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 테크 기업 트렌드 큐레이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인싸다. 사실 인싸라기보다는 관종에 가깝다. 동시에 그는 이 시대를 이끄는 천재 비즈니스맨임은 확실히다. 지난 일 년간의 테슬라의 주가를 보면, 그는 성공의 노하우를 일정 부분 터득했고 화제를 주도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가 큰 사고를 쳤다. 테슬라 차값을 비트코인으로 받기로 한 것이다. 테슬라는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비트코인을 정식으로 추가했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일론 머스크가 주도했음이 분명하다.
올해 들어, 자동차 업계의 동맹과 짝짓기가 한창 진행되었고, 애플카 뉴스로 뜨겁게 달아오른 자동차 업계의 주도권을 그가 한순간에 되찾아왔다. 확실히 그는 관종이다.
테슬라의 기존 현금성 자산 190억 달러(21조 원)중 약 15억 달러(1조 6천억 원)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결정은 그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절묘한 발표 타이밍을 아는 일론 머스크는 관종을 넘어서 엔터테이너 기질까지 갖춘 인물이다. 주식시장은 그의 말 한마디에 들썩였다.
사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 팻캐스트에서 "비트코인에 대해선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다"라고 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거래에서도 많이 쓰이는 것 같다"며 "비트코인이 현금을 대신할 수 있지만, 주요 결제나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현금을 대체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의 태도가 1년 새 갑자기 바뀐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논리적으로 추론되는 것은 몇 가지 있다. 그가 초기부터 주장했던 바와 같이 자동차도 인터넷을 충분히 살 수 있고, 굳이 딜러나 매장, 그리고 영업사원도 필요 없다는 그의 독특한 세일즈 방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오프라인 구매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던 신용 심사와 대출 승인, 보험 선택 등을 온라인으로 전환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개선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헷지 수단이 된다. 당분간 현금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현금 보유 자체가 리스크인 시기인 만큼, 비트코인으로 시장에 활기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테슬라의 이미지와 비트코인을 결합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 가고자 했을 것이다. 우주개발까지 넘보는 그의 큰 그림과 천재성이 테슬러 매너어층을 더욱 두텁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런 테슬라의 행보에 가장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누구일까? 바로 미 연준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달러가 많이 풀린 이 상황에서, 자칫 기존 화폐시장 체제에 도전하는 모습을 굳이 연출할 필요가 있었을까?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창업한 핀테크 전문가이기도 하다. 물론 비트코인에도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즈니스맨이라면 비즈니스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빛나는 일이지 않을까?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비즈니스맨으로서 말이다. 결국, 비즈니스맨은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작년 테슬라는 50만 대를 판매했다. 시장의 예상보다는 선전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매년 1분기 테슬라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물론 자동차 업계 비수기이기도 하다. 애플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도전장을 던진 바로 이 시점에, 이제는 진정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이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