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어머.. 어머.. 어떡해.. "
옆에 앉은 중년의 여자분이 목소리를 냈다.
조용한 공방 안에는 흙을 치대는 소리와 물레 돌아가는 소리, 유약을 섞는 소리만이 들렸다.
급작스런 뒤틀림에 전기 물레 위의 흙은 목이 꺾인 채 혼자서 휘휘 돌아간다.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리고 싶어 흔들리는 흙을 일으켜 세우려 해도 새의 목 같던 부분은 겨울잠 자는 곰의 뒤태가 되어갔다.
강사님이 응급 처치 해주려 그 여자분 쪽으로 갔다.
' 아.... 가망이 없군요.' 하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시며 물레의 전기 스위치를 끄셨다.
" 중심이 처음부터 잘못 잡혔네요. 그 상태로 계속 작업하다 보면 다시 형태를 잡으려 흙에 물을 계속 줘버려 자체가 너무 부드러워져 버려요......
자, 이럴 땐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한 시간가량 묵묵히 앉아 만들었던 게 아쉬웠던지 그분은 한숨을 크게 한번 쉬더니 손바닥으로 물레 위에 반쯤 일그러진 흙을 눌러 버렸다.
손으로 형성하는 작업과 달리 전기 물레로 하는 중심 잡기가 초보에게는 어렵다.
전기 물레의 속도는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적당히 유지하는 적정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손의 압력을 조절하여 점토를 밀고 당기는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다.
영화에서나 보이는 우아한 형성 작업 전에 중심을 먼저 잘 잡아야 한다.
팔꿈치를 몸에 붙여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점토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손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
손이 아닌 몸의 힘으로 중심 잡기를 연습해야 한다.
이게 제대로 안되면 형성이 이뤄진다 해도 다음 과정은 거짓말처럼 실패해 버린다.
" 일단 잠깐 쉬고 다시 시작할게요."
더러워진 물레 주변을 닦아 내면서 여자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 생각보다 너무 힘드네요. 흙이 말을 안 들어. 꼭 우리 애들처럼..."
" 하하핫, 그러네요. 내 맘도 잘 안 알아주고..."
웃으며 맞짱 쳐드렸다.
흙과 나는 말없이 서로가 마주 보고 앉는다.
바라보다 먼저 어루만져 주고 적당한 물을 윤활유처럼 조금씩 뿌려준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또 흙에게 무리할 정도로 몸의 힘을 실어 중심을 잡혀준다.
서로 중심을 잡지 않는 다면 어느 한쪽이 실망의 소리 내고야 만다.
내가 네게 이만큼 해 줬는데...
넌 왜?
어쩌면 내가 네게 준 관심, 노력, 마음이 처음부터 비뚤어져 있었나 보다.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욕심이 앞선다.
처음에는 그저 담담한 상태로 마음의 중심을 잘 잡으면 실망도 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엔 어떤 과정으로 너와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