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청년 Oct 01. 2024

남편들은 어리석어!

생물학적 차이를 이해 못 하고 평생 삐걱거리는 부부소통

돌풍이라는 드라마를 보다 나를 멈추게 한 대사가 있어요.

 남편들은 어리석어. 아내가 원하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로 공감해 주는 건데, 남편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죠.


‘어, 이거 뭐야. 다른 남자들도 다 이렇다는 거야?’ 딱 내 말이거든요. 본전 생각이 났죠. 30년간 감정소비 했다 생각하니 나의 어리석은 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운 감정이 순간 퍼졌어요. 세포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 원망하며 서운했던 시간들, 공감 장애라 단정 지으며 벽쳤던 시간들. 그 긴 시간들을 어떻게 다시 주워 담는단 말인가 순간 멍했어요. 당신과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구조 문제였다니. 유독 외롭게 만드는 소통 불능의 사람이 아니라 원래 남자는 해결책을 찾는 존재였고, 여자는 원래 공감을 원하는 존재였다니. 이 간단한 논리를 이제서야?


반대 입장이 그려지네요. 참 억울하죠. 열심히 해결책을 찾아서 제시하면 다 거절이에요. 학교 시험 서술형은 부분 점수라도 있는데 아내는 그냥 빵점 줘요. 썩은 눈빛은 기본이고 며칠간 냉랭한 공기 속에 살아야 해요. 다시 데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아무거나 막 할 때도 있어요. 온기가 돌쯤이면 또 뭔가 터져서 도돌이표죠. 다시 냉기가 돌고 데우고 계속 반복되는 부부라는 소통의 굴레. 뭘 해달라는 건지 내게 자주 알려줬더라면 노력이라도 했을 텐데, 아내는 말없이 세상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어요. 마치 구린내 나는 사람처럼요.


남과 여, 음과 양 그 극단의 다름은 자연법칙이었네요. 처음 사랑의 시작은 다름에서 오는 매력에 끌려요. 나와 같음은 새롭지 않아요. 어딘지 나라는 존재는 비밀로 두고 싶어요. 내가 못했던 생각에 관심이 생기고, 내게 없는 매력이 마음에 스미죠. 그러다 세월이 흘러 새로움은 무뎌지고 그 자리에 익숙함으로 꽉 차요. 다름은 이제 스트레스가 되고요.


남편의 대사로 바꿔봤어요.

아내들은 어리석어. 남편이 하려는 건 아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멋진 남자가 되려는 건데, 아내들은 남편의 해결책을 터부시 하죠.



다시

청년.

작가의 이전글 장난이 넘치면 비웃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