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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Aug 24. 2024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27

마침표. 잘 지내다 갑니다, Hasta luego!



오지 않을 것 같은 5월의 끝이 결국에는 오고야 말았다. 시간 참 빠르다. 내일이 되면 벌써 방 계약이 끝난다. 나를 아늑하게 감싸주던 집과의 이별이다. 첫날 이 소담한 노란 방을 마주했을 때 참 마음에 들었고 온전한 내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간간이 들려오던 동네 사람들의 생활 소음과 밤이 되면 4, 5월임에도 추운 방 때문에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정말 내 집처럼 편안하다. 떠나는 날이 한참 남은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 짐을 싸게 되는 순간이 오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는 동네 산책을 하면 보낸 시간이 많다. 처음에는 동네 탐방을 하며 부지런하게 보내겠다는 의욕이 있었는데 한국에서와 똑같이 빈둥거리며 생활하다 보니 아직 못 가본 곳이 있다는 게 아쉽다. 이번주는 하루하루 아쉽고 서운하고 그랬다. 3일 전 마지막으로 Mercadona에 가서 장을 볼 때도, 단골처럼 자주 가던 카페를 마지막으로 갈 때도, 새롭게 발견한 맛집을 갔을 때도, 더 이상 구글맵을 보지 않고 동네를 돌다가 돌아오는 길에도 그냥 마음이 그랬다.


방에서 나온 후에는 2일 동안 호텔에서 묵으며 바르셀로나 두 달 살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를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님에도 짐을 싸며 정든 방을 정리하는 이 순간이 너무 우울하다. 마지막으로 헬스장에 가서 6월부터는 더 이상 다니지 않겠다며 결제를 취소할 때도 하나씩 내 흔적을 지우는 것 같아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었다. 두 달 동안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이 익숙한 이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한국의 우리  외에도 이렇게 익숙하고 편안하게 보낼  있었다는  행복하다. 매일 공용 공간을 청소해 주고 일주일에  번씩  수건과  청소를 해서 청결하게 지낼  있게 도와준 주인 Rosa에게 고맙다.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머물다   있어서 다행이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 하고, 이제는 남아있는 새로운 여행에 집중해야겠지. 이번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1. 혼자서 두 달 살기를 했다, 2. 4개월 동안 유럽여행을 한다 는 점도 있지만 가장 특별한 것은 중간에 가족 여행으로 일정이 바뀐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 엄마와 동생과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는데 아빠, 엄마, 동생 모두 함께 한 달간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기대된다. 가족끼리 하는 여행에서 싸움은 디폴트인데 한 달 동안 얼마나 싸워댈지. 그렇지만 또 얼마나 재밌을지.


아쉬워서 남겨 본 집 가는 길 신호등 거리


오늘은  정리를 끝내고 스페인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Inedit Damm 맥주  잔을 마시며 가족과 영상통화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이다무탈하게  지내다 갑니다. 다음에  만나요. Adiós!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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