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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발수제(撥水剤)

당신의 색깔이 스며들지 않게

by Elia

도예에서는 유약을 입히기 전에 발수제(撥水剤: 코팅을 입히기 위한 약)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벌 소성 후 표면을 정리한 뒤 이 코팅제를 붓으로 발라준다.
그릇 바닥에 유약이 묻으면 본소성(마지막 가마 작업) 할 때 가마 속에서 녹아 가마나 다른 도기와 붙어버릴 수 있 때문이다.

그리고 유약색을 부분적으로 입히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한다.
유약은 물에 녹여 사용하기 때문에 발수제는 이를 분리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코발트 블루색이 유성발수제, 주위에 물로 이중 발수효과


발수제에는 수성과 유성이 있는데 지금 다니는 공방에서는 발수력이 뛰어난 유성을 사용한다. (사진의 파란색이 발수제)
유성은 주로 크실렌, 아세톤, 톨루엔, 초산에틸 등의 유기물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고, 발수력은 좋지만 유기 용제라 인화성과 독성이 있고,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


강사님이 내가 발수제를 바른 부분 외에 어느 부분에 물을 바르면 발수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을지 직접 보여 주셨다.

이런 붓질 몇 번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물이 스며든 부분은 유약의 흡수를 어느정도 발수한다


여러 강사님들의 방법을 배울 때마다, 세상에는 어떤 방법만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갈 필요는 없음을 자주 느낀다.

정해진 방법은 있지만 여러 응용이 있음에 납득이 간다.

예를 들면 굳이 곱게 빚지 않아도 초벌 소성 후 사포(sandpaper)로 표면을 곱게 해 줘도 되고, 작업 시간을 단축시켜 완성시키고자 하는 경우 각 파트를 한 번에 다 만들어 나중에 붙이는 방법 등등...


저런 잿빛 유약이 본소성 후에는 맑은 하늘을 닮은 색으로 변해 나온다.

하지만, 가끔은 고온의 가마 안에서 소성시킬 때 다른 작품들의 유약색이 튀어 버려 내가 원하던 색깔이 망칠 때도 있다.

운도 따른다.



전 시간에 본소성을 마친 하나의 접시가 완성되어 내 자리에 놓여 있었다.

신기해 두 손으로 들고 가만히 만져 보았다.

처음 시작 때 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

흙에서 손으로 한번 성질 죽이고, 매만지고, 어루만져서 다듬어 주고, 첫 번의 불가마 속에서 참고 나와, 유약에 숨죽이고 들어갔다가....

마지막 가마에서 참고 나온 그릇하나.


이전의 백색 흙덩이가, 매끈한 옥색 도기가 되어 내 손으로 돌아왔다.

연한 옥색의 표면 안에 잔 균열이 들어간 패턴이 아름답다.

한동안 그것을 손에 쥐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수고했구나. 잘 견뎌 냈구나,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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