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 테크 기업 트렌드 큐레이션]
애플카 관련 보도가 뜨겁다. 핵심은 비밀유지를 깨서도 아니고, 현대차가 단순히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결국, Non-Telsa연합의 짝짓기 과정 중의 하나이다.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이자 신경전이다. 그리고 이 짝짓기는 결국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OS를 누가 주도하느냐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확실히 현대차 그룹이 모빌리티 시장의 Next Samsung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25년 전까지 이 퍼즐을 풀 수 있는 완성차 OEM업체는 단 3~5개 업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너럴모터스(GM)는 마이크로스포트(MS)와 협력하고, 포드(Ford)는 구글(Google)과 협력을 발표했다. 애플카를 공식화한 애플 입장에서는 옵션이 많지 않아 보인다.
포드와 구글은 향후 6년간 차량 내 연결성(Connectivity)과 클라우드 기술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오는 2023년부터 포드와 링컨 차량 들은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맵, 구글 플레이 등이 탑재된다. 강력한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포드는 최근 몇 년간 독자적인 연결성(Connectivity)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연간 수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하지만 구매한 사람들 대부분이 차량에 내장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구글, MS 등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노선을 바꿨다. 경쟁사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지 못하는 사업과 업무를 과감히 포기했다.
구글 입장에서도 클라우드 시장에서 핵심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구글은 고속 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뒤쫓는 후발 주자다. 구글이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면 할수록 주요 수입원인 광고에 덜 의존해도 되며, 수익원을 분산하여 건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다.
제너럴 모터스(GM)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는다. GM은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크루즈(Cruise)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장기적 협력관계를 맺기로 한 것이다. 동시에 GM은 MS, 혼다, 기타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크루즈에 약 20억 달러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크루즈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제조 노하우 등을 공유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져(Azure)를 통해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GM은 2025년까지 30대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한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공지능(AI), 자동화 학습 기능 등 다양한 신사업이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완성차 OEM 업계에서도 협업은 계속된다. GM은 Honda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전기차 플랫폼 공유를 가장 큰 틀로 한다. 현재는 MOU수준이지만, 자동차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봤을 때, 실제 계약까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M-Honda의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게 될 차종은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종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GM의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6.4%로 1위, Honda는 9.1%로 5위였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는 점유율 확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GM은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이러한 GM의 행보는 역시나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드(Ford)는 폭스바겐(VW)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이르면 2021년부터 차량 800만 대 공동 생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역시 이유는 비용절감을 통한 미래차 기술 공동 개발과 투자이다. 양사는 2019년부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해왔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개발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드는 폭스바겐과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인 Argo AI에 공동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전기/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에도 약 5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들의 협력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이럿듯,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타 사업 간에도 짝짓기가 한창이다. 이는 결국 Non-Tesla 연합을 구성하여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들의 생존전략이다.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도 중국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의 양대 인터넷 공룡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의 3대 전기차 스타트업인 웨이라이와 샤오펑의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시 푸둥신구 정부와 함께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자동차를 설립했다.
이렇게 되면 테슬라의 지위와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신 일반 소비자는 최첨단 디자인과 기능을 탑재한 완성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2025년이면 시장도 완전히 바뀔 것이다. 완전 주행이 완성되는 시점이다.
테슬라와 같이 한 기업이 수직계열화되어 모든 생태계를 컨트롤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래차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력을 전략적 동맹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당연히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사실 구글의 Waymo도 자율주행 개발을 선도했지만, 기술 진전과 사용화는 더디다. 그 이유는 현실과 가상 간의 괴리 때문일 것이다. 디바이스를 통한 빅데이터 확보에 소홀했던 Waymo가 Tesla와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는 살아 있는 데이터를 이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빅 테크 기업들은 하나같이 안드로이드의 삼성 모바일폰과 같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파트너십과 짝짓기를 성립된다.
다만, 경험상 파트너십은 결코 쉽지 않다. 서로 다른 회사가 만나서 공동의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모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애플과 현대차가 그런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구조상, OEM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상황에서는 남은 옵션은 현대차 그룹 그리고 도요타 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아이너릭 하게도 전기차와 수소차등 미래형 기술에 대해서는 이 두 업체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고, 투자도 많이 했다. Non-Tesla 연합군의 경쟁력 있는 마지막 퍼즐로서 현대차 그룹이 제조가 아닌 데이터/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승자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