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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M Jul 22. 2020

초우량 글로벌 기업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양성은 왜 필요한가?

미국 영화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상에 "다양성"과 "포용성" 기준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의 수상 자격 기준에 변화가 생긴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여파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아카데미가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나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전 세계 많은 시민단체와 심지어 기업에서도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전담부서를 만들어서 관련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다양성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인가?" "더 많은 다양성을 요구하는 압력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성은 항상 옳은 것인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 있어서 "다양성"이란?

2016년 7월 27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의 셋째 날, 드디어 공식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었다. 후보 지명을 축하하며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 지지 연설에 나섰다.


"정치, 배경, 신념과 상관없이, 나는 모든 미국인 모두가  함께 하면 강해진다는 사실을 믿고 있습니다.  흑인, 백인, 라티노, 아시아인, 미국 원주민, 젊은이, 노인, 동성애자, 이성애자, 남성, 여성, 장애인, 젊은이, 노인, 장애인  누가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운 깃발 아래, 우리가 사랑하는 이 크고 굳건한 나라에 충성을 다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본 것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아는 미국입니다!"


No matter what political party, background, or belief, I've seen that most Americans believe in being strong together. Black, white, Latino, Asian, Native American, young, old, homosexual, heterosexual, male, female, handicapped, under the same proud flag, this big and sturdy we love By committing allegiance to the country. That's what I saw! That's America I know!


Obama & Clinton, 2016 REUTERS


미국의 고질적인 인권문제는 하루아침 일이 아니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결국 노예 제도를 놓고 일어난 사건이다.  이 시대에는 "Slave Patrol"이라는 경찰보다 오래된 일종의 법 집행기관(민병대와 유사)이 있었고, 이를 백인 주도로 운영하면서, 자신의 마을과 가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재판도 없이 잔혹하게 흑인을 탄압했다.  노예 제도 폐지 후에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흑인 차별문화가 남아 있었다.  


더군다나, 1900년도 초반만 하더라도 이른바 "The Segregation Era(1900~1939)"로, 유색인종의 격리, 분리정책을 폈던 시대였다.  백인과 흑인은  각각의 전용 구역을 나누어 생활했다.  시카고 폭동(1919년)과 디트로이트 폭동(1967년) 등의 사건을 계기로, 흑인들은 백인과 경찰에 대한 강한 불신과 반발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경찰은 자신들을 증오하는 흑인들을 대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현재의 미국과 1900년대 당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미국의 다문화 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생기게 된 배경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의 교육도 같은 스펙트럼에서 바라봐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차별, 추행, 폭력, 따돌림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곳이 미국 학교이다. 학생들 개개인이 너무나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그런 다른 배경이 차별, 추행, 따돌림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 1조는 누구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평등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다르다는 것은 개성일 뿐, 그것 때문에 차별받거나 무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바로 개성과 다양성을 기초로 만들어진 나라이고, 각각의 개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런 다양성이 충돌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시켜온 것이 미국의 역사다.


미국은 다르다. 우선 사람의 생김새가 너무 다양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색깔은 물론이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 언어, 종교 등 어느 것 하나 다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다르다는 것 때문에 서로 싸운다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즉 미국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사회 곳곳에 잠재해 있고, 국가는 이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교육하고 훈련하고 법을 집행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학생들의 외모에 관련해서 얘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얼굴이나, 몸매 등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옷차림, 패션 등도 된다.  만약 선생님이 한 학생을 예쁘다고 말하면 그 말은 다른 학생은 예쁘지 않다고 해석될 수도 있고, 성추행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국 교사들은 학생의 외무에 대해서 언급하는 조심 한다. 이러한 모든 배경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개인 개인주의 사회로 만들어가는 원인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다양성이란 인종, 성별, 나이 등으로 구별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지닌 가치관, 신념, 태도와 같은 차이를 말한다.  조직의 다양성이 증가하면,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저해되고 조직의 응집력이 약화되며 갈등 유발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있으나, 창의와 혁신의 원천이라는 긍정적  부분이 존재하는 양날의 칼과 같다. 


다양성은 세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인간 다양성, 문화 다양성, 그리고 시스템 다양성. ‘인간 다양성’은 인종, 민족, 연령 등 다양성에 대한 전통적이고 불변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문화 다양성’은 학습, 사고, 업무 방식, 종교, 윤리와 같이 한 인간의 핵심 성질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다양성’은 교육, 권한 부여 및 성과 관리 등 시스템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사실, 다양성 관리는 미국에서 인종, 성별, 민족 등 태생적 차이에 대한 차별을 해소함으로써 소송을 당해서 거액의 배상금 지불이나 조직의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모두 평등’에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문화가 성숙되었다라기 보다는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자국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서, 고객의 요구와 니즈의 다양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양성을 보는 관점의 진화과정


다양성을 둘러싼 구글과 우버 등 미국 테크 기업의 위기

지난 2017년 2월 우버(Uber)에서 일어난 성추문 사건이 큰 화제가 됐다.  자신을 전(前) 우버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수잔 파울러가 입사 후 한 달여 동안 자신이 받은 각종 성추행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낱낱이 공개한 사건이었다.

그녀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입사 후 직장 상사가 사내 메신저를 통해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것.  문제는 이후 이 문제에 대응하는 우버의 대처 방식이었다.  당시 우버 측은 "촉망받는 한 인재가 저지른 첫 실수"라며 경고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 사건 이후, 승승장구하던 우버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우버를 이용하지 말자’는 뜻의 해시태그(#deleteuber)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가려져왔던 우버 내 성추문 사건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이른바 ‘성관계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 알려져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이 일로 캘러닉은 회사를 떠났다.


2018년 11월, 구글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해 뉴욕, 런던, 싱가포르, 베를린, 취리히, 도쿄 등 전 세계 40여 개 지사에서 동맹파업이 일어났다.  일부 임원들의 직장 내 성추행과 이를 비호한 회사 측의 대응에 분노해 세계 곳곳에서 동맹파업을 벌인 것이다.  


Photo by AP Photo / Bebeto Matthews


구글 직원들의 이번 파업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고 거액의 퇴직 보상금까지 챙겨줬다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폭로 보도 이후 조직된 것이다. NYT는 구글이 루빈에게 4년간 9천만 달러(약 1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으며, 회사 측도 이를 부인하지 못했다.  여기다 세르게이 브린 공동창업자도 혼외 성관계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런 미국 초우량 기업에서 발생하는 성차별과 인종차별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미투"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유수 기업의 리더와 사회 지도층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글과 우버는 이 사건을 어떻게 대응했나?

사건 이후,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가 과거에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한다"며 "성추문 사건과 관련한 대처방식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당사에게 더 나은 지원과 보살핌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의 기업들은 기업 내 괴롭힘이나 차별, 보복 등에 대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하고 매년 "다양성 보고서(Diveristy Report)"를 발행하고 있다.  아울러 CDIO라는 직책을 만들어서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개선하고, 실시간으로 신고할 수 있는 사이트 등 직원들의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CDIO는 Chief Diversity & InclusionOfficer로 다양성/포용성 최고 책임자를 말한다.


우버(Uber)의 CDIO인 이보영 씨는 이렇게 말한다. “CDIO는 말 그대로 기업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직책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조직 구성원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줍니다. 조직에 자신을 맞추길 바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존중을 받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조직에는 다양한 인종, 성장배경, 취향, 성격 등을 가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기본적으론 남녀, 성 정체성, 장애 유무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죠. 이제 기업은 이 같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속성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않고, 업무에서 최고의 역량을 쏟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CDIO의 역할입니다.”





미국 테크 기업의 다양성 보고서(Diveristy Report)와 그들의 대안 실험

[구글 사례]

구글의 경우, '20년 기준, 남성과 여성의 성비는 67.5%, 여성은 32.5%이다.  남성과 여성 성비는 '19년 대비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백인 비율이 '19년 대비 5.4% 감소했다.  대신, 아시아인 비중이 4.6% 증가했다. 엔지니어 중심으로 더 많은 인도, 중국인들이 구글에 합류한 것이다. 이외 흑인 비중도 소폭이지만 0.7% 정도 증가했다.  

google.com/diversity


아시아인 Seg에서는 여성은 소폭 감소한 반면, 남성은 4.1% 증가했다.  벡인Seg에서는 남성은 전년대비 2.2%, 여성은 3.2% 감소했다.  백인 감소분이 대부분 중국/인도계 남성들로 대체된 것이다.  흑인과 라틴계는 각각 5.5%와 6.6%에 불과했다.  고위 임원진과 엔지니어와 같은 기술 관련 직무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더욱 배제됐다.


google.com/diversity



[애플 사례]


애플의 경우, '18년 기준 남성과 여성의 성비는 67%, 33%이다.  '17년과 비교해봐도 비율은 거의 동일하다.  구글의 성비 비율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백인의 경우, '17년 54%에서 '18년 50%로 감소했고, 대신 아시아계가 21%에서 23%로 2% 증가했다. 나머지는 '17년 대비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구글과 유사하게 엔지니어는 중국과 인도계로 충원된 것이다.  애플 직원 중 흑인은 9%에 불과한데 임원진 내 흑인 비중은 3%로 훨씬 낮다. 기술 직무 중 애플의 흑인 직원 비중은 '13년부터 애플이 최근 보고서를 낸 '17년 말까지 6%를 유지했다. 


apple.com/diversity


리더십 즉 경영진의 인종 분포를 보면 '17년과 '18년 동일하게 여성 29%, 남성 71% 수준으로 전체 임직원 대비 남성 경영진이 70% 이상이다.  지난 5년 동안 여성 경영진의 비율이 30%를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  '14~16년에도 동일하게 28~29%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여성 경영진이 30% 이상을 초과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pple.com/diversity



[우버 사례]

'19년 기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59.1%, 40.9%이다.  '18 년 대비 모든 조직에 걸쳐서 여성의 비율이 증가했다.(+ 2.9 % 포인트) 특히,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uber.com/us/en/about/diversity


리더십 포지션에 여성의 비율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전년대비 + 7.1 % 포인트). 멘토링과 코칭을 뿐만 아니라, 소수인종 지원 프로그램을 전 세계 우버 오피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확인된다. 


uber.com/us/en/about/diversity



[페이스북 사례]

페이스북의 경우는 아래 그림과 같다.  아래는 여성의 인원의 각 분야별 증감을 보여준다. no-technical은 분야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더십과 엔지니어 분야에서도 지속해서 상승곡선이다.  특히 리더십에서는 '18년에서 '20년까지 3년간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9년 자료에 따르면, 고위 임원 중 히스패닉계와 흑인 비중은 각각 3.5%와 3.1%에 그쳤다.  페이스북 전체 직원 중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년 34%에서 '19년 43%로 높아졌다. 특히 기술 직무에서는 아시아계 비중이 41%에서 52.3%로 크게 늘었다.

https://diversity.fb.com/read-report



페이스북의 남성 비율 현황이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리더십 분야는 '14년 77%에서 '20년 65.8%로 지난 6년간 11.2% 하락했다.  타 미국 테크 기업 대비 여성 리더십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페이스북의 직원 중 흑인 비율은 '14년 3%에서 최근 5년간 3.8%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https://diversity.fb.com/read-report


현재 보고서에 있는 내용은 대부분 남성과 여성의 성비, 그리고 각 인종별 증감 현황 등 비교적 단순한 수치이다.  단순히 여성 성비가 늘거나, 백인 비중이 줄고 소수 인종이 늘었다고 해서, 다양성/포용성 기준이 총족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만, 다양성 보고서(Diversity Report)를 만든다는 것은 최소한의 "기업의 책임"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지난번 데이터보다 후퇴하면 기업 이미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고서는 일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경영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


미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2044년까지 백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며, 소수인종의 총합이 미국 전체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인구 비율이 변화하고, "임계 질량"에 도달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노동력의 다양화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임계 질량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핵물질이 핵 연쇄 반응의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을 말한다.  핵분열을 이용한 핵무기는 핵물질이 임계 질량을 초과하여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 방 안에 한 명도 없을 경우,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기 어렵다.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 있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임계질량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지만, 대략 10~30% 수준이라고 한다.  이것을 기술 산업분야에 적용하면, 다양성과 포용성이 보장된 조직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테크 업계는 최소 30% 이상은 다양성이 실현되어야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구글의 남녀 비율이 67%, 33%이며, 애플의 남녀 성비도 유사하다.  애플 경영진의 남녀 비율은 71%, 29% 수준이다.  이 숫자들을 놓고 보면, 앞에서 얘기한 데로 최소 30% 이상은 넘어서야 변화의 목소리가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약 임계 질량에 도달하여 핵분열과 같은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다면, 회사와 조직의 문화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테크 기업의 지난 6년간의 노력의 결과는? 

이렇게 미국 테크 기업들이 인종 간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다양성 보고서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개선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양성 보고서가 투명성에 있어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테크 기업의 데이터 중심 접근 방식이 다양성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에 의해 움직인다"면서 "계량적 분석은 있지만, 결과물은 없다"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성"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실리콘벨리가 어떤 곳인지를 살펴보자. 이곳은 누구나 인정하는 글로벌 혁신의 메카가 아닌가?  젊고 역동적인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장해온 든든한 터전이기에 당연히 조직문화도 기존 기업에 비해 유연하고 수평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근의 최상위 대학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전 세계 최고 인재가 모여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벨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보영 우버 CDIO의 설명은 충격적이다.  "성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앞만 보고 달려온 스타트업이야 말로 조직문화가 가장 미성숙하다.",  "그들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소수자들이 배제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있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스킬을 가진 CDIO와 전담부서에 대한 니즈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양성에 대한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첫 번째, 실리콘밸리의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감각"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두 번째,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가면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주변 사람들을 속여 왔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는 심리이다.  화려한 성공 뒤에 감추어진 현실이다.  우리가 동경하기만 했던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도 아직까지 극복해나가야 할 사항이 많은 것이다.  CDIO와 전담부서를 만들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복잡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 시점에서 처음으로 돌아가서 동일한 질문을 던져본다.

"다양성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인가?", "다양성은 항상 옳은 것인가?", "왜 다양성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구글코리아 홍보총괄 전무(로이스)님의 인터뷰 내용으로 대신한다.


"구글이 다양성과 포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양성(Diversity)과 포용(Inclusion)은 구글에서는 정말 중요한 가치입니다. “This is the right thing to do”예요. 윤리적으로 옳은 일, 사람이 해야 하는 인지상정의 일인데, 이게 또한 혁신(Innovation)을 촉진한다는 거예요.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내야 더 좋은 의견이 나오죠. 그래서 결국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다양성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잘 대변해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탄생 배경과 자유와 평등에 관한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현재 미국을 관통하는 핵심가치는 바로 다양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기반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 가치가 훼손되면 미국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성장을 위해서라면 다양성은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탑다운으로 떨어지는 경영진의 오더를 받들기 위해서는 다문화 조직은 효율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순혈주의 전통이 있는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더더욱 다문화를 수용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본 경험 자체가 많지 않다.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았고, 설상 추진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순혈주의 국가에서 다양성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게 불가피한 사유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우버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에서 성별과 인종, 성적 지향성 등 "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고객의 다양한 사용 경험을 회사가 충분히 알고 있어야, 더 많은 고객을 끌어안고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버를 이용하는 전 세계 65개국의 모든 고객들이 모두 최신 스마트폰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며,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일 수는 없다.  결국 각기 다른 조건에 놓인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다양한 고객들에게 완벽한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먼저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  4찬 산업 혁명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성 감수성이 중요하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며 함께 일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다.  특히 한국과 같이 순혈주의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더욱더 그러하다.  학연과 지연을 통해 공통점을 찾아 나가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관계주의 문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와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사람이 필요하며, 사회도 후자의 능력을 요구한다.  더군다나 IT/과학기술에서는 다양성 관점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실내 적정온도나 신약의 부작용 등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측정해왔다. 흑인보단 백인을 표준으로 생각했다. 객관적이라고 인식되던 기술에도 편견이 있었다. 다양성 감수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AI, 생명과학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도 누가 프로그래밍하냐에 따라 기술의 민감도가 달라진다.


세 번째, 로치오 로렌조 교수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가진 조직이 정말 더 혁신적이고, 차별성 있는 장점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171개 회사를 대상으로 시작했고, 이후 전 세계 총 1,6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이중 "혁신 매출(Innovative revenue)"에 대한 질문에 주목했다.  "혁신 매출(Innovative revenue)"은 기업이 만들어낸 매출 중, 최근 3년 동안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얻어진 것을 뜻한다.  단지 회사가 얼마나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질문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공에 기여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혁신 매출(Innovative revenue)을 15% 수준으로 답했다.  하지만, 여성 리더십이 20% 이상인 조직에서는 "혁신 매출(Innovative revenue)은 15%를 훌쩍 뛰어넘은 넘어 25%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녀의 리더십을 떠나서 다양성은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한 가지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시대의 재능 있는 인재들은 다양성을 찾는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 가 구직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67%의 응답자가 채용 제안을 받을 때, 임직원의 다양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업에 PwC에서 진행한 설문에서는 여성 61%가 직장을 구할 때 여성 임원의 성비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가장 재능 있는 인재들은 기업 내 다양성이 존중되는 곳으로 몰린다는 점이며, 이것이 다양성이 존중되는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성별이나 인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생각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팀이 영국인, 인도인, 아프리카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 팀이 진정한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신과 궁합이 잘 맞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물론 더 편하고 쉬운 일이다. 이런 유혹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매 순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오늘날의 국제적인 환경에서 이런 팀은 절대 위기를 해처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노동 성장 중심의 제조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게임인 것이다.  다양성은 이제 필수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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