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27

마침표. 잘 지내다 갑니다, Hasta luego!

by Eddie Kim

시간 참 빠르다.

오지 않을 것 같은 5월의 끝이 결국에는 오고야 말았다. 내일이면 벌써 방 계약이 끝난다. 첫날 이 소담한 노란 방을 마주했을 때 참 마음에 들었다. 온전한 내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어느새 익숙해진 생활 소음과 밤이 되면 꽤나 추웠던 방이 이제는 적응되어 내 집처럼 편안한데. 떠나는 날이 한참 남은 줄 알았더니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 짐을 싸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서 이번 주는 동네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자주 보냈다. 처음에는 동네 탐방을 하며 부지런하게 보내겠다는 의욕이 있었는데 한국에서와 똑같이 빈둥거리며 생활하다 보니 아직 못 가본 곳이 있다는 게 아쉽다. 이번주는 하루하루 아쉽고 서운하고 그랬다. 3일 전 마지막으로 Mercadona에 가서 장을 볼 때도, 단골처럼 자주 가던 카페를 마지막으로 갈 때도, 새롭게 발견한 맛집을 갔을 때도, 더 이상 구글맵을 보지 않고 동네를 한 바퀴 돌다 오는 길에도 그냥 마음이 그랬다.


방을 비운 후에는 이틀 동안 호텔에서 묵으며 바르셀로나 두 달 살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도시를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님에도 이 순간이 너무 우울하다. 마지막으로 헬스장 결제를 취소하면서도 이곳에서의 시간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 흔적을 지우는 것 같아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었다. 두 달 동안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이 익숙한 이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한국의 집이 아닌 곳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는 게 행복하다. 매일 공용 공간을 청소해 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새 수건과 방 청소를 해서 청결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준 주인 Rosa에게 고마운 마음이 남는다.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잘 머물다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는 남은 여행, 새로운 도시에 집중해야겠지.

이번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혼자 두 달을 보냈다는 점, 그리고 네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한다는 점도 있지만 중간에 가족과 한 달을 함께 보낸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 엄마와 동생과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는데 네 먕이 함께하는 긴 여행은 처음이다. 가족끼리 하는 여행에서 싸움은 디폴트인데 한 달 동안 얼마나 싸워댈지.


IMG_5121.HEIC 아쉬워서 남겨 본 집 가는 길 신호등 거리


오늘은 짐 정리를 끝내고 스페인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Inedit Damm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가족과 영상통화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무탈하게 잘 지내다 갑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Adiós!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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