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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y 16. 2017

정치권이 바라보는 동성애

동성애는 찬반을 논할 수 없지만 동성혼은 다르다

치열했던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나고 집권여당이 바뀌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다. 많은 대선 토론 중 가장 뜨거운 이슈가 오갔던 4월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동성애'이슈가 홍준표 후보의 입에서 언급되었다.

2017년 4월 27일 JTBC <썰전> 캡쳐본

토론 직후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저 발언 때문에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물론 성소수자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권변호사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는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적잖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문재인 후보의 저 답변은 전략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다고 생각한다.


진보주의와 동성애

사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답변은 자유, 관용, 그리고 합리의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주의가 바라보는 동성애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사실 글로벌 기준으로 보았을 때 더불어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만 이 토론회에서 가장 진보를 대변하는 답변을 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였다.

2017년 4월 27일 JTBC <썰전> 캡쳐본

다만 위에도 언급하였듯이 문재인 후보의 답변은 전략적으로 옳았고 설령 특정 집단에 의해 비판을 받을지언정 그는 19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 정치인은 표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다수의 이익을 고려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아래의 통계가 보여주듯 30%도 채 되지 않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는 없다. 또한 동성애 이슈만으로 유권자의 선택이 좌지우지될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서 정착되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한국 유권자와 이슈 III: 성소수자(LGBT) 인식 (2015)

실제로 2015년 미국에서의 동성혼 합헌을 이루어 낸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도 첫 선거운동 당시에는 동성애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중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클링턴(Hillary Clinton)의 경우도 이번 선거에서는 명명백백히 LGBT를 지지한다고 천명하였으나 과거에는 굉장히 반대했었다.

'The First Gay Presdient' (성 소수자를 위한 첫 대통령)

이들의 입장 선회는 개인의 변화일 수도 있고, LGBT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활용한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국민은 그들이 이루어 낸 것을 보아야 한다. 예컨대 성(性) 중립 화장실, 'Don't Ask, Don't Tell'정책의 폐기, 그리고 미국의 동성혼 합헌 등 미국의 역대 정권 중에서 오바마 정부만큼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직접 실천에 옮긴 정부가 유일무이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수주의자는 호모포비아?

앤서니 케네디(Anthony Kennedy) 대법관

그렇다면 진보주의는 친동성애적이고 그에 반하는 보수주의는 반동성애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2015년 미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이 5:4라는 근소한 차이로 결정이 났으나, 이 결정에 캐스팅 보드를 쥔 앤서니 케네디(Anthony Kennedy)대법관도 중도보수적 성향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 하에서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며 성소수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불행히도 미국에선 결혼의 선택지가 없다. (중략) 난 모든이가 권리를 갖길 원한다. 난 2급시민이 되길 원치않는다." by 딕 체니

부시 정권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Dick Cheney)는 공화당 내에서도 굉장히 급진적인 극우파 성향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당시 공화당에서 매사추세츠 주와 같은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에 대해 수정헌법 조항을 통한 동성결혼 금지를 맹렬히 반대를 했었다. 그도 케네디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평등을 강조했다. 그의 딸이 레즈비언인 점과 그녀의 파트너와 함께 자식을 입양 한 점도 동성애를 대하는 그의 입장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는 딸의 정체성을 포용해 주었고, 이는 그의 정치적인 스탠스와도 이어져있다. 보수주의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인 공화주의의 근간인 가족주의를 우선으로 두었기에 공화당 내에서도 그가 이러한 입장을 취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보수주의는 사회의 혼란은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지, 결코 평등을 멸시하는 게 아니다.


가장 우선순위로 두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인식의 개선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한국 유권자와 이슈 III: 성소수자(LGBT) 세대간 인식 (2015)

정치인은 국민의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다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다수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회적 인식의 개선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면 된다. 다만 이것은 정치인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사회운동가 혹은 인권운동가라 불리는 이들의 영역에 더 가깝다. 위 통계치를 보면 세대가 어릴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편하고 있다.

SBS 'SBS스페셜'中하리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中 홍석천

이러한 변화는 분명 운동가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운동가가 아닌 일반적인 국민의 역할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 홍석천, 하리수와 같은 성소수자 연예인의 등장으로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퀴어'라는 소재가 그들 덕분에 문화, 예술, 및 언론에서 다루어져 우리의 일상 속에 과거보다는 쉽게 젖어들어 그 존재가 점진적으로 친숙해졌다. 분명 그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 덕분에 성소수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이 좀 더 넓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사회는 공동체이다. 상대적으로 소수가 존재하면 분명 다수도 존재한다. 불행히도 소수가 다수에게 인정받는 순간 평등이 가능케된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동성혼...

2015년 동성혼 합헌후의 백악관

당시 심상정 후보의 동성애는 찬반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는 말에는 깊이 동감을 한다. 학술적으로도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선천적인 이유인지 후천적인 이유인지 아직까지도 논의 중인 사안이다. 태생적인 이유이든 후천적인 요인이든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다만 동성혼은 아직까지 별개에 사안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르면 혼인은 양성 간의 결합은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동성 간의 혼인은 불가능하다. 결국 동성혼이 국내에서 가능케 되려면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이 필요한데 헌법재판소에서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민심과 사회적 분위기이다.

1969년 스톤월 항쟁

미국은 1969년 일어난 스톤월 항쟁 같은 성소수자 운동의 굵직한 사건과 더불어 1973년 미국심리학협회(American Pshychology Association)에서 동성애를 정신장애진단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비로소 2015년 동성혼을 5:4라는 다소 불안한 비율로 합헌하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민주주의의 역사도 짧을뿐더러, 영국으로 부터의 독립을 통해 '자유'를 기반으로 세워진 미국과 뿌리 깊은 유교사상이 문화의 근간인 우리나라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전망한다.


운동권에 대하여...

당시 문재인 후보의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연설' 중 일어난 성소수자 기습시위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현재 운동권을 통해 나타나는 양상이다. 분명 사회운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다. 너무 급진적이거나 사회적 규범과 동떨어진 사회운동의 행동 양상은 사회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동질성이 강한 국가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이바지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퇴보되지 않음과 동시에 소수자가 사회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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