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와 우주 등의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용어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흡수된 형태이다.
1992년도에 SF작가인 Neal Stephenson이 쓴 'Snow Crash'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에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아바타'라는 개념이 최초로 소개되었다. 아바타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행동하지만 현실과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현실세계의 행동을 가상공간의 아바타를 통해 구현하는 매타버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고 이를 소설로 만들어 펼쳐냈다.
2003년에 출시된 비디오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서비스가 메타버스 개념과 가장 유사하다. 세켄드 라이프(Scond Life)라는 서비스가 'Snow Crash'라는 소설을 모티브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해서 기대하는 만큼 실감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이후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가 주무대 배경인데, AR/VR기기를 통해 가상공간으로 진입하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 가상공간에서 운동이나 몸싸움 등 격렬한 몸동작을 하게 되면 실제 내 몸도 아픔을 느끼는 그런 콘셉트이다. 현재, AR/VR 기기들이 계속해서 진보하고 있고, 여기에 웨어러블 슈트도 대중화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흡수하고, 즐기는 요즘의 10대와 20대들에게 메타버스는 더 이상 새롭고 놀라운 서비스는 아니다.
메타버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사회, 경제, 문화적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케이팝과 한류도 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돈이 되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든 인류가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 안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새로운 화폐 가치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우리 앞에 다가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 8월에 발매한 방탄 소년단의 다이너 마이트(Dynamite)라는 뮤직비디오 안무버전은 유튜브를 통해 가장 먼저 대중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 뮤직비디오는 포트나이트(Fortnite)라는 비디오 게임에서 제일 먼저 공개됐다. 비디오 게임에서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자동차 극장에 있는 것과 유사한 콘셉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각종 게임 캐릭터들이 영화관 같은 게임 공간에 모인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게임 속에서 큰 화면이 등장하고, 실제로 그 화면에서 뮤직비디오가 시작된다.
그런데 단순히 뮤직비디오가 플레이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을 구입하면 내 캐릭터 즉 나의 아바타가 방탄소년단과 똑같은 춤을 춘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10대들이 열광하는 포인트이다. 실제로 이러한 시도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영화 상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의 미공개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최근에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특정 이벤트도 이러한 게임 세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콘서트에서 나의 아바타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같은 춤을 추고, 즐기고, 함께 공감한다. 현실 세계에서 내가 춤을 잘 추지 못해도 큰 문제는 없다. 아바타를 통해서 가상세계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콘서트나 행사를 유료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대형 스테디움에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3~5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포트 나이트의 실시간 접속자 수는 1,000만 명을 넘긴다. 이를 수익 창출 가능한 사업 모델로 만든다면 얼마나 큰 수익을 벌어 들일 수 있을까?
또한 이 메타버스에 들어가는 다양한 IT기술 그리고 이를 제조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메타버스 전체 에코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여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이나, 라이프 로깅(라이프와 로깅의 합성어로 소설네트워크 서비스와 전자기기를 활용해 일상 전체를 기록하는 행위로, 개념은 1945년에 등장) 기술과 이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비디오 게임을 통한 메타버스 서비스는 앞으로 SNS를 대체할 수도 있다. 우리는 SNS에서 글이나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마찬가지로 게임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우리들은 그 안에서 공연을 즐기고, 자신들의 생각이나 패션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한다. 나와 또 다른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서 말이다. 실제로 트레비스 스캇(Travis Scott)이라는 유명한 힙합 가수도 게임 속 가상세계를 통해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진행한 이 콘서트에는 동시에 천만명 이상이 접속했다. 엄청난 숫자이다. 콘서트를 전후로 가수의 옷이나 액세서리와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여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이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면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앞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10대와 20대들이 주도하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대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임회사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타깃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있는데 바로 '제페토'라는 서비스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비스 중 하나이다. 네이버의 자회사가 만든 서비스로 'Snow'라는 어플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으면 본인의 얼굴과 가장 비슷한 아바타를 기본 세팅으로 만들어 준다. 이후, 아바타 옷을 산다던지 얼굴을 꾸밀 수 있다. 포트나이트라는 비디오 게임과 다른 점은 '제페토'는 단순히 사이버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가상공간에서 본인이 원하는 공간을 찾아다니고, 거기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한다. 이 서비스가 출시된 지 1년 6개월 만에 가입자가 1억 3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해외 이용자 비율이 90%이고, 10대 이용자의 비율이 80%이다. 따라서 네이버라는 한국 회사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공간에서 아바타들의 만남과 대화만이 가능했다면 이렇게 많은 가입자가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제페토' 서비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걸그룹 '블랙핑크'이다. 실제 블랙핑크가 컴백했을 당시 '제페토'내에 블랙핑크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방에서 사인회를 개최했다. 실제로 오프라인 사인회에 가려면 줄을 서고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한층 더 큰 물리적인 제약이 있다. 하지만, 제페토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나의 아바타가 블랙핑크의 사인회에 참석하고, 거기서 사인을 받고, 블랙핑크 아바타와 인증샷을 찍는다. 물론 아바타 간의 인증샷이다.
'제페토'는 최근 JYP, YG, 빅히트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부터 약 120억의 투자를 유치했다. 엔터사들이 '제페토'를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 플랫폼 안에서는 10대와 20대들이 직접 옷을 만들거나, 디자인을 하고, 패션 아이템을 실제로 사고파는 등의 거래도 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본인 스스로가 디자이너가 되어 실제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다. 실제 몇몇 크리에이트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상당 부분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생소한 키워드이지만, 제페토는 지난 일 년간 검색 어량이 수만 건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단순 가상 세계를 넘어서서, 또 하나의 다른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형태의 가상사회, 가상세계가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이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세계 수억만 명의 팬들의 접속량과 유입량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수년 안에 피부로 느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10대들은 자신들의 아바타를 활용해 자신만의 드라마를 만든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유튜브에 올린다. 대부분 10대들이 만든 드라마는 가족과 친구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하다 보니 주제와 테마는 무궁무진하다. 10대들은 본인들이 공감하는 내용을 본인들만의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본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할 것은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이다. 도대체 몇 명이나 이 플랫폼을 활용할까? 앞에서 언급한 데로 '제페토'라는 플랫폼에서 블랙핑크의 팬 4천6백만 명이 사인회에 참석하고 인증샷을 찍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만큼의 팬들이 이 플랫폼에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서 연예인을 만나고 대화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랙핑크뿐만이 아니다. 가상 걸 그룹 K/DA의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는 4억 뷰에 이르고 있다. 10대와 20대들이 주도하는 이러한 새로운 문화가 이미 많이 퍼져있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투자하면서 앞으로 이 시장은 계속해서 커져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포트 나이트 창업자겸 CEO는 이렇게 말한다. "메타버스는 인터넷 웹의 다음 버전이다." 실제로 펜데믹 이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홈 이코노미 시대가 열리고 있고, 이로 인해 메타버스 시대는 더욱더 앞당겨질 것이다. 현재는 10대 중심의 콘텐츠가 대부분이지만, 조만간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노년층을 위한 콘텐츠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만나서 취미생활을 함께 한다던가, 온라인으로 함께 회식을 하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가상 세계가 다가올 것 같다.
사실, 메타버스는 연산력이나 그래픽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지 사실 우리가 이미 다 경험한 것이다. 20년 전 천리안과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통신 시대를 겪은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통신 아이디가 나를 대변했다. 이제는 단순히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는 시대가 아니다. 한층 더 발전되고 편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닌텐도의 인기 비디오 게임 "동물의 숲"의 경우, 이용자들 사이에서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한다. 가상공간의 활동이 현실세계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확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바타라는 나를 투영하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가상 세계를 즐긴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낀다. 어찌 보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내가 탄생하게 되면서 나에게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회장도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메타버스의 세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놀라운 일이 많았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의 20년은 SF영화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메타버스의 세상이 다가온다. 그리고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우리의 미래를 그리겠다" 현실을 시뮬레이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엔비디아가 출시한 실시간 개방형 3D 디자인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옴니버스 플랫폼은 물리법칙을 따르도록 설계된 가상세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가 150km로 던지는 공을 실제로 보거나 체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옴니버스 플랫폼을 통하면 우리 눈앞에 150km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야구장 바람 속도와 온도 그리고 프로선수가 던지는 150km의 체감 속도를 현실세계의 그것과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MS)는 각종 게임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다. 2020년 9월, 제니맥스를 75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제니맥스는 유명 비디오 게임 '둠',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을 보유한 회사이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단순히 그들의 X-BOX를 활용한 게임산업을 위해 제니맥스를 인수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들 게임회사가 가지고 있는 엔진 기술을 통해,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가상세계에 투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마이크로 소프트의 홀로렌즈와 연계하면 그 확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전시회도 유니티, 언리얼 엔진 등 게임 업계에 실적이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을 활용해 온라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합해보면, 빅 테크 기업들은 Z세대를 타깃으로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 혹은 리더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고 선점할 수 있을까? 결국,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각 에코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 상상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과 리더가 미래를 리드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넥플릭스(Netflix) CEO는 자신들의 라이벌로 포트 나이트(Fortnite)를 꼽았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의 시간을 누가 얼마나 오래 확보했는지가 바로 수익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바로 현재 빅 테크 기업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과거에는 투자 금액의 양과 규모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수익창출이 담보된다. 따라서, 시간과 관련된 모든 플랫폼은 서로의 경쟁자가 된다. 이것이 바로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