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짜인 대본"

윈야드 성수

by hyogeun

“잘 짜인 대본”


'더퍼스트펭귄'이 근래 작업했던 공간이라 하여, 믿고 방문한 이곳은 ‘윈야드 성수’다. 재료의 섬세한 사용과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시하는 더퍼스트펭귄의 태도는 이미 많은 곳에서 증명된 바 있다. 바운드 커피에서는 건축에 잘 사용하지 않는 코르크를 입면에 사용하여 재료의 가능성을 보았다면, 티퍼런스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재료를 섬세하게 다뤄 기존의 것을 낯설게 보도록 한다. 피크스퀘어에서는 사용자가 공간을 경험하는 데 방해될만한 요소를 동선을 통해 차단하여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진정성 논현점에서는 주차장을 과감히 없애,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건물의 주인임을 깨닫게 해줬다.


이번에 소개할 ‘윈야드 성수’는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할 수 없는 비물질적인 것 또한 건축의 일부로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 함께 고려할 요소임을 말해준다.


실제 주택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보니, 원래 있던 현관을 통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 느낌은 문을 열고 보여지는 카운터와 응접실이 이를 명확하게 해준다. 응접실을 마련해 사람들을 밖에서 기다리지 않게 하고 후에 직원이 일대일로 응대한다. 여기에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옷걸이까지 직접 디자인하여 경험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한 모습이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건축주의 요청인지, 건축가의 아이디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비물질적인 것까지 신경 써, 공간에 잘 담아낸 결과, 현관문을 열고 메뉴를 주문하여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든 과정이 잘 짜인 대본을 읽는 것 같다.


동양적이 분위기에 서양의 문화가 들어와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모호해지는 현시대의 모습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윈야드 성수의 공간은 모호함으로 가득하다. 자칫 그런 모호함이 애매한 경계에 결쳐져 이도 저도 아닌 공간이 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탄탄한 공간의 전개가 밑바탕에 깔린 덕에, 다른 요소들은 안전하게 그것을 딛고 올라 공간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다. 마치 출중한 작가의 손에 쓰인 탄탄한 대본으로 드라마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8-1

매일 10:00 - 23:00 (매달 1일 휴무, 17;00-18:00 B/T)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