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엘리아의 일기

나를 성장시키는 일터

by Elia

일본어 학교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경제적 문제, 진학과 취업등으로 그만둔 이들도 있었다.


수료 후, 쿄오토(京都)의 시간들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웃에 있는 오오사카(大阪)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고즈넉한 멋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일본의 옛 수도 (都:みやこ) 쿄오토와 달리, 오오사카는 활기 있고 시끌벅적 에너지 넘치는 도시이다.


새로 입사한 회사는 대기업, 병원, 대학등에 캐터링서비스를 하는 기업이었다. 본사에서 대상 업체와 메뉴와 장소를 조정하고 계약 기간 동안 그 업체로 출퇴근하는 시스템이었다.

담당 매니저, 조리학원을 수료한 직원들과 스태프들이 거래 업체의 음식을 담당하는데 가게 된 곳은 이 기업이 10년 넘게 거래하여 거의 본사 직원들이나 다름없었다.

외국의 바이어들이나 중역들이 기업을 방문 시 사내에서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경우, 메뉴는 각별한 준비를 요했다.

종교적, 식습관,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알레르겐 함유 여부를 세분화시켜 주의를 기울어야 했다.

회의실 캐터링 홍보 자료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주가 된 후 한 동안 도시락 형태로 전환했지만, 조금씩 규제가 풀리면서 이전처럼 사원들의 사내 근무가 시작됐다.

사회 전체적인 의무가 자기 판단으로 변환되고 모든 시스템이 복귀되었다.


일이 정상 궤도를 들어간 지 3개월 정도 지날 즈음 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재 계약한 기업의 사내 근무환경조사에서, 10년 넘게 우리 업체의 메뉴와 맛에 길들여져 있던 사원들이 사내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원 복지 차원 해결 방안으로 외부의 캐터링 급식 업체들과 경쟁 품평회를 열어 차기 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지시였다.


휴일, 업체 본사 대리님과 매니저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스텝들이 다 같이 시식해 보았다.

매니저는 " 이 정도면 통과되겠지?" 하며 스텝들의 동의를 구했다.

내 입에는 예상한 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느끼기 어려웠다. 지금까지와 다른 메뉴와 재료, 조리 방법을 시도했다지만 길들여진 맛 같았다. 플레이팅 이나 서비스를 위한 디자인의 신선함이 진부했다.


며칠 후 기업체의 총무과 과장님이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올라오셨다.

매니저와 스텝들과 둘러앉아 품평회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총무과 과장님이 매니저에게 일침을 날렸다.

" 매니저, 여기 계속할 맘이 있기는 한 건가?(やる気有るのか?)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일했었나!

알다시피 어느 회사에서든 가장 큰 문제가 사원들의 매너리즘(mannerism)이네.

점심시간 이란 게 뭐야? 매일 같은 루틴으로 보내다가 한 시간 남짓 자신을 위한 시간인데 말이야.

음, 이건 좀 부족해...... 아니 많이 부족해......

이번 경연에 코오베(神戸)의 업체는 이동 가마까지 동원해서 화덕 피자를 만들 거라고 하는데."


매일 같은 시간에 일하러 가서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 집안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지내는 동안 하루가 끝난다. 변화가 부족한 생활에서 독창성과 신선함이 사라진 사람이 적지 않다.

직장인에게 있어 점심시간에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과 식사 분위기는 다음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

기업도 사원들을 위한 능률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길들여진 파도만을 타면 결국
바다 물에 빠지고 만다.
다양한 파도를 만나 자신의 방법으로
그 한계를 넘어야 어떤 상황에서도
위험을 모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파도가 없이 잔잔하다는 것은,
큰 실수나 돌발적인 트러블이 없는 상태다. 유연함이 없다면 결국
모든 상황에 질리기 쉬워진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호해지면 어디에서 동기를 찾는 것이 좋을지 모르게 돼 그 결과 일에 대한 매너리즘을 느끼기 쉬워진다.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업무 내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의 각각의 요소에서 얻는 목표의 달성에서 업무의 신축성이 생성된다고 생각한다.


사내 경연 결과는 탈락이었다.

선정된 후임 업체는 카페 메뉴 다양한 업체가 선정되었다.

특히 여성 사원들의 호응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매니저는 내게 이 기업과 계약이 끝난 후 종합병원의 캐터링 업무를 제안하였다.

나는 거절했다.

사원의 발전이 없는 직장은 그 정도 선 밖에 성장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새로운 직장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여러 구인 업체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중 한 오퍼가 눈에 띄었다.


역사가 깊은 호텔에서 사람을 찾습니다.
전통을 중요시하면서도 변화하는 사회에,
국내외 게스트분들께 일본의 호스필리티를
제공할 인재를 모집합니다.
즐거운 환경에서 같이 일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호텔 업무는 경험이 없어 망설여졌다.

더군다나 일반 업무가 아닌 프리스티지 클래스였다.

호텔리어들이 하는 일들은 전문성을 요한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실수가 많은 내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매력 있는 구인 문구였다.


마치 영화《세렌디피티(Serendipity)》 에서 처럼 우연히 만나게 된 행복 같은 느낌이었다.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영화《세렌디피티(Serendipity)》 중에서



나는 필요한 자료를 모아 메일로 전송했다.

이틀 후, 인터뷰를 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나는 호텔리어가 되 첫 관문에 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