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는 왜 점점 똑같아지는가

합격하는 자소서는 떡잎부터 다르다.

by 작가 에디

최근 여러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요즘 자기소개서가 다 비슷합니다.
문장은 완벽하지만,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요.”


AI 글쓰기 도구가 만들어낸 요즘 취업 시장 풍경이다. ChatGPT를 비롯한 다양한 AI 글쓰기 도구가 등장하면서, 글이 어려웠던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해도 자연스러운 문장과 문법이 완성되고, 지원 직무에 맞는 표현도 자동으로 제안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쓴 자기소개서는 대부분 탈락한다. 통과하더라도 면접 단계에서 낙방한다.

왜일까?


최근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3년 넘게 매니저로 일한 학생이었다. 그녀의 목표는 본사 슈퍼바이저 직무로 커리어 점프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ChatGPT를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써왔다. 문장은 놀라울 정도로 유려했고, 표현도 정확했다. 하지만 읽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녀의 언어가 아니었다. 너무 화려했고, 지나치게 완벽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슈퍼바이저 직무 역량에 대한 키워드들을 잔뜩 나열했지만 그 문장 어디에도 ‘그녀의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상담을 이어가며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지난 3년간 각기 다른 상권의 세 지점에서 근무하며 일을 배워왔다. 그 지점마다 고객층이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달랐다.

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다시 써보기로 했다. 심층 상담 이후, 그녀의 실제 문장은 이렇게 완성됐다.


ㅇㅇ 카페 3개 지점에서 근무하며, 각 지점이 위치한 상권과 고객의 특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매장 운영에 해당 인사이트를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ㅇㅇ점 근무 시 외국인 고객 비중이 90% 이상이었기에, 해외 고객의 음료·디저트 선호도를 파악하여 마진율이 높은 메뉴를 적극 추천함으로써 매출 증대에 기여했습니다. 반면 현재 근무 중인 ㅇㅇ 호텔점의 주 고객은 비즈니스 미팅 참석자와 호텔 투숙객이기에, 고급스러운 응대와 품격 있는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했습니다. ㅇㅇ커피 슈퍼바이저로서 전국 각 지점의 특성과 고객 성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최고 수준의 경험을 전달하겠습니다.


어떠한가.


AI로 작성했을 때보다 문장은 덜 화려하지만, 현장감과 진정성은 훨씬 강하다. 단어 하나하나에 그녀가 실제로 겪은 감정과 고민이 녹아 있었다. 이제 이 글은 더 이상 “누군가 대신 써준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그녀가 살아낸 이야기”가 되었다.


자소서를 조금이라도 연습해본 대부분의 지원자는 직무와 관련된 정답형 문장을 쓴다. 그러나 평가자와 면접관은 그 문장 속에서 지원자가 ‘어떤 경험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했는가’를 본다.


기업이 진짜로 알고 싶은 건, 지원자가 얼마나 잘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겪고, 거기서 무엇을 배웠느냐이다.


AI로 쓴 문장은 완벽할 수 있다. 그러나 합격은 오직 나만의 이야기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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