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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Dec 23. 2021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

특별한 조직의 평범한 시작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킹스맨> 시리즈가 3번째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 2편이었던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킹스맨'의 탄생 비화를 다룬 프리퀄 작품입니다. 그렇다 보니 기존 <킹스맨> 시리즈의 흥행을 이끌었던 두 주인공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튼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볼 수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2편에서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었었는데 이번엔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튼도 없기 때문에 과연 관객들에게 1편만큼의 큰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과거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영화의 주된 배경은 1910년대, 모두가 잘 아시는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입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건 이러한 실제 역사적 사건을 스토리 라인에 녹여내는 점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혼란스러웠던 상황 속에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조국인 영국을 지켜내기 위한 주인공들의 사투를 그려내는데 이러한 스토리를 통해 '킹스맨'이란 조직이 왜 만들어졌고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무엇인가를 담아내는 방식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킹스맨>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소 잔인하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안겨주기도 하는 시원시원한 액션이죠. 앞선 두 편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퍼스트 에이전트>도 청불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킹스맨> 특유의 액션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몇몇 액션씬들은 꽤 괜찮았습니다. 초반부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라스푸틴'이 춤을 추듯 칼을 휘두르는 액션과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 '옥스포드'와 최종 빌런이 대결을 하는 장면은 충분히 눈길을 사로잡을만했죠. 하지만 청불인 것치고는 수위가 그렇게 세지도 않았고 이 두 장면을 제외하면 크게 번뜩이는 액션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콜린 퍼스가 신사다운 말끔한 슈트를 입고 보여주었던 화려한 액션들과 같은 <킹스맨> 특유의 고품격 B급 갬성 역시 이번 작품에서는 잘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킹스맨> 시리즈를 보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액션뿐만 아니라 빌런에 대한 아쉬움도 컸습니다. 극 중에는 최종 빌런이 있고 그 밑으로 여러 부하들이 있는데 앞서 말했던 '라스푸틴'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을 만큼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최종 빌런은 후반부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데 이렇게 의도적으로 최종 빌런의 정체를 감추는 것이 신비감을 조성하는 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인해 최종 빌런이 우리가 아예 모르는 인물이 아니라 얼굴이 한번 드러났던 인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흐름으로 가게 됐고 그만큼 최종 빌런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의 임팩트도 약했습니다. 빌런과 마찬가지로 '옥스포드'와 '콘래드' 등 주인공들도 기존 <킹스맨> 시리즈의 주인공들과 비교했을 때 매력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흥미도 자연스레 떨어지게 되었죠.



지금까지 나왔던 여러 시리즈 영화들을 보면 한두 편의 큰 성공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걷는 작품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이 있죠. 이번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보면서 문득 <킹스맨> 시리즈도 잘못하다간 이들과 같은 노선을 탈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또 새로운 작품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면 1편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킹스맨>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매력이 꼭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쿠키 영상은 총 1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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