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ed it to be you so badly: 진짜 원했던 너
글을 쓴다는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가장 매력적이고, 지적이며, 감성적인 모습을 편집하여 보여줄 수 있다.
온라인에서 교류를 할 때,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단점이나 현실적인 외모, 말투, 사소한 습관은 가려지고, 텍스트가 만들어낸 완벽한 자아에 가까운 감정이 이입된다.
상대방의 빈 공간을 내 희망과 욕망으로 이상화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 뉴욕의 인터넷 로맨스를 영화화 한 ‘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이 있다. 톰 행크스와 맥라이언이 서로의 글을 기준으로 각자의 이상적인 연인을 상상한다. 서로가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그려가며 글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실제 내 앞에서 상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담이나 긴장감 없이 깊은 내면의 이야기, 가치관, 과거의 경험 등을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정서적인 친밀감이 실제 만남보다 빠르게 형성되는 것이다.
4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5시까지 뉴스나 신문을 훑어보며 아침을 먹는다.
뇌와 몸을 깨우는 시간, SNS도 확인한다.
특이한 색깔을 지닌 이의 게시물이 항상 비슷한 시간대 올라왔다. 예술품, 패션, 서적등 모든 분야를 일반인에게 본인의 지식과 함께 전달해 주는 이가 있다.
그의 새벽 글이 올라왔다.
“하는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제한된 지식에 갇히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밖은 캄캄한 아직도 어둡고 조용한 새벽이다.
“일등만을 바라고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이등이 되어도 마음이 한편으로는 편하게 느껴집니다. ”라는 답글을 올렸다.
조용히 상대와 주고받은 답글에 이른 시간 혼자가 아니라는 안심감이 전달되어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패션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이자 강연자였다. 전문적 지식과 국내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예술 자료, 서적을 소개해주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큐레이터이면서도 SNS에는 가족에 관한 게시물도 올렸다.
개인적 교류는 없어도 서로의 게시물에 답글을 달아 두거나 잘 보았다는 흔적을 남기곤 하였다.
작년 늦가을, 한국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모교에 들렀다가 교내서점에서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큐레이터 작가였다. 책 안에 펼쳐진 그의 연구 자료와 수집 기록들은 소셜미디어가 알려준 이미지 상상 이상이었다.
스레드에 한국에서의 일정들을 올렸다. 그동안 가고 싶었던 전시회, 모처럼 들린 장소나 관심사를 이동 시간대 피드로 올렸다.
“오늘 그쪽 미술관 갈 예정인데 시간 맞으면 만났을 텐데! ”
작가의 답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네. 스친 작가님 친필 사인 받으면 좋았겠다)
“전시회 관람은 방금 마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다음 기회에..”라는 답글을 했다.
한 해가 바뀔 무렵, 한국 내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세계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한국 국민들이 우려하는 혼돈의 정권이 되었다.
세대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맡겼던 무지함을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껏 어려서부터 부모님, 선생님들, 선배들에게 배워 왔던 역사가 시간의 흐름에 외면당하고 있었다. 언론이 정부 변론이 되어가고 허위 정보를 배포하는 유투버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좌파우파 편 가르기가 가족도 친구도 타인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내가 모르는 내 나라가 있구나....’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국외 언론들이 보는 한국을 스레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안에 있기보다 밖에 나오면 대상의 전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를 응원하는 세대와 객관적 시점으로 보는 세대 간의 갈등을 꼬집은 ‘영스위트 4050’를 알게 되었다. 그들이 선호하는 방송, 언론 매체가 나열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허위 사실 선동 유투버의 방송이 있었다.
이전까지 한국 내 사정은 그동안 관심이 거의 없는 무지한 백지상태에서 그 채널을 찾아보았다......
그 안에 예술과 패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눈 익은 작가이름과 얼굴이 보였다.
얼굴과 이름은 알지만 어떤 말을 하는지 직접 들어보지 못했기에 궁금했다.
방송 내용은 패션에도 시대 주체사상과 정치성향이 반영된다는 것으로 격앙된 목소리 톤의 진행이 퇴마사 주술 같은 멘트로 이어져 누가 누군지 혼돈되었다.
(이 분이 내가 상상했던 사람이었나...?)
“현재 우리가 보는 지도자는 옳은 선택인가. 위선과 거짓은 언젠가 밝혀진다.
누구의 도움으로 탑에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결과는 결국 역사가 제자리로 돌린다. 허위 방송이나 언론만 믿지 말고 바깥의 보도도 알기를...”
그의 게시물이 안 보였다.
큐레이터작가도 내 게시물이 본인 의향과 전혀 반대됨을 알고 차단한 듯싶다.
언젠가 만나자.
......
다음은?
온라인 상대와 현실 관계가 지속되려면 실존의 상대와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현실의 눈빛, 표정, 제스처, 목소리 톤, 냄새, 몸짓 등을 통해 느껴지는 케미스트리(Chemistry)나 물리적인 끌림은 실존의 만남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상화된 환상이 깨지더라도, 상대방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애착이 형성된다. 첫 설렘에서 느끼는 흥분감 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글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이다. 실존의 만남은 그 문 안으로 들어가 현실적인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현실에서도 영화 같은 전개가 이뤄질 수 있다면....
가끔 제 삶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제 삶은 짧고, 소중하지만 작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걸까요, 아니면 용기가 없어서 하는 걸까요?
제가 보는 많은 것들이 책에서 읽은 내용과 비슷해 보이는데, 그 반대여야 하는 걸까요?
사실 답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 우주적인 질문을 허공으로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하는 허공이여.
- 캐슬린 켈리(You’ve Got Mai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