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의 무모한 도전
사극, 액션, 판타지, 그리고 SF까지, 예고편에서부터 이 영화는 온갖 장르가 한데 뒤섞인 모습을 보여주었죠. 전형적인 B급 영화 냄새가 풍기다 보니 예고편만 봐서는 사실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연출자가 <타짜>, <전우치>, <도둑들> 등의 흥행작들을 탄생시켰던 최동훈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래도 최동훈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은 가질 수 있었죠. 여기에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등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캐스팅까지, 이 야심 찬 여름 대작이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작품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외계+인>은 1391년 고려 말과 2022년의 대한민국, 즉 과거와 현재라는 두 시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과거에서는 정체불명의 물건 신검을 차지하기 위한 인물들 간의 쫓고 쫓기는 사투를 그려내고 있고 현재에서는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들을 관리하는 '가드'와 '썬더'에게 벌어지는 상황들을 그려내죠. 이 두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서서히 하나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과정에서 두 개의 상황이 흥미롭게 결합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죠. 그러다 보니 두 개의 상황 중 어느 쪽으로도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웠고요.
영화 속 액션 역시 과거와 현재가 서로 다른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는 주인공 '무륵'이 도사라는 점에서 도술을 활용한 액션들이 주를 이루고 현재에서는 외계 로봇들 간의 대결을 통해 거대한 스케일을 뽐내고 있죠. 그러나 외계 로봇들끼리의 전투씬은 마블 영화 속 '아이언맨' 같은 로봇 캐릭터들이 보여준 액션들을 답습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고 CG로 보나 연출적인 부분으로 보나 '벡터맨' 같은 어린이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나마 과거에서 펼쳐지는 액션들은 현재에 비해 나름 볼 만한 편입니다. 도술을 이용하는 과거의 인물 '무륵'과 촉수와 레이저를 쏘아대며 위협하는 현재의 외계 생물체의 대결은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들을 연출합니다. 복장은 과거인데 무기는 권총이라는 현재의 물건을 사용하는 김태리 배우의 액션도 나름 신선했고요. 하지만 겉으론 현란해 보여도 전체적인 액션의 퀄리티가 뛰어난 편이었다고 보긴 어려웠고 도술을 활용한 액션들 또한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에서 보여준 것과 큰 차별점을 가졌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타짜>는 물론이고 <도둑들>에서도 수많은 스타들의 매력을 누구 하나 빠지지 않게 잘 담아냈었죠. 하지만 이번 <외계+인>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매력 있는 캐릭터가 전무했습니다.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은 능청스러운 말투로 보나 도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나 강동원이 연기한 '전우치'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배우와 캐릭터의 궁합은 좋았다고 생각하나 '전우치'에 비하면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김태리 역시 다른 작품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편이었고 김우빈 배우는 1인 2역까지 하며 열심히 활약하지만 어떤 역할로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합니다. 소지섭 배우도 크게 다를 게 없었고요. 이 모든 건 배우들의 연기 문제라기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한 연출 탓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 <외계+인>에서는 최동훈 감독 특유의 재치와 유머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 같은 작품에서는 입에 착착 감기는 대사로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주었고 영화 속 대사들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었죠.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사가 거의 없었고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 자체도 많이 떨어져서 뭔가 웃긴 말을 내뱉는 거 같긴 한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주인공 '무륵'의 조력자인 '우왕'과 '좌왕'은 이름처럼 코믹한 행동들을 통해 웃음을 주려하지만 전혀 유효타가 없었고 후반부에 염정아와 조우진 배우가 그나마 고군분투하지만 그조차도 다소 역부족이었습니다.
2부로 나누어 개봉하는 <외계+인>은 영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최동훈 감독 본인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도전 정신에 있어서만큼은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한국 영화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니깐요. 하지만 도전 정신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진 못합니다. 아무리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라도 관객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최동훈 감독의 이번 도전은 다소 무모했던 것 같습니다. 과연 내년에 개봉할 2부에서 1부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지. 솔직히 저는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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