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내는 생일
아침에 눈을 뜨니 카톡이 여러 개 와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보낸 생일 축하 메시지였다. 바르셀로나에 오기 전부터, 타지에서 보내는 기념일에 대해 작은 로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기, 새해맞이는 뉴욕에서 보내기 등이 그렇다. 이 중에 다른 나라에서 보내는 생일도 작은 이벤트로 있었기 때문에, 메시지를 확인하던 순간만큼은 올해 생일이 꽤 특별하게 느껴졌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 엄마와 짧은 통화를 마칠 즈음에, 엄마가 오늘 생일이니까 케이크라도 사서 먹고 뭐라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라는 말을 하셨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늘 누군가가 준비해주거나, 함께 나눠 먹는 자리 속에 있었지 혼자 고르는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이방인으로 살아보는 지금 이 생활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생일이라는 날에는 그 사실이 조금 또렷해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오늘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어딜 가고 싶다거나, 꼭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괜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몸과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무심하게 시간만 흘려보냈다.
오후마저 이렇게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고딕 지구 근처의 치즈 케이크 맛집에서 조각 케이크를 하나 샀다. 케이크랑 커피 하나 달랑 들고 내가 좋아하는 공원으로 가 햇빛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타지에서 보내는 오늘은 조금 쓸쓸한 생일인 것 같다. (그것과 별개로 케이크는 너무너무 맛있었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