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토끼 Jan 15. 202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원작을 향한 스필버그의 애정으로도 단점들을 상쇄하기엔 역부족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1년에 개봉하여 이듬해 열렸던 제3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포함 무려 10관왕을 달성했던 고전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약 60년 만에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재탄생했습니다. 수많은 히트작들을 만들어낸 살아있는 전설 스필버그 감독조차도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최근 열렸던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죠.



사실 저는 이번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조금 더 컸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원작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원작을 보면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퍼포먼스였는데 이번 리메이크작 역시 오프닝 장면을 비롯해 거리를 누비며 펼쳐지는 화려한 퍼포먼스 장면들과 파티장에서 펼쳐지는 댄스 배틀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과 살짝 달랐던 점이 있다면 오프닝 장면에서 '제트파'와 '샤크파'가 시비가 붙는 부분인데 원작에서는 두 집단의 몸싸움을 춤으로 승화시켰다면 리메이크작은 좀 더 과격하게 주먹이 오가는 패싸움으로 그려내며 이들의 갈등을 더욱 격하게 표현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된 갈등은 백인들로 구성된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출신들로 이루어진 '샤크파'의 대립인데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인물들이 스페인어를 말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번 리메이크작에서는 의도적으로 스페인어에 대한 자막을 넣지 않았습니다. 초반부에 일찌감치 자막을 통해 이를 안내하고 있고, 극 중에서 어떤 인물이 스페인어를 말하면 다른 인물이 그 사람을 향해 영어로 말하라고 하는 장면도 꽤 나오는 편입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관객들도 언어의 장벽을 느끼게 됨으로써 두 집단의 갈등을 더욱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겠죠. 이런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페인어 자막을 안 쓰기에는 스페인어의 비중이 꽤나 많은 편이었는데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에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자막이 나와줬으면 하는 부분에서조차도 자막이 나오질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런 부분도 감독이 노린 의도였을 수 있겠죠. 그러나 아무리 배우가 얼굴로 감정을 표현해도 그 사람이 감정을 끌어올리며 쏟아내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으니 관객 입장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앞서 저는 원작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후반부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그려내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후반부 '제트파'와 '샤크파'의 정면충돌 과정에서 '베르나르도'가 실수로 '리프'를 죽이게 되고 이를 본 '토니'가 화를 못 참고 '베르나르도'를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큰 슬픔에 잠기게 되는데 자신을 찾아온 '토니'를 향해 울분을 토하지만 '토니'에 대한 사랑이 컸던 '마리아'는 곧바로 그를 용서하고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되죠. 저는 이런 스토리가 말이 안 된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애초에 영화란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말이 안 되는 것도 용인하면서 보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을 죽였음에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쉽게 용서하는 '마리아'의 감정선을 도저히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원작을 볼 때도 그랬고 이번 리메이크작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사랑 앞에서는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 않다는 막무가내에 가까운 내용의 노래 가사가 나오기까지 하니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공감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이번 리메이크작의 또 다른 아쉬움은 배우들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냈던 안셀 엘고트는 이번 영화에서는 특별히 노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연기가 출중했던 것도 아니어서 남주로서의 임팩트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었던 여주인공 레이첼 지글러의 경우 노래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정말 예뻤지만 과연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 외 원작에서 '아니타'를 연기했던 리타 모레노가 이번 리메이크작에 다시 출연하여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발렌티나'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부분은 흥미로웠으나 그녀 역시도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고 다른 조연 배우들도 원작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비교하면 크게 기억에 남는 인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아니타'를 연기한 아리아나 데보스는 나름대로 존재감을 보여준 편이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어낸 리메이크작이지만 원작의 장점은 옅어지고 단점은 여전히 그대로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나오는 OST도 크게 기억에 남는 게 없었는데 아무래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는 작품 자체가 저랑은 맞지 않는가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피 뉴 이어>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