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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Jan 04. 2022

<해피 뉴 이어> ★★

배우들의 화려함으로도 가릴 수 없는 수준 낮은 이야기들의 향연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제나 이맘때가 되면 연말과 새해 분위기에 걸맞은 영화들이 타이밍에 맞춰 개봉을 하는 경우가 많죠. 작년 같은 경우엔 <새해전야>가 있었고 올해엔 바로 <해피 뉴 이어>가 관객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어떤 영화인지를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등의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이고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으로 유명한 곽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배우들의 비주얼은 역시나 훌륭합니다. 이동욱, 이진욱, 김영광, 서강준 등 미남 배우들은 여심을, 한지민과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는 원진아 등의 여배우들은 남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죠. 그러나 배우들의 비주얼만 볼 거였다면 집에서 유튜브 영상이나 보지 굳이 영화를 보러 오진 않았겠죠. 결국 중요한 것은 이 화려한 배우들을 데리고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까인데 이 부분에서 영화는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많이들 보신 <러브 액츄얼리>처럼 이 영화 역시 여러 캐릭터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보니 모든 이야기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뤄지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각각의 서사를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에도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고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전환되니 산만하기 그지없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서사를 제대로 다뤄주지 못하니 당연히 캐릭터들의 매력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암만 배우들이 비주얼 좋고 연기를 잘한다 해도 캐릭터 설정 자체가 너무 평범합니다. 이동욱, 서강준 같은 미남 배우들은 그저 폼 잡고 멋있는 척하는 정도의 용도로 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이들의 과거 사연 역시 전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한지민, 원진아 배우 또한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약간 엉뚱한 매력을 가진 예쁜 여주인공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연기만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든 건 배우들의 문제가 아닌 시나리오 자체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피 뉴 이어>는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즐기기 위해 보는 유형의 작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웃음 코드마저도 너무 진부하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배우는 강하늘과 이광수인데 이들이 하는 거라고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개그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전부 뻔한 레퍼토리였고요. 대사로 유발하는 웃음 포인트들도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웃음도 못 줄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로맨스물로도 실패작에 가까웠습니다. <해피 뉴 이어>는 10대 학생들의 학원 로맨스부터 20·30대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중년의 로맨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었던 것처럼 모든 이야기들을 중구난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보니 인물들의 감정선에 몰입하기도 어려웠고 각 연령대의 사랑 이야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한 채 삼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만 지겹도록 보여줍니다. 감독은 나름대로 설렘 포인트라 생각하고 집어넣은 장면들도 설레기는커녕 오글거리기만 했고요.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로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었죠. <해피 뉴 이어> 역시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꿈꾸며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을 선물하고자 했지만 <러브 액츄얼리>를 어설프게 따라한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화려한 비주얼로도 이야기의 단점을 가리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네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곧바로 나오는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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