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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M Aug 30. 2020

스마트 & 디지털 화장실 2.0 시대가 다가왔다.

세상은 쉴 틈 없이 바뀌고 있고, 우리 인간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보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력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쉽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무려 200년 동안 혁신적인 변화가 없었다.  바로 화장실이다. 수세식 화장실의 등장 후 200년 동안 화장실의 모습과 기술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1596년에 영국의 존 헤링튼 경이 최초의 수세식 변기를 고안해 냈다.  그 이후, 1775년에 영국의 알렉산더 커밍이 배수파이프를 U자 모양으로 구부러지게 해서 밑으로 올라오는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물을 저장한 콘셉트를 고안했다.  지금까지 모든 수세식 변기에 이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중세시대만 해도 사람들은 통에다 배설을 하고 문밖에다 그냥 쏟아버려 거리 위생 상태가 심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커다란 망토를 두르고 배변용 양동이를 가지고 다니다가 볼일 볼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망토로 가려주고 돈을 받는 이동식 화장실까지 있었다고 한다.  망토를 이용한 이동식 화장실은 19세기에 후반까지도 유럽의 대도시에서 볼 수 있었다니 가히 충격적이다. 


현재는 자동 센서라든지, 화장실 항균 커버 도입이라든지 세세한 부분들은 바뀌어왔지만 말하자면 완전히 다른 방식의 ‘혁신’은 없었다.   그러나 몇몇 국가들을 중심으로 화장실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건강과 의료 그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진행되는 스마트 화장실에 대한 사례를 같이 살펴보자.




일본 '투명 화장실'이 많은 관심이 받은 이유는?


일본 시부야 공원에 설치된 '투명 화장실'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투명한 상태를 유지해서 화장실 안이 보이지만, 사람이 들어가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에는 화장실 내부가 보이지 않게 변한다.  투명 유리의 투과성을 이용하여 야간에는 공원 가로등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투명 화장실은 도쿄 출신의 건축가 시게루씨가 고안했다.  그는 201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일반적으로 공공화장실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우려사항이 존재한다.  화장실 청결 상태가 가장 걱정이다.   혹시나 누군가 화장실에서 숨어 있거나 비상식적으로 긴 시간 동안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신경 쓰인다.  투명 화장실은 이러한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Source : 日本財団

 

Source : 日本財団


투명 화장실은 일본재단의 " THE TOKYO TOILET '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시게루씨 외에도 일본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중심으로 총 16명의 크리에이터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화장실의 설계 및 시공은 '다이와 하우스 공업', 화장실의 현황 조사 및 설치 장비는 'TOTO'라는 회사에서 담당했다.  일본재단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진정한 의미의 개방형 공공 화장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특히 이 재단은 장애인 올림픽 경기 등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성들과 어린이가 있는 부모 등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실제로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IT기업들이 많고 사람들의 지명도가 높은 시부야에 투명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Source : 日本財団


이 투명 화장실은 지난 7월 말 , 트위터에 공유된 사진이 약 6.9만 회 리트윗 되는 등 큰 화제를 일으켰다.  반면, "만약 정전이 되면, 화장실 내부가 다 보이는 거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기술적으로 정전이 일어나도 화장실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가 되어 있다고 재단 측은 설명한다.


앞으로 3년간 화장실의 유지 및 관리는 재단이 담당하고 그 이후에 시부야시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그러나 화장실 유지와 관리는 실제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협력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공공화장실'이 아니라 가고 싶어서 찾아가는 화장실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투명 화장실을 포함해 2020년까지 총 7개의 새로운 개념의 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며,  2021년 여름까지 총 17개의 화장실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The Tokyo Toilet (Source : https://tokyotoilet.jp/ebisu_east_park)


원격으로 사전 예약이 가능한 스마트 화장실 이제 우리의 곁으로


일본 소테츠 그룹은 요코하마역 서쪽 출구에 위치한 상업시설 소테츠 조이너스에서 '예약 화장실 'QREA(클리어)'의 실증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LINE 공식 계정을 통해 스마트 폰에서 화장실을 예약할 수 있다.  실증실험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source : https://qrea.app


LINE 공식 계정에는 채팅 서비스 "QREA Bot"가 준비되어 있다.  이용자가 화장실을 예약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확인해서 비어 있으면 화장실 예약을 하고, 화장실까지는 가는 길과 주변 사진 등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약이 완료되면 배정된 화장실은 원격으로 잠금 처리되고 이용자를 기다린다.  채팅창을 통해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도 있다.  취소하거나, 예약시간에서 10분 이상이 경과할 자동으로 자금이 해제된다.


source : https://qrea.app


QREA(클리어)는 일본 전역에 약 1,2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 분들을 주요 대상으로 개발한 것이다.  화장실에 가기 전에 사용 가능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최단시간에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찾아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화장실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등으로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과의 접촉빈도를 완화해 줄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클리어 어플만 설치하면 누구라도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 장난을 치거나, 화장실 사용을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예약 서비스 유료화도 검토해볼 수 있고, 스마트폰의 GPS를 이용하여 예약 가능한 지역을 제한하는 기능을 추가 개발 중이다.


source : https://qrea.app



고독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화장실 전구 솔루션도 등장


일본 '버팔로 IT 솔루션'은 임대 주택의 소유자 또는 관리 회사를 대상으로 고령자 지킴이 서비스 '마모루무'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전구가 이틀 이상 온/오프가 되지 않을 경우, 입주자의 안부를 확인하도록 소유자나 관리회사에 알려주는 콘셉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 하나당 1만 5,200엔의 초기 비용과 월 1,980엔을 지불해야 한다.


Source : https://hellolight.jp


이 서비스는 IoT 제품을 개발하는 '헬로 라이트'의 통신 전구 'HelloLight(헬로 라이트)'과 안부 확인을 하는 '버팔로 콜센터'의 서비스를 결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장실 전구를 '헬로 라이트'로 교체하면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헬로 라이트'에는 전구와 유심칩이 내장되어 있어, 별도로 와이파이를 설정할 필요도 없고, 전기를 이용하므로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도 없어 간편하다.  화장실의 점등과 소등이 2일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경우, 콜센터에 알람 메시지를 보낸다.  콜센터에서는 입주자와 긴급 연락처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안부 확인을 한다.  만약 확인이 안 될 경우, 주택 소유자나 관리회사에 연락을 취하는 구조이다. 


Source : https://hellolight.jp


일본에서 노인 단독 가구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고독사 발견도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발견이 늦어지면 시신 손상하거나 부패할 가능성이 생기고, 이는 주택 복구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조기에 발견하면 시신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동시에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주택 소유자 및 관리자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불만도 있고, 입주자 입장에서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좀 더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요구가 있는 만큼, 앞으로 추가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Source : https://hellolight.jp



화장실에서 광고 사업을 하는 시대가 온다


일본 벤처기업 '바캉(VACAN)'과 '도쿄 겐부츠(東京建物)'는 오피스 빌딩에 있는 화장실에서 동영상 광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화장실 벽에 태블릿을 설치하고 약 30초 정도의 길이의 광고 영상 3개를  틀어주는 콘셉트이다.  화장실이라는 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광고 영상을 틀면, 화장실 이용자가 집중해서 볼 확률이 높다.  아울러, loT 센서를 통해 화장실이 붐비거나 사람이 많을 때는 동영상 광고 수도 조절할 수도 있다.  이 광고 사업 모델은 도쿄 겐부츠가 운영하는 '나카고 센트럴 파크 사우스' 빌딩 내 화장실에서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2020년 가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ource : https://corp.vacan.com


아무래도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광고에 집중하게 되면, 회전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별 화장실 문에 loT센서를 부착하여 사람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이 많을 경우, 광고 수를 줄이거나 개별 화장실의 이용시간을 태블릿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화장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오피스 빌딩내 개별 화장실에서 동영상 광고는 타겟팅 정확도(Accuracy)나 도달률(Reach Rate)은 좋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화장실내 혼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상용화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Source : https://corp.vacan.com


빌딩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화장실이 붐비는 일은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특히 화장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일도 늘어났다.  따라서 2019년 도쿄 겐부츠는 개별 화장에 상황 정보를 표시하고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퇴실하도록 유도하는 바캉(VACAN)의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광고 동영상을 활용하여 광고수입으로 제품과 설치 비용을 회수하는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광고 수입은 도쿄 겐부츠와 바캉(CAVAN)이 분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화장실에서 동영상 광고를 틀 경우, 광고에 집중한 나머지 더 긴 시간 화장실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실증실험에서는 적절한 광고 재생시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Source : https://corp.vacan.com



대소변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스마트 화장실도 조만간 현실화


변기에 앉아 대소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병을 자동으로 진단하고 예측하는 시스템과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스탠퍼드 의대 대학원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는 기술로, 소변과 대변 샘플을 변기에서 바로 측정할 수 있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스마트 변기' 기술이다.   스마트 변기에는 센서, 렌즈 등이 달려 있어, 환자의 배변 상태, 횟수, 대변의 모양, 색깔 등을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소변의 형태, 속도 등도 함께 확인한다.  이러한 정보는 디지털로 수치화된 데이터로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연구진은 휴대폰 어플도 개발해서 스마트 변기 시스템과 연동하고, 스마트 변기가 없는 환경에서도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이용해 배변 상태를 기록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 가능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Source :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이 스마트 화장실의 가장 특이한 기능 중 하나는 변기 손잡이에 사용자 인식을 위한 지문, 항문 인식 시스템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정확하고 개인화된 건강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변기'가 사용자를 직접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항문에 있는 주름도 개인정보로써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Source :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스마트 변기 사용으로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은 변비, 요실금,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위장관 출혈, 항문출혈, 전립선 비대증, 방광염, 요도염 등이다.  기존에도 병원에서 변비나 치질, 대장암 등 대장항문 관련 질환에 대해 문진을 진행해왔지만 환자가 대변의 모양이나 색깔, 배변 횟수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시스템은 한층 더 정교한 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대장항문, 비뇨기질환이 어떤 경로로 발생하고,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내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가능하다.   이러한 임상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앞으로 차세대 의료기술 산업에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에는 한국 연구원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서울 송도병원팀과도 함께 협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빌 게이츠는 베이징에서 열린 '재발명 화장실 엑스포(Reinvented Toliet Expo)'에 인분이 담긴 비커를 들고 연단에 올랐다.  현재 전 세계 25억 명이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고, 그중 10억 명이 공토에서 일을 본다.  후진국에서는 2016년에만 50만 명의 아이들이 세균에 그대로 노출되어 설사,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으로 생명을 잃었다.  빌 게이츠는 이러한 문제를 기술 개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2011년부터 약 2억 달러(2272억 원)를 화장실 프로젝트에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사화적 공헌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빌 게이츠가 투자하고 후원하는 사업들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투자하고, 사업을 펼쳐나가야 할지 영감을 받을 수 있다. 


Source : Reinvented Toliet Expo


사실 모든 독립된 공간은 기술 발전의 혜택을 입는다.  특히 인간에 반드시 필요한 공간은 필연적으로 혁신이 따라온다.  기술 혁신을 만나게 되면서 기존의 공간은 또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공간의 역할이 하나였다면 두 개 이상의 새로운 역할과 쓰임새가 추가된다.  화장실은 길거리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공동화장실에서 개별 화장실로 변화 해왔고, 이제는 누군가에게는 은밀한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또한,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고 동시에 광고사업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간다.  결국 인간 생활과 밀접한 장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야 하는 이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당장은 현재의 좌식 형태의 수세식 화장실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하드웨어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물 처리 메커니즘이나 디자인, 그리고 대체 연료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개발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에 맞는 융합과 디지털이 키워드다.  아직 전 세계 인구의 30%가 향후 개선이 필요한 화장실 환경에 놓여있다면 거기에는 엄청난 기회와 도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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