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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심 잡기

흔들리던 나, 흙이 가르쳐준 중심 잡기

by Elia

조용한 공방 안에는 흙을 치대는 소리와 물레 돌아가는 소리, 유약을 섞는 소리 들린다.

옆에 앉은 중년의 여자분이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

"앗! 어머, 어머.. 어떡해.. "

급작스런 뒤틀림에 전기 물레 위의 흙은 목이 꺾인 채 혼자서 휘휘 돌아간다.

흔들리는 흙을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리고 싶어 일으켜 세우려 해도 새의 목 같던 부분은 점점 겨울잠 자는 곰처럼 뭉그러져갔다.

물레 위의 흙은 만질수록 쓰러져 버렸다.


강사님이 그분께 급히 다가갔다.

'아.... 가망이 없군요.' 하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시며 물레의 전기 스위치를 끄셨다.

"중심이 처음부터 약간 불안정한 상태에서 을 끌어 올리기가 힘들어요. 수분도 많은 상태이고.

이럴 땐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여성분은 한 시간가량 앉아 만들었던 게 아쉬웠던지, 한숨을 크게 한번 '하아~' 쉬고, 손바닥으로 일그러진 흙을 눌러 으깨 버렸다.


손으로 형성하는 작업과 달리 전기 물레로 하는 중심 잡기가 초보에게는 어렵다.

전기 물레의 속도는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적당히 유지하는 적정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손의 압력을 조절하여 점토를 밀고 당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흙을 고르게 반죽해 주고 중심을 처음부터 잘 잡아야 한다.
양쪽 팔꿈치를 허벅지에 고정시킨 후 물레 붙여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점토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손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

물레 위의 흙이 중심 잡기를 하는 것이 제대로 안되면 다음 과정은 모두 실패다.

헐리우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아한 자태의 도예모습은 개꿈이다.


흙탕물 범벅이 된 물레 주변을 닦아 내면서 그 여자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너무 힘드네. 흙이 말을 안 들어. 꼭 내 새끼들처럼..."

"그러게요... 맘도 잘 안 알아주고..."

웃으며 맞짱 쳐드렸다.


적당한 물을 물레 위의 흙에 적셔주며 중심을 잡는다.

흙과 나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두 팔에 몸의 힘을 실어서 물레 위 흙의 중심을 잡아준다.

서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기본이 흔들리고 그 어떤 작품도 만들낼 수 없다.


흙을 만지며 알았다.

처음에는 그저 담담한 상태로 마음의 중심을 잘 잡으면 실망도 크지 않다.

자잘한 욕심들이 내 마음의 중심을 흔들리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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