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살아 남는다
월드뱅크가 조사한 국가별 "개인주의"지수를 살펴보면, 미국은 91점으로 일등이다. 독일이 67점, 의외로 일본의 개인주의 지수는 46점이고, 한국은 18점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지수가 낮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확연히 다르다. "이기주의"는 본인의 이득 추구에 과도할 정도로 집중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개인주의"는 문화적 구분의 한 요소로 봐야 한다. 서양이 "개인주의 문화권"이라면 "동양은 집단주의 문화권"이다. 개인주의 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면, 독립적 자기관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우리나라와 같은 수직적 집단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상호의존적 자기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결정적인 차이는, 개인주의자들은 타인 역시 나와 동등한 개념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한다. 그러므로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라는 마인드가 자리 잡혀 있다. 아울러, "결국 인생은 혼자서 해처 나가야 한다"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남에게 도움을 잘 청하지도 않고 팀플레이보다는 단독 행동을 더 선호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자의 타의에 의해서 개인주의 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들을 위한 특화된 상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일본 소니는 지난 7 월, 전용 티셔츠에 부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입는 에어컨 "레온 포켓(REON POCKET)"을 출시했다. 가격은 1만 3천 엔이며, 전용 티셔츠는 S, M, L 사이즈를 각각 1,800엔에 판매한다.
무선 마우스처럼 보이는 본체 뒷면에는 실리콘 패드가 있다. 실리콘 패드 안에는 핵심 부품인 "Pleltier Device"가 내장되어 있는데, 이 칩에 전압을 가하면 발열/냉각되는 구조이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다. 무게는 약 89그램이고, 배터리는 약 2시간 정도 작동한다. 이 제품은 지난 '19년 소니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Sonly Startup Acceleration Program"에서 기획된 상품으로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일주일 만에 목표액 6,600만 엔을 달성하기도 했다.
"레온 포켓(REON POCKET)"은 여름 외출 용도로 개발되었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실내에서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3월이라도 아직 쌀쌀해서 빛이 들지 않는 방에 혼자 앉아서 PC 작업을 할 때, 이 제품을 제품을 사용하면 상당히 따뜻하다고 말하는 고객도 있었다. 여름에는 집에서 적정한 온도를 세팅하고 에어컨을 계속해서 틀어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많이 덥지 않다면 "레온 포켓"만 착용해도 버틸만하다고 답하는 고객들도 있다. 에어컨을 함께 사용하면 집안 온도를 높게 조절할 수 있어서 에너지도 절약도 가능하다. "레온 포켓"을 착용하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원하는 온도에 맞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이 제품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일본 파나소닉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기기 "Wear SpaceE"를 개발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헤드폰과 얼굴 측면을 감싸는 디자인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지난 '18년 말 실시한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하고 '19년 5 월부터 시제품 테스트 및 구입이 가능하다. 파나소닉에서 최초로 클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상품 기획한 첫 사례로, 목표금액을 웃도는 1,630만 엔 매출을 달성했다. 가격은 3만 5천 엔으로, 클라우드 펀딩 지원금에 따라 할인 적용이 가능하다.
"Wear Space"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ANC) 기능을 탑재한 무선 헤드폰과 부드러운 저지(Jersey) 원단으로 만들어진 파티션을 조합한 제품이다. 머리에 쓰면 좌우의 파티션으로 시야가 좁아져,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헤드폰 ANC 기능이 주변 소음을 차단해준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Wear Space"는 머리 크기(사이즈) 54~62cm 정도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헤드폰에는 헤드밴드가 없는 대신, 귀에 직접 헤드폰을 걸치는 느낌으로 사용하면 된다. 제품 안쪽에 서포터(Supportor)라고 불리는 부분을 관자놀이 부근에 걸쳐둠으로써 무게를 분산하고 제품을 사용할 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내장 배터리를 통해 12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며, 무게는 약 330g으로 일반적인 헤드폰 보다는 사이즈가 크고 다소 무게가 있다. 제품의 파티션은 분리되어 세탁이 가능하다.
"Wear Space"를 쓰게 되면, 확실히 시야는 상당히 좁아지지만 위아래 공간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둡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재생하면, 나 혼자 만의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주의의 시선이다. 누군가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아는 사람이라도 쉽게 다가가서 말을 걸지는 못할 것 같다. "나 지금 집중하고 하고 있으니까 건드리지 마"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 제품의 목적 중 하나는 달성한 것일 수 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제품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이나 학교 도서관 등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품 자체는 무겁지 않지만, 휴대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사무실이나 도서관 등에서 보관하고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일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Wear Space"를 사용하고 작업을 하면 집중력을 확실히 배가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잠들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역발상으로 생각해보면, KTX 등 장거리 기차여행, 혹은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와 같이 대중교통에 도입해 보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 PC방과 만화방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위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스토리에 몰입하고, 편안하게 낮잠을 자거나 개인작업에 집중할 때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주위의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는 있다. 결국 이 제품의 핵심은 "집중력"이다.
2020년 5월, 후지츠 제네럴은 넥 타입 웨어러블 에어컨 "코모도 기아 (Comodo gear)'을 공개했다. 수냉 방식이기 때문에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야외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제품이다.
이 제품에는 열전 소자 중 하나인 "Pelitier Device"가 3개 장착되어 있으며, 이 제품을 목에 걸면, 경동맥 혈액을 냉각하여 체온을 내려주는 콘셉트이다. 발생하는"열"은 냉각수를 통해 본체의 래디에이터(Radiato)로 전달된 후, 외부로 방출되는 구조이다. 본체는 허리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넥 타입 냉각 장치는 약 170g, 본체는 약 840g이며, 제품의 색상은 경비원 분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을 고려해서 다크 그레이(Dark Gray) 색상으로 반영했다. 배터리는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시간 사용 가능하다. NFC와 블루투스를 내장하고 있어, 전용 어플을 통해 혈압이나 심박수 등을 감지하는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제품은 외부에서 활동이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비원분들과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그리고 공사현장 등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이 제품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관람객들에게 편하고 안락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소니, 파나소닉, 후지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아이디어 상품을 스타트업과 클라우드 펀딩을 연동하여 개발하고 있다. 얼리어답터나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이러한 새로운 제품을 바로 구매하여 사용할 분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은 초기 형태의 웨어러블 제품으로, 앞으로 디자인이나 사용 씬이 개선되면, 고객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코로나와 같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멀게만 느껴졌던 변화가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 변화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일찍 준비해 둘수록 좋다.
웨어러블은 개인주의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시계, 전화, PC, 택시(자동차), 이어폰, 안경 등의 단어를 생각해보자.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단어 앞에 "개인(Personal)"이란 단어를 붙여 보면 지금 시대의 트렌드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들이 현재의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어폰과 안경은 향후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이다.
따라서, 나만 편리하고 안락하면 된다라는 "이기주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 개인 중심의 상품 소비와 욕구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트렌드에 맞는 제품 개발과 상품기획 그리고 이를 통한 산업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개인화 트렌드와 더불어 , 향후 가족 중심의 소규모 활동을 장려하고 여기서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트렌드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품 개발이나 상품개발의 방향성도 이러한 개인과 소규모 활동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야 하며,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오래된 자본주의 개념에도 근번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앞으로는 개인의 취미나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혼자 즐기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통은 온라인을 통해서 진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직적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근본적인 마인드셋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동창회, 동호회 등 모임이 많다. 오히려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싸"로 치부되는 독특한 사회문화가 있다.
또 한 번의 도약과 혁신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주의 지수"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감싸고 포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외로움과 쓸쓸함을 반드시 다른 사람과 공유할 필요는 없다. 타인과의 공유와 소통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러한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익숙한 우리네 문화와 민족성도
일정 부분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왜냐하면, 개인화 트렌드가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트렌드는 더 넓고 글로벌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10년 이상이 되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1인 가구의 증대, 고령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