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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Nov 10. 2016

최순실 쇼크와 여성 대통령의 몰락

여성 혐오로 리프레이즈(Rephrase) 되지 않길…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리고 그녀의 몰락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건국이래 유래 없는 스캔들로 인해 현 정권은 국민 대통합을 이루었다—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대구, 경북에서도 등을 돌렸으니 말 다했다. 국민들은 촛불 집회를, 대학생과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문화계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샤머니즘 정치’라는 신정국가에서나 가능할 법한 타이틀을 가지고 변방국들과의 외치는 불가능하거니와 5%대라는 지지율을 가지고 내치는 더더욱 불가능 한 상황이다. 하야를 외치는 국민과 야당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비박과 친박으로 나뉘어 이렇다 할 대안 없이 넋 놓고 서로 방관하며, 신임이 다 떨어지다 못해 지하 암반수까지 땅을 뚫고 처박힌 검찰의 조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사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이 문구 하나로도 그녀가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믿었던 필자에게 이번 스캔들은 너무나 참담하고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화가 나는 일이다. 대선 토론 때, “그래서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니겠어요?”라는 면피용 발언부터, “온우주가 도울 것”, “전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기운이 난다” 등 우리가 알아챌 단서는 충분히 주어졌는데도 알지 못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투표로 인해 선출된 대통령이고,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다른 사람 찍었네, 나는 투표 안 했네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그녀를 찍은 나의 잘못이고, 그녀가 당선되지 못하게 더욱 강하게 타 후보를 홍보하지 못한 잘못, 그리고 투표를 하지 않아 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진짜 ‘여성 대통령’일까?

이 질문을 들으면 분명 사람들이 갸우뚱할 것이다. “아니 그럼 박근혜가 여자지 남자냐?” 물론 그녀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맞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그녀의 상징성이다. 50대에서 60대 이상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부분에서 우리는 박근혜를 통한 박정희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려는 그들의 갈망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박근혜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사람으로서의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의 화신으로서 그녀를 선택했다. 그의 후광을 등에 업은 박근혜가 마가렛 대처 같은 인물과 비교될 수 없는 명백한 이유이자 그녀의 딜레마이다. 그녀는 ‘여성 대통령’이 아닌 ‘박정희의 화신’ 일뿐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 사태를 통해 여자가 정치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더욱 확고히 굳어져 이를 이용해 여성 혐오에 대한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에게‘남자가 다 그렇지 뭐’라는 프레임을 단 한 번도 적용시키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그녀에게도 성별을 통한 프레임을 적용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순실 게이트→박근혜 게이트→최순실 쇼크


사람들은 이 스캔들을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여 부르는데, 이 ‘게이트’라는 명사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어 사임하게 된 통칭 ‘워터게이트 사건’으로부터 유래가 되었다. 이 후로 정치인 혹은 기업인의 도덕적 스캔들을 일컬어 부르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는데, 여기서 우리는 최순실 씨가 일개 민간인임을 감안하면, 이는 근본 원인을 제공한 정치인인 ‘박근혜 게이트’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지금 와서야 사실 이게 무슨 문제이겠냐 만은.

헌데 필자가 지금 가장 궁금한 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느냐다. 도덕적 관념이란 문화, 사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과연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이 문제가 비도덕적인 행동임을 인지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그녀의 행동 패턴이나 사용해온 언어들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그녀의 1분 35초짜리의 첫 번째 대국민담화와 9분 넘어가는 두 번째 대국민담화를 미루어 보았을 때 그녀는 지금 국민의 분노에 대한 공감도 전혀 하지 못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그녀의 도덕적 기준은 배제하고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함께 연루된 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한 국정 마비, 국민들이 느끼는 무기력감과 좌절감, 이 사실관계만 나열해 놓고 보았을 때 이 사건은 ‘최순실 쇼크’로 부르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은 72만 원…그리고 가방은 ‘토즈’


아는 지인과 이 사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꽤나 흥미로운 관점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기에 깜짝 놀랐다. 이런 류의 노이즈 마케팅이 꽤나 긍정적인 요소이며 조현아 검찰 출석 때에도 그녀가 입은 코트나 모자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품이라 그녀를 통해 인지도가 증가했다는 의견이었다. 최순실의 신발 이야기이다. 이걸 듣자마자 필자는 입이 떡 벌어졌다—참고로 저 이야기를 한 지인은 패션학도 남자다.

최순실 신발이나 가방을 통해 우리가 통찰해야 할 것은 기득권층이라 불리는 이러한 자들이 이런 시국에 국민들 눈치를 살피며—이것도 확실 치는 않지만—필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제품 중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선정하고 검찰조사에 나갔을 터인데 그것이 72만 원이라는 점과 압수 수색하면서 나온 그녀의 애장품들의 가격과 출처가 어디인지를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 여성성이 더 강한 패션분야 속에서 여성이 검찰에 출두할 때 그들의 패션이 논의되는 현상도 결국 남성이 주류가 되는 이 사회에서 결국은 ‘여자들은 이 시국에 저런데 관심을 가지는 거야?’라는 프레이즈(Phrase)를 재생산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이는 여성 혐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패션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그리고 여남을 떠나서, 지금 진짜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국민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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