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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Aug 05. 2016

패션 앤 서스테인어빌리티

Where am I wearing? -  난 어디를 입고 있나?

최근 친환경 패션이 조명을 받으며 소비자의 패턴도 그에 맞추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 방식이 본인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소비를 통해 환경 보전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그들의 만족도는 배가 된다. 친환경 패션과 함께 따라붙는 형용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지속 가능한'이란 형용사다. 간혹 이 의미가 환경 보전에 극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아니다. '사회'와 '경제' 또한 '환경'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이며, 대체될 수 있어야 한다.




서스테인어빌리티(Sustainability)란?


'서스테인어빌리티(Sustainability)'란 '지속하다(Sustain)'와 '능력(Ability)'이 합쳐서 만들어진 말, 즉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지속 가능성'을 의미한다.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총 이 세 가지 요소를 지속시켜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 서스테인어빌리티의 목적이다. 이 세 가지는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스테인어빌리티를 구성하는 요소들' from University of Michigan Sustainability Assessment

오늘날의 패션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그 작지 않은 시장과 서스테인어빌리티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입고 소비한다. 그러므로 본인이 패션과 무관하다 믿는 사람조차도, 이미 무언가를 걸치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이 시장에 포함되어 있다.


빅토리아시크릿 '여성'을 위해 '여성'을 착취하다


미국의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 은 자사 제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천을 아프리카에서 재배한다. 문제는 이 천을 재배하는 노동자 중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10대 소녀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 천을 따러 가기 위해 이 소녀들은 몇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목화밭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길은 그 소녀들에게 목숨을 건 여행길이다. 목화밭으로 가는 길은 심각한 우범지대이기 때문에 그 소녀들은 약탈, 성폭행, 심지어 살인까지 당할 위험을 감수해가며 천을 따러간다.

8bitdad 신문사, 브라이언 퍼거슨의 '빅토리아시크릿의 어두운 비밀' 中 표지

여성 속옷 회사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린 소녀들이 착취되는 아이러니를 보면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난다. ‘여성을 위해 그리고 여성에 의존하는 아이들을 위해(Good for women. Good for the children who depend on them)’라는 슬로건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흑인 소녀를 포함한 아이들을 착취해가면서 제품을 제작하니, '페미니즘은 백인 상류층 여성의 인권을 위한 운동'이라는 회의론에 화끈하게 불을 붙여주며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추락했다.


'라나 플라자' 의류 공장 붕괴 사고


2013년 4월 23일에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라나 플라자' 의류 공장이 무너져내려 약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패션 업계에서도 최악으로 꼽히는 사고이다. 의류 공장이 붕괴한 이유는 다름 아닌 부실공사였다. 하지만 건물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고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조명받은 이유는 이 사건을 통해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자가 받는 대우가 매우 비인간적이며 그들의 급여도 국제노동법 기준 이하의 금액임이 드러나 '월마트(Wal-mart)'나 '제이씨페니(JC Penny)'같이 방글라데시에서 옷을 제조하는 회사는 보이콧을 당하거나, 몇몇 회사는 도덕적인 이유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당시 사고 현장인 '라나 플라자' 방글라데시, 달카

방글라데시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많은 의류 회사가 이곳에 공장을 짓는다. 한국에서의 대부분 SPA 매장의 옷도 방글라데시에서 수입된다고 보면 된다. 이 사건을 통해 방글라데시 정부 측은 노동법에 대한 강화를 선언했으나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회사에 대한 보이콧도 시간이 지나 시들해졌고, 2016년 2월 방글라데시 H&M 의류공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화재가 발생했다. 심지어 '라나 플라자'사건의 책임자들은 방글라데시 정부와 법원의 서류 검토 기간 명목으로 3년이 지난 올해 7월에 들어서야 재판이 시작되었다.


탐스(TOMS)의 'One for One' 캠페인


글로벌 신발 브랜드, 탐스(TOMS), 의 경우 신발 자체보다 사회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 브랜드는 'One for One'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없어 질병에 노출되거나 혹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전달한다. 그리고 이 캠페인에서 파생한 다양한 방식의 소비자 참여 마케팅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후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명실상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탐스(TOMS) 로고


Where am I wearing?


사실 우리가 쇼핑을 하면서 신경을 쓰는 부분은 디자인, 가격, 그리고 퀄리티 정도가 되겠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 모든 이들이 공공연하게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경기에 당연히 좀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스마트 쇼퍼는 현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구매를 할 때에 내가 지불하는 금액에 원가를 빼면 유통비가 남는데, 그 유통비가 과연 균등하게 배분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잠시라도 해보았으면 한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저렴하게 구입한다는 것은 중간 단계에서 분명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합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됨을 반증한다.


대게 우리는 옷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고가의 브랜드의 경우는 확인하겠지만, 이는 페널티가 아닌 메리트적 성격이 강하다. 'Made in Italy'는 심리적으로 아이템의 퀄리티를 확실히 보증한다. 편집샵이나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는 'Made in China'만 아니면 소비자는 큰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 외에 국가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환경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 트렌드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요소에 대한 인식도 증가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소비를 통해 생산자가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이 사회를 유지하는 것도 환경 못지않게 중요하다. 무조건 싸게 구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사회가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 제품의 텍을 볼 때, 가격을 보기 전 이에 대한 답을 먼저 확인하기 바란다.

Where am I wearing?

※P.S. 미국의 저널리스트, 켈시 티머맨(Kelsey Timmerman)의 저서 '윤리적 소비를 말한다(원제: Where am I wearing?)'은 그가 그의 옷의 텍을 확인하고 직접 본인의 옷을 만든 이와 장소를 찾아가 적은 수필이다. 패션 업계는 물론이고 경영 및 경제학 혹은 사회학이나 국제학에 흥미가 있는 분들께도 필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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