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13

근교 여행하기 03.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된 히로나를 향해

by Eddie Kim

이번 바르셀로나 여행에서는 근교를 최대한 많이 가보고 싶었다. 몇 년 전 첫 방문 때는 바르셀로나만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벅차고 짧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히로나(Girona)는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중세 시대의 구시가가 그대로 남아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한때 내가 좋아했던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하던데.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히로나가 궁금해 세 번째 근교 여행지로 정하게 되었다.


히로나, 중세를 걷는 도시

지로나 또는 히로나라고 불리는 이곳은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고 한다. 한때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 때문에 관련 유적도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세 성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성벽을 따라 걸으며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바르셀로나의 Passeig de Grácia 역에서 약 한 시간 반정도 걸리고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어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다.

히로나는 오냐르 강(Riu Onyar)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와 구시가로 나뉘는데 다리 하나 사이에 두고 상반된 느낌을 주는 건물들이 나뉘어 있어 재밌다. 넓고 정돈된 신시가와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구시가의 모습이 매력있다. 히로나는 오냐르 강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와 구시가로 나뉜다. 강 하나를 두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건물들이 이어져 있어 대비가 분명하다. 넓고 정돈된 신시가와,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힌 구시가의 모습이 흥미롭다.

히로나 역은 신시가 쪽에 있어 도착 후 오냐르 강까지는 도보로 약 10~15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덩굴과 그래피티로 꾸며진 차도 아래를 지나게 되는데, 예상치 못한 장면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강 위에는 붉은 철제 구조물의 다리가 있는데, 흔히 ‘에펠 다리’라고 불린다. 에펠탑의 설계자인 에펠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강 건너편에서 다리와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멀리서 함께 보이는 장면이 더 예쁜 것 같다.


Girona 역에 도착했다
벽면에 예쁘고 특이한 그래피티가 잔뜩 그려진 다리
오냐르강 옆으로 암스테르담처럼 아기자기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히로나 대성당과 아랍 목욕탕

구시가 쪽으로 가다 보면 히로나 대성당(Catedral de Girona)이 모습을 드러낸다. 14세기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이 대성당은 건물 파사드의 양식과 내부 양식이 다르다고 한다. 정면은 바로크 양식, 내부는 고딕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천지창조 태피스트리가 보관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내부까지 들어가 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이곳이 바로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알려져 있어 그런지 계단에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대성당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성당 오른쪽 길로 조금만 걸으면 아랍 목욕탕(Banys Árabs)이 있다. 이름 때문에 신기하고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다. 돔 형태의 천장과 위에서 내려오는 햇빛은 아름다웠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유적의 "터" 형태로 남아 있어서 돌밖에 없었다. 온탕·냉탕 구조에 대한 설명이 정리되어 있어 당시의 목욕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긴 했지만 정말 이게 끝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곳도 왕좌의 게임에 짧게 나온 촬영지다.)


왕좌의 게임에 나왔던 바로 거기, 히로나 대성당
대성당 정면의 디테일한 조각들
중세의 거리를 간직한 히로나의 구시가. 매끌거리는 돌바닥이 신기하다
오냐르 강 다리에서
천장이 돔처럼 되어있는 아랍 목욕탕. 위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예쁘다
하늘보며 걷다 발견한 장식 인형. 무슨 의도일까


히로나 성벽 걷기

이곳저곳 살펴보며 걷다가 예약해 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젤라또 하나를 들고 성벽길 산책에 올랐다. 별다른 정보 없이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성벽을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둘러보며 골목을 여러번 돌았는데, 결국 찾은 입구는 대성당 바로 옆 쪽 길이었다. (나중에 블로그를 찾아 보니 다른 루트로도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성당 계단을 올라와서 우측으로 가다가 앞을 보면 작은 터널 같은 골목이 보이는데 그 길로 가다 보면 공원이나 정원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그곳에서 바로 성벽으로 올라갈 수 있다.

사실 산책할 때만 하더라도 성벽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인데 지금 와서 보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장소다. 성벽 위를 따라 걸으면 구시가의 지붕과 골목, 멀리 이어지는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는 더웠지만 성벽 위에서는 바람이 불어 한결 시원했다. 좁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색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성벽 아래로는 작은 정과 별장처럼 보이는 집들이 보였다. 그곳에서 일주일정도 지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고즈넉한 옛 도시’ 정도로 상상하고 왔지만, 히로나는 생각보다 훨씬 중세적인 분위기를 잘 간직한 곳이었다. 왜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었는지 너무나 공감되는 도시였고 이전의 근교 여행지였던 시체스, 몬세라트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도시여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집에 가서 그림그리고 싶다.


이 통로로 들어가면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옆에서 바라보는 히로나 성벽
성벽을 걸으면 볼 수 있는 히로나 풍경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