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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게릴라"

크리스찬 디올 성수

by hyogeun

"도심 속 게릴라"


개장도 하기 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건물이 베일을 벗어 던졌다. 유럽에나 있을 법한 외관을 가진 건물은 바로 '크리스찬 디올 성수'다. 디올이 이화여자대학교와 파트너쉽 관계를 맺었을 때 세간의 화제를 모으더니, 이번엔 이화여대 ECC에서 화려하게 패션쇼를 열고, 가장 핫한 성수동에서 전 세계 최초로 컨셉 스토어까지 열었으니,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의 외관은 유럽의 건물을 연상케 한다. 왜 직관적인 모습을 가진 건물이 성수동에 들어섰을까. 그 실마리의 답은 디올의 창립자 이름이 붙은 '크리스찬 디올 성수'에서 찾을 수 있다. 크리스찬 디올이 처음 부티크를 열었던 시기는 1946년 12월이었고 그 장소는 프랑스 파리의 몽테뉴가 30번지였다. 전 세계 최초로 컬렉션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스토어인 만큼, 크리스찬 디올이 처음 부티크를 열었던 몽테뉴가의 건축 양식을 가져온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유려한 곡선이 건물을 감싼 청담동의 디올 매장과 다르게, 이곳은 얇은 스틸 매쉬 소재가 건물을 감싼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굴곡져 있어 패턴을 만들고 이것들이 하나로 묶인 모습은 몽테뉴가 거리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다.


건물의 외관은 장식으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건물의 입면과 내부 공간이 따로 논다는 것이 일부 시선에서는 좋게 보이지 않겠지만(필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이곳이 컬렉션마다 새 주제에 맞게 변형될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빠르게 생겨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지금 시대의 흐름과 컨셉 스토어가 자리한 성수동의 장소성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공간이 입면을 구속하는 행위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변형되는 외관과 내부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성수동의 장소성을 잘 대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릴라가 도시 내에 잠복하여 부비트랩을 설치하여 기존의 것을 뒤흔들듯, 크리스찬 디올 성수 또한 이 동네를 뒤흔들고 있다. 그 뒤흔듦은 부정적이기보다 동네를 활기차게 변화시켜주고 있기에, 성수동의 불씨는 계속해서 활활 타오르겠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 성동구 연무장 5길 7

월-금 : 12:00 - 20:00

주말 : 11: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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