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블룸버그 혁신 지수(Innovation Index)에서 1위로 돌아섰고, 미국은 상위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지수는 연구개발(R&D) 투자, 제조/생산 능력 등 7가지 지표를 활용한다. 특히 이번 2021년 순위는 코로나 대응, 디지털 인프라, 백신 개발 경쟁 등도 일정 부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의 1위 복귀는 연구개발(R&D)과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세계 1위를 기록한 특허출원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3년 블룸버그 혁신지수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은 11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여러 이유 중에서, 이공계 분야에서 지배력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재 미국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공계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외국학생들이 트럼프의 비자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혁신지수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블룸버그 혁신지수를 보면, 한국, 독일, 이스라엘 등 특히 코로나에 민첩하게 대응한 국가들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 대응에 민첩하게 대응했던 국가는 기술이나 연구개발보다는 국가정책이나 시민의식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고 할 수 있다. 백신 개발과 접종이 본격화되면, 이들 국가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에 의해 탄생된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확산(diffusion) 및 채택(adoption)" 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받아들이고, 펼쳐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아울러, 코로나라는 유행병을 극복하는 원동력은 국가 정책과 시민 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고,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제와 봉쇄를 통해 중국이 코로나 해법을 모색했다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 여기에 우리의 시민의식도 큰 역할을 했다. 개인의 권리과 자유를 가장 우선시하는 기존 선진국들이 뒤늦게 마스크를 썼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구조적으로 한국과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민들 사이에서도 구속력이 약하다.
코로나 이후에 상황을 예상해보면, 미국은 지정학적 경쟁자에게 지적 재산을 잃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방적인 혁신에는 큰 걸림돌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기술 제재로 인해 내수 진작과 국내 R&D에 집중하는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인 모습이다. 수비와 방어는 혁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블룸버그 조사의 Top 3는 한국, 싱가포르, 스위스이다. 강소 대국의 운명과 이들의 DNA에는 공통점이 많다. 혁신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