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꿈을 찾아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 런던으로 향했습니다. 그러고는 지난 7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마냥 행복했냐면 그렇진 않았습니다. 살인적인 생활물가와 치솟는 환율로 인해 소비에 있어 무척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었거든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다 다녀간다는 유명한 맛집은 커녕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 사먹는 것조차 손을 부들부들하며 사먹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참 돈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접 해먹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하루에 두 번은 마트를 가야했고 먹거리를 사와서 집에서 해먹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한끼도 해먹기가 쉽지 않았는데 말이죠.
다행히도 저는 음식을 만드는 일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이걸로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니까 어디가서 뻐기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재료만 있으면 굶지는 않을 정도는 되니까 다행이지요. 매일 최소 두 끼는 해먹었어요. 그 중에 아침은 반드시 먹었습니다. 그래야 간혹 점심값이 아까워 굶는 선택을 하는 불상사에도 버틸 수 있으니까요. 여름에는 도시락을 종종싸서 공원에서 먹었습니다. 저녁에는 펍에 가서 맥주로 배를 채울 때도 있었습니다. 맥주값이 밥값보다 더 싸서 그랬어요. 꽤 오랫동안 그렇게 지냈더랬습니다.
그러다보니 먹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먹어야 사니까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아무거나 먹을 수 있나요. 어짜피 밖에서 사먹으면 비싼거 비싸더라도 조금 좋은 채소들, 축산물들 먹어보자고 했어요. 유기농, 자연방목,,,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봤을 비싼 식재료들에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런걸 사서 해먹어도 삼시세끼 외식하는 것보다 더 쌌으니 뭔가 자기합리화가 되었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먹고 있는 것들에 더 큰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식재료에 관해서라기 보다는 재료 자체가 어떻게 내 입으로 이르게 되는지 궁금해졌달까요. 그게 궁금해서 이른바 ’키친 가든‘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도시농장부터 파머스마켓, 런던 외곽에 있는 팜 샵(Farm shop)들까지 닥치는대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불현듯 그 사람들이 멋있게 보였어요. 자기가 먹을 재료를 직접 생산한다는 것 자체가 멋져보였습니다. 자급자족하는 삶.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삶이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방식입니다. 내가 먹을 재료를 직접 심고 수확하는 일은 여간 보통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러나 언젠가는 내 작물로 스스로 맛있게 만들어 먹는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영화 ‘김씨표류기’의 김씨가 처절하게 짜장면을 만들어 내듯이요. 미미한 시작이지만 귀국한 후 자급자족 일상을 주간일기로 올리려고 합니다. 아직은 재료를 사야하는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직접 수확하는 기쁨을 느끼며 보다 자급자족에 한발짝 나아간다면 좋겠습니다.
* 이 매거진은 아내와 함께 공동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