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집 홍창민 대표]
"회사 다닐 때 싫었던 게 매일 똑같이 사는 거였다. 근데 가게를 하면서 오히려 더 똑같이 산다. 오픈 첫날부터 지금까지 바뀌는 게
진짜 하나도 없다. 직장인보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게 될 줄 예상 못했다."
[르페셰미뇽 김희정 대표]
"워라벨이 안 좋아졌는데 불만은 없는지?"
"쉬는 거만 행복은 아니지 않겠나? 하루 대부분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일을 좀 더 잘하고 싶은 맘이 우선이지, 쉬는 게 우선은 아니다."
[진저키친 김지은 대표]
"체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다음날 영업에 바로 지장이 오더라. 식당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술 자체를 거의 못 마시고 있다."
[머스타드 김도엽 대표]
"본인의 삶을 워라벨 관점에서 평가해 본다면?"
"나쁠 꺼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니까 괜찮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워라벨은 중요치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동시에 내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일이 많다고 괴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물론 가끔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만, 힘든 거와 괴로운 건 분명 다른 것 같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을 즐겁다.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도 좋았지만, 지금 내 가게를 통해 얻는 보람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중에서
대부분의 창업한 사람들은 직장 다닐 때보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워라밸로 따지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자기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괴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과거 회사를 다닐 때 느꼈던 괴로움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다고나 할까?
많은 경우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창업한 사람들을 보면 사실 소득, 즉 월급은 불규칙한 것이 문제이지, 평균으로 보면 퇴사한 회사 월급 수준은 다들 되는 것 같다. 월급이란 게 오른다고 해도 몇 달 후면 다시 불만스럽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지출에 비해 월급은 항상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진리이다. 앞서 보았듯이 워라밸은 안 좋아졌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분명 이들은 삶의 가치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우선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직장생활에서 벗어나서인지, 남과 비교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노력과 관계없이 회사의 상황에 따라 휘둘리는 것이 힘들었다는 것이 다. 부도 혹은 회사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벌어진 일을 직원들이 책임지고 고통분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면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노력과는 무관한 부정적인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는 임원이 되어야 하는데, 실력보다는 사내정치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줄을 잡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재 구조에서 경력과 커리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효율보다 윗사람 입맛에 따라가는 업무 분위기는 더욱더 괴로움을 준다. 대기업을 다닌다고 해도 큰 조직의 하나의 부품일 뿐, 뭘 했다고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렵고, 10년 이상 다녔다고 해도 내세울 만한 기술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내가 만든 성과가 100% 자기가 만든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대기업은 팀 단위로 움직인다. 물론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은 있겠지만 조직 특성상 팀 단위의 성과로 인정받는다.
결국 내가 왜 여기서 노력해야 하는지? 나 스스로 주인이 되어서 일을 하고,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 더 우선시 된 것이다. 워라밸은 그다음이다. 수입이 부족하더라도, 몸이 피곤하더라고, 창업한 사람들은 동기부여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행복감에 더 큰 가치를 느끼고 만족한다. 확실히, 이제 일에 대한 정의가 바뀌는 것 같다. 과거의 일이란 생존, 먹고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우리들은 가난했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오늘날 일이란 내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 같다. 회사가 그를 위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퇴사를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것이다.
결국, 우리네들이 지향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자신에게 의미 있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것이 좋다. 기업 이름에 연연하거나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회적인 굴레를 넘어서서, 남에게 도움이 되고 잘 쓰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행복한 삶"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자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자기 존재와 삶에 대한 오랜 회의와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돈을 얼마 더 받고 안 받고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내 쓰임새가 어디에 있을까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행복은 재미와 보람 속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쁨을 느낄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때, 다른 하나는 남에게 뭔가 도움을 줄 때 기쁨을 느낀다. 일과 재미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일이 곧 놀이가 되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 다른 곳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굳이 애쓸 필요도 없어진다. "회사의 Vision과 구성원의 Vision이 일치하면, 구성원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말을 회사 선배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회사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넘어서서, 내 삶의 중심이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엄청난 주장이다. 지금은 나의 Vision은 스스로 찾아서 발전시켜 나가는 시대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도 찾을 수 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직장을 다니고 싶고, 그곳에서 꿈을 펼치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방법이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현재 속한 조직이나 혹은 더 큰 조직에서 인정받고 높은 자리로 올라서고 싶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정답은 없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이 경우, 직장은 언젠가는 나와야 하는 것이고, 직장에서 누렸던 사회적 직위는 임시적으로 주어진 하나의 역할일 뿐인데, 그 지위가 곧 자기라고 착각하다가 직위를 잃으면 공허감이 생긴다. 평생 동안 내가 이사, 상무인지 착각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위치에 올랐을 때, 그 지위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자기 조절을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소외된다. 새로운 일도 가볍게 시작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퇴직 이후, 청소나 아파트 경비 같은 일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방향을 선택하던,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용기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고, 조직에서 버틸 수 있을지 두려워진다. 내가 어떤 것을 목표했는지도 희미해질 때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고민으로만 남게 될 수도 있다.
용기를 내려면 우선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근거 없는 용기는 몸과 마음을 힘들게만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내야 한다.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던 사람도, 한 달간의 휴가가 주어지면 무엇을 어찌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기분 좋지만, 이내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회사의 Vision이 나의 Vision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진실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찾을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