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상이 내 손바닥에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그날의 기분까지 스크롤만 넘기면 그 사람의 일상이 사진과 글을 통해 금세 그려진다. 손바닥 위에 휴대폰으로 엿보는 상대의 모든 일상에 대한 ‘관계’라는 착각도 시작된다. 조심스레 안부를 묻다가 상대의 시공간 속에 들어가 이성의 감정이 움트기 시작한다.
게시글을 올리자마다 스친(스레드친구) A가 내게 답글로 물었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요?”
영화 한 편의 감상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안부 인사이다. 다른 이들의 답글에 유독 눈에 띄는 선발 선수처럼 그의 인사말이 시작됐다.
올리는 게시물마다 댓글을 남기는 스친 A.
때로는 다른 이의 게시물에 남긴 내 댓글마저 좋아요와 답글을 단다.
주고받는 인사가 되어버린 나의 짧은 답글에 갑자기 그의 DM이 떴다.
‘어? 뭐지?’
우리 카톡으로 할래요?
감정 교류를 시도하려 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상대는 짧지만, 꽤 많은 것을 건너뛰어 말을 이어 갔다. 누군가는 그 작은 관심이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왜요? 무슨 일이신지.. DM도 놀랐네요. ”
내가 되물었다.
그냥 안부를 묻던 스친(스레드친구) A는 다른 의도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냥〜 이런 DM으로도 님 반응이 느리네?”
감성적 시 한 편, 사진 한 장이 상상을 부풀게 만들고, 모두가 들어도 좋을 만한 음악 선곡이 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 느낀다면?
분명 오해다. 하지만 스친 A는 커뮤니티의 온라인에서 개인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도 중이었다.
생각은 피로로 바뀌고, 피로는 점차 경계가 되었다.
새벽 근무가 이어지고 수면 부족에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였다.
감기인가? 비염인가?
퇴근길에 약이랑 저녁에 뭐 사다 먹지..
친구들은 이럴 때 뭐 먹어요?
이 노래 들으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네.
노래 릴스와 함께 게시물에 올렸다.
“요즘 감기, 무서워요. 약 드세요.”
“쉬어요.”
“맛난 거 먹고 자!”
스친들이 어느새 답글을 줄줄이 달아 주었다. 이럴 땐 이게 좋다 등등...
갑자기 스친 A의 DM이 떴다.
“헐! 아니, 퇴근했다며? 그런데 스레드를 해? 너 되게 웃긴다.”
스친 A가 글로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메시지에 제때 반응을 안 하고 스레드를 하고 있냐며 불만을 늘어놓는다.
시간의 활동선을 따라 알리바이라도 추궁하며 온라인 안에서 나를 쫓아왔다.
상대는 스마트폰 안 상대가 자신만을 위한 존재로 여기는 느낌을 남겼다.
“ 저기.... 일 안 하세요? 퇴근하고 볼 일 보고 가느라 틈새 시간 스레드 한 건데?”
“그래. 넌 나에 대해 그 정도 관심 밖에 안 주지.”
“무슨 말인지.”
“왜 내 메시지를 무시해? 그러면서 스레드를 해? 아프다면서?”
“제가 이렇게 님께 일일이 설명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이제 그만하죠.”
“하아... 안 보려 해도 그쪽 글들이 올라오고, 외국어로 뭐라 하는 댓글도 보게 돼. 그래서 더 짜증 나.”
모두가 함께 하는 소셜미디어를 일대일 맞춤형 데이트 앱으로 인식한 건가?
“이걸 내가 그쪽과 이어가야 할 이유가 없는데요.”
나의 이 한마디로, 순간 멈칫거리던 스친 A는 잘 알겠다며 대화를 중단했다.
“그쪽이 내 게시물에 불편하다면 팔로우 취소나 차단하세요. 제가 할까요?”
스친 A는 차단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도 둘만의 대화는 이제 그만하겠다고.
Q&A 같은 관심과 친절함 묻은 반응은 조용해졌지만, 여전히 서로의 존재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볼 수 있었다.
실(Thread )처럼 연결된 관계의 알고리즘은 그 안에서 겹지인이 그의 답글, 댓글을 보여 주었다.
상대가 스레드 앱의 어떤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여성들에게 개인적인 접근을 하는 게 적나라하게 보였다.
가상의 플러팅이 현실로 읽혔다.
점차 상대에 거리를 두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게시물과 아이디도 더 이상 안 보였다.
“그거 알아? 심야 스레드는 음담패설 쓰레기인 거. 혼인 여부를 떠나 자유연애 음지야.”
다른 커뮤니티에서 스레드의 뒷이야기가 인기글로 올라왔다. 그게 우연인지, 의도된 전략인지, 알 수 없지만 관계는 디지털을 타고 은밀한 만남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연동된다는 것은 본인이 어떤 게시물에 멈춰 있었는가의 반동이기 때문이다.
스레드는 처음엔 텍스트 중심의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처럼 움직이는 영상이 글보다 더 빠르게 주목을 끌고, 더 강하게 몰입을 이끌어내면서 플랫폼 통합(인터그레이션)의 중심축이 글에서 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 사람을 홀리는군.
비 오는 밤에 올린 글에 대한 댓글이었다. 일기처럼 남긴 글에 누군가는 진심으로 다가오고, 또 누군가는 진심처럼 연기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감정이 이성으로 느껴지는 순간, 상상 연애는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대신해 주는 작은 도피처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잃어버릴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은 기대가 뒤섞인 공간.
내 마음의 빈틈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