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야드 성수
“잘 짜인 대본”
'더퍼스트펭귄'이 근래 작업했던 공간이라 하여, 믿고 방문한 이곳은 ‘윈야드 성수’다. 재료의 섬세한 사용과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시하는 더퍼스트펭귄의 태도는 이미 많은 곳에서 증명된 바 있다. 바운드 커피에서는 건축에 잘 사용하지 않는 코르크를 입면에 사용하여 재료의 가능성을 보았다면, 티퍼런스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재료를 섬세하게 다뤄 기존의 것을 낯설게 보도록 한다. 피크스퀘어에서는 사용자가 공간을 경험하는 데 방해될만한 요소를 동선을 통해 차단하여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진정성 논현점에서는 주차장을 과감히 없애,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건물의 주인임을 깨닫게 해줬다.
이번에 소개할 ‘윈야드 성수’는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할 수 없는 비물질적인 것 또한 건축의 일부로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 함께 고려할 요소임을 말해준다.
실제 주택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보니, 원래 있던 현관을 통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 느낌은 문을 열고 보여지는 카운터와 응접실이 이를 명확하게 해준다. 응접실을 마련해 사람들을 밖에서 기다리지 않게 하고 후에 직원이 일대일로 응대한다. 여기에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옷걸이까지 직접 디자인하여 경험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한 모습이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건축주의 요청인지, 건축가의 아이디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비물질적인 것까지 신경 써, 공간에 잘 담아낸 결과, 현관문을 열고 메뉴를 주문하여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든 과정이 잘 짜인 대본을 읽는 것 같다.
동양적이 분위기에 서양의 문화가 들어와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모호해지는 현시대의 모습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윈야드 성수의 공간은 모호함으로 가득하다. 자칫 그런 모호함이 애매한 경계에 결쳐져 이도 저도 아닌 공간이 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탄탄한 공간의 전개가 밑바탕에 깔린 덕에, 다른 요소들은 안전하게 그것을 딛고 올라 공간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다. 마치 출중한 작가의 손에 쓰인 탄탄한 대본으로 드라마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8-1
매일 10:00 - 23:00 (매달 1일 휴무, 17;00-18:00 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