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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Dec 21. 202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스파이더맨을 사랑해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종합 선물 세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 연말 최고의 기대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보고 왔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할 당시 스포를 당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스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개봉일에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제작한 3번째 <스파이더맨>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이란 캐릭터의 인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한 것도 있겠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에 사람들이 더 기대감을 가졌던 이유는 역시나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빌런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겠죠.



이미 예고편을 통해 이들의 등장이 알려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등장하는 모습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더군요. 단순히 이 캐릭터들이 나와서가 아니라 예전에 이들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다시 그 캐릭터들을 연기했기에 더 놀라웠죠. 특히나 '닥터 옥토퍼스'와 '그린 고블린'이 등장하는 순간엔 소름이 돋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도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빌런들 중 이 두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이번 <노 웨이 홈>에서도 빌런들 중 이 두 사람의 활약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렉트로'도 나름대로의 액션을 보여주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리자드', '샌드맨'의 존재감은 미비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빌런들만큼이나 사람들이 기대했던 점이 있다면 역시나 '삼스파'의 실현 여부였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이 나오는 만큼 역대 '스파이더맨' 주인공이었던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출연 가능성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마블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적은 없었기에 이들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마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후반부 위기에 빠진 '피터'를 찾기 위해 '네드'가 마법을 이용해 포털을 열자 포털 너머로 '스파이더맨'이 걸어오는데 그 '스파이더맨'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아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그의 얼굴이 나오는 순간 영화관에서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뒤이어 '네드'가 다시 포털을 열고 이번엔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까지 하더군요. 사실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이 영화를 보다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는 순간 짜증이 났을 겁니다. 하지만 이날은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들과 같은 심정이었거든요. 앤드류 가필드를 보는 순간엔 소름이 돋았고 토비 맥과이어를 봤을 땐 소름을 넘어 뭉클하기까지 하더군요. 뒤이어 톰 홀랜드까지 사람들이 그토록 꿈꿔왔던 '삼스파'가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은 아마 올해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집대성한 작품인 만큼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떠올리게끔 하는 장면도 꽤 보였습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나왔던 <스파이더맨> 최고의 명대사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과 더불어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MJ'를 향해 '피터'가 손을 뻗는 장면은 자연스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마찬가지로 추락하는 '그웬'을 구하려던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이번 <노 웨이 홈>에서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가 추락하던 'MJ'를 구하게 되죠. 또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메이' 숙모를 죽인 '그린 고블린'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톰 홀랜드의 '피터'가 '그린 고블린'의 글라이더로 그를 찔러 죽이려 하자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가 그를 막는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편에서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가 피한 글라이더에 찔려 '그린 고블린'이 죽었던 걸 생각하면 이 장면 또한 상당히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번 <노 웨이 홈>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슈퍼 히어로의 진정한 역할을 다시 상기시키는 점이었습니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모두 악당들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적들을 무찌르는 것이 아닌 적들을 치료하기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그 말인즉슨 이 영화에서 말하는 슈퍼 히어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들이 가진 힘으로 생명을 빼앗는 것이 아닌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그 생명에는 그들이 싸우는 악당도 포함이 되는 것입니다. 초반부 '피터'가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고 그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었던 것도 단순히 정체가 밝혀진 것뿐만 아니라 살인자라는 오명까지 씐 것도 큰 이유였기에 슈퍼 히어로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악당들과 맞서야 하는가를 이번 영화에서 잘 보여주고 있죠.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영화를 다시 평가하자면 이번 <노 웨이 홈>이 역대 마블 최고의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역대 <스파이더맨> 영화들 중에서도 최고였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특별한 작품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노 웨이 홈>을 고를 것입니다. 그만큼 <노 웨이 홈>은 오랫동안 <스파이더맨>을 사랑해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너무나 멋진 작품이었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편부터 <노 웨이 홈>까지 동시대에 <스파이더맨> 영화를 8편(<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까지 포함하면 9편)이나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스파이더맨'의 팬으로서 너무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키 영상은 총 2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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