영상만 봐도 미치도록 설레게 만들었던 마블이었는데 이젠 쿠키 영상을 봐도  기대감이 생기지 않네요. 마블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이젠 그들의 미래가 조금씩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쿠키 영상은  2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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